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아들이 있다고 단독 보도(9월 6일)한 지 20일이 지났다. 보도 일주일 뒤인 13일 채 총장은 사의를 표명했지만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고,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이란 유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조선일보 보도를 두고서는 작성 배경과 정보의 출처 등을 놓고 의혹이 제기됐고 저널리즘차원의 문제제기도 있었다.

‘혼외자식’ 보도에 대한 조선일보 내부 분위기는 어떨까. 취재결과 ‘보도는 할 수 있지만 취재가 부족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조선일보의 A기자는 “내부정보와 정황들을 봤을 때 채 총장에게 혼외자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보도 자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지 않다”고 밝히면서도 “좀 더 시간을 갖고 충분히 취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말했다.

조선일보의 B기자 또한 “기자라면 누구나 파고들었을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보도의 공익성도 있다고 본다”고 밝힌 뒤 “하지만 기사가 빼도 못할 팩트 한 방이 없는 건 아쉽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C기자 역시 “검찰총장을 날리려면 결정적 증거가 있어야 했다”며 보도내용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 조선일보 9월 6일자 1면 단독보도.
 
채동욱 총장 측이 정정보도청구 소장에서 밝혔듯이 기사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외부의 비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할까. 조선미디어그룹 소속의 D기자는 “사생활이라고 보기엔 채 총장의 공적 지위가 높다. 기사를 뒷받침할 확실한 근거는 혼외 사건 특성상 DNA 말고는 없다”며 “팩트가 맞는지 아닌지는 채동욱 본인이 쥐고 있는 것이다. 아니라면 DNA 조사에 응해서 팩트를 증명하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A기자는 “기사 내용을 두고서는 말이 나올 수 있지만 취재 당시 상황을 봤을 때 빨리 터뜨려야 할 부분도 있었다. 시간을 갖고 했으면 정보가 새나갔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취재 시간이 길어졌으면 그만큼 검찰의 대응이 치밀해졌을 거라는 뜻이다. A기자는 “개인적으로 임모씨가 한동안 잠적했을 때 검찰의 외압이 작용했을 거라 추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내부에서 ‘혼외자식’ 기사에 대한 입장과 비판점은 다양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해당 기사가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란 점은 대부분 동의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일보 내부에는 공정보도를 위한 뚜렷한 논의체가 없어서 내부의 다양한 의견과 비판지점을 경영진이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정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은 “우리는 공정보도위원회가 없다. 만약 채동욱 혼외자식 보도가 완전히 (오보라고) 판명이 나면, 공보위를 만들 수 있는 근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25일 지면에서 채 총장을 두고 “조속한 진상규명이 가능한 감찰은 피하고, 소송은 소송대로 하면서 사건을 장기화하겠다는 전략”이라고 보도하며 소장 내용을 두고서 “팩트 없는 주장만 나열돼 있다”, “언론비판 논설문 같은 느낌이 들 정도의 주장”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 <채 총장, 진실 밝힐 빠른 길 두고 왜 자꾸 돌아가나>에선 “채 총장이 정말 유전자 검사를 해서 친자 여부를 분명히 하고 싶다면 굳이 임씨를 설득할 필요도 없이 명예훼손 혐의로 임씨를 고소하면 수사 과정에서 진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돼 있다”며 채 총장이 직접 사실관계를 밝히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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