‘성균관대의 강사직 박탈 철회와 시간강사 처우개선’을 외치며 약 2년 동안 1인 시위를 하다 최근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임용됐던 류승완 박사(전 동양철학과 시간강사)가 연구원 자리에서도 해임됐다.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는 지난 6일자로 연구원 임용계약을 해지하고, 9일 류승완 박사에게 해지 통보서를 보냈다. 류승완 박사는 학교 정책이나 제도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강의가 취소됐다며 718일 간 1인 시위를 벌이다 최근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 임용되면서 시위를 풀었다.

계약해지 사유는 류승완 박사가 계약서에 명시된 ‘품위유지’ 및 ‘신의성실의 원칙’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성균관대는 류 박사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연구원 임용과 계약과정에 관해 과장·왜곡된 주장을 했고, 연구소와 성균관대의 명예를 손상시켰다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계약해지 결정은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 전체교수회의 의결에 따른 것이다.

   
▲ 지난 8월 16일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에서 강연 중인 류승완 박사. 사진=조윤호 기자
 
성균관대의 이러한 결정은 류 박사의 언론 인터뷰가 보도된 뒤부터 예상됐던 일이었다. 성균관대가 문제 삼은 ‘언론 인터뷰’는 미디어오늘 9월 2일자 온라인판 <삼성을 이긴 박사 “불합리한 금기 안 깨면 오래 못 가”>로. 이 기사가 나가자 성균관대는 미디어오늘에 여러 차례 기사 수정을 요구했다.

성대는 류 박사가 “내년(2014년 2학기)부터 강의를 맡을 예정”이라는 기사 내용에 대해 “논문을 게재할 경우 강의를 맡을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합의했을 뿐 강의를 맡기로 확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성대는 또한 메일을 보내 “동양철학·문화연구소는 내년부터 연구 성과가 우수할 경우 강의를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는 문구로 기사를 고쳐달라고 요청했다.

성균관대는 계약서상의 내용을 그대로 반영해 달라며 이 같이 요구했지만, 계약서에 “연구 성과가 우수할 경우 강의를 지원 한다”는 말은 없다.

성균관대는 이후 나흘이 지난 6일 미디어오늘에 정정보도를 요청하는 내용증명서를 보냈으나 대부분 일부 표현을 문제삼거나 학교측의 일방적인 입장 또는 해석으로 판단되는 요구여서 미디어오늘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성균관대는 “류승완 박사가 ‘교단’으로 돌아가게 됐다”는 기사내용에 대해 ‘교단’은 강의를 전제로 쓰이는 표현이며 연구원 신분에는 맞지 않는다며 정정 또는 삭제를 요청했다. 또한 학교 정책과 삼성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는 이유로 강의가 취소됐다는 류 박사의 주장을 전한 것에 대해 강의 배정이 취소된 이유는 류 박사가 강의평가 점수에서 최하위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며 류 박사가 “본인의 주장에 대한 명분을 획득하기 위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며 정정 또는 삭제를 요청했다.

성균관대는 또한 류 박사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삼성을 비판한 부분에 대해서도 삼성은 성균관대의 법인일 뿐 대학행정에 관여하지 않으며 이번 사건 역시 삼성과 무관하다며 정정 또는 삭제를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과 무관하다고 수차례 주장하던’ 성균관대는 류 박사 인터뷰 내용 중 “삼성경영진에 대한 터무니없는 비난과 억지 주장”이 있다며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 미디어오늘 915호 10면 기사
 
성균관대는 한겨레 기사(9월 2일자 <“강사 신분 안정돼야 학문의 자유 가능”>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일범 성균관대 동양철학·문화연구소장이 류 박사에게 한겨레 기사에 대해 정정 보도를 요청할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류 박사는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학교의 행정 처리에 협조하지 않은 것도 해임사유의 하나”라며 “연구소장이 학교 측의 전화를 받았다며 나를 불러 자필로 정정보도 청구서를 쓰고 도장을 찍어 한겨레에 보내라고 요구했지만 지나친 요구라고 생각해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 소장은 26일 오후 문자메시지를 통해 "귀사(미디어오늘)에 드린 공문(내용증명) 외에 따로 드릴 말은 없다"며 "정정보도해달라"고 답했다.

류 박사가 속한 전국대학강사노조는 류 박사 해임에 대한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김영곤 전국대학강사노조 위원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류 박사 사태 관련 대책위를 구성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강사들과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차분히 대응할 예정”이라며 “대학 측에서는 기가 꺽일 것이라 생각했겠지만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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