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경희대학교 일반이사로 지난 24일 선출되자 내부 반발이 거세다. 경희대학교 총학생회 등으로 구성된 경희학원민주단체협의회는 26일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홍석현 회장의 이사 철회를 요구했다. 

경희학원민주단체협의회는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 앞에서 “중앙일보의 대학평가는 교육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변질되게 만든 장본인”이라며 “경희대가 중앙일보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박이랑 경희대 문과대학 학생회장은 “중앙일보는 한국사회의 대학평가를 이끌고 있는 곳”이라며 “중앙일보 회장이 어떤 교육철학을 가지고 이사로 선임됐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 홍석현 중앙일보, JTBC 회장. 사진=중앙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중앙일보는 매년 대학 순위를 매겨 공개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줄 세우기식 대학평가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대학의 서열화를 가속시킬 뿐 아니라 부실 대학을 퇴출시키는 근거로도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특히 대학 운영이 평가 지표에 맞춰지면서 취업률 조작 등의 부작용도 나오고 있다. 경희대 총학생회는 “중앙일보 평가는 ‘대학을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되었다”며 “경희대의 중요한 결정을 담당하는 이사에 중앙일보 회장이 선임된 것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재운 경희총민주동문회 대표는 “언론사 사주가 이사를 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어떤 사람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홍석현 회장은 언론사만 운영한 게 아니라 삼성의 정치자금을 정권에 전달하기 위해 창구역할을 했던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또 “97년 대선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기도 했고 이 과정에서 30억 배달 사고를 낸 혐의도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런 사람이 학교 연구를 한다는 것에 절대 동의 할 수 없다”며 “왜 경희대가 언론권력을 이사회에 포함시키나”라고 비판했다.

   
▲ 경희학원민주단체협의회(경희대학교 노동조합, 경희의료원 노동조합, 경희총민주동문회,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국제캠퍼스 총학생회)가 26일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정문에서 '개방 이사 부결 및 홍석현 기습 이사 선임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 이아인 기자
 

홍석현 회장은 조정원 이사(전 경희대 총장)가 추천했으며 이사 7명의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경희대학교 이사회는 일반이사 9명, 개방이사 3명으로 구성돼 있으나 현재 일반이사 3명, 개방이사 2명이 공석인 상태다. 홍석현 회장이 교육부의 승인을 받아 이사로 최종 선임되면 경희대 이사는 8명이 된다. 정주용 경희대학교 총학생회장은 “교육부에서 승인이 나서 이사로 선임되기 까지는 두, 세달이 걸린다”고 말했다.

경희대 측은 홍석현 회장이 경희대학교 이사회의 일반이사로 선출된 까닭에 대해서 공식적인 답변을 피했다. 다만 다음주(10월초)내로 홍석현 회장의 이사 선임 회의록을 총학생회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회의록이 공개되면 홍 회장의 이사선임 배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