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을 거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분명 하락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는 추석연휴 기간 동안 벌인 여론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5.9%p 빠졌다고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같은 기관 조사에서 2주 전 67%로 지지율 최고치를 경신했고 지난주도 66.7%로 높은 지지율 행진을 이어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퇴와 3자 회담 결렬에 대해 민심이 다소 이반되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리얼미터는 3자 회담 전인 10일 까지만 해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69.5%로 높아졌다고 나왔는데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60.9%까지 하락했다고 밝혔다. 약 10여일 사이 지지율이 요동을 친 셈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국면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지지율이 하락국면을 맞이했지만 곧 상승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문제에 대해 상당수의 국민들이 ‘문제가 있다’고 답했고 채동욱 검찰총장의 사임과정도 ‘정치보복’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더 많았다. 그런데 이게 박 대통령 지지율과 연동이 안 되고 있다.

전임 이명박 대통령은 촛불집회 이후 지지율이 2~30%를 오갔고 악재 때 마다 여론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정권에 여러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이 60%선을 견고하게 지킬 수 있는 원인이 무엇일까?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을 긍정 평가한 여론의 상당수는 대외·대북정책을 이유로 들고 있다. 한국갤럽이 박 대통령을 긍정 평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 외교·국제정책을 꼽은 사람이 18%였고 대북정책을 꼽은 사람이 17%로 35%정도가 대외활동에 높은 점수를 줬다. ‘주관이 뚜렷하다’고 밝힌 사람이 9%, ‘전두환 재산압류’ 때문이라고 밝힌 사람이 8%로 나타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인천 부평시장을 찾아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박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과 채동욱 검찰총장 파문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사실상 국정원 대선개입과 같은 정치적 사건은 박 대통령 지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집권 초기 인사문제로 지지율이 40%대로 곤두박질 쳤을 때도 지지율 상승국면을 이끈 것은 대북관계였다. 북한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지지하는 여론이 압도적이었고 이후 박 대통령은 5~60%선을 향해 올라갔다.

최근 리얼미터 정례조사에서 최고점 지지율을 찍었을 때도 베트남-러시아 순방 직후였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등이 정권에 악재로 작용할 이슈가 불거지면 소폭 하락했더라도 곧바로 대외관계나 대북관계에 어떤 사인이 발생했을 때는 그 이상으로 지지율이 만회된다는 것이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대해 “추석 직후 지지도가 떨어졌다는 해석은 기준점이 그 지난주지만 사실 러시아·베트남 순방 효과가 사라져 이전 지지도로 원위치 됐다고 해석하는게 맞다”며 “대통령 지지도에 영향을 미치는 현안은 대북·대외관계가 주를 이루고 있고 야권이 제기하는 정치문제에 미치는 영향은 10%정도 밖에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허니문 기간’이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통령 취임이 아직 1년이 안됐고 이명박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들이 대부분 취임 1년 간 지지율이 높게 나온 점을 감안했을 때 현재 박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크게 이상할 것이 없다는 분석이다.

이재환 모노리서치 선임연구원은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은 특이할 만한 경우는 아니”라며 “취임 1년이 안된 만큼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는데다 과반수 이상 득표했던 대통령인 만큼 현재의 60%정도가 특별히 높은 지지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또한 “대통령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는 것이고 지난 상반기는 대북이슈가 주도하면서 유권자들이 보수적 판단을 내린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도 “여태까지는 실제로 대통령이 일을 ‘잘하고 있다’나 ‘못하고 있다’를 떠나 ‘잘했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며 “호남에서도 잘하고 있다는 의견이 꽤 높게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까지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안일원 대표는 이와 함께 언론환경의 문제도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때 출범한 종합편성채널의 일방적 방송과 지상파 방송들의 보도행태들이 정부·여당에 유리하게 맞춰져 있기 때문에 야권으로선 아젠다 세팅이 힘들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 지지율 폭락에 PD수첩 광우병 보도가 미친 영향을 감안하면 언론의 영향력도 무시못할 변수다.

안 대표는 “이명박 정부 시절보다 훨씬 더 미디어환경이 우호적”이라며 “쇠고기 파동보다 더 본질적이고 중대한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이 불거졌음에도 이런 지지율이 유지되는 것은 언론환경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관심사는 대통령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어디까지 이어질 것이냐다. 정치권에서는 최근 박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 등 공약파기를 주시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브랜드인 ‘원칙과 신뢰’에 어긋나는데다 선거기간동안 현실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수 차례 대통령 본인이 “내가 대통령이 되면 할 수 있다”고 공언해왔기 때문이다.

홍형식 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첫 위기는 공약과 관련된 부분일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중요한 약속이었고 증세 없이 복지를 할 수 있다고 수도 없이 얘기했기 때문에 박 대통령에게 치명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공약 파기 역시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안일원 대표는 “물론 대통령의 브랜드인 신뢰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나 메이저 언론들이 ‘여건상 불가피하다’며 공세적으로 뉴스를 뽑아내기 시작하면 이를 수긍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환 선임연구원은 “이제 언론과 대통령의 밀월기간이 지나고 있는 시점이고 공약에 대한 문제제기들이 나오고 있는데다가 4/4분기에 (정권의) 큰 호재는 보이지 않는다”며 “향후 지지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가능성보다는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변수가 있다면 정당지지율”이라며 “야권이 공세를 강화하고 국민의 호응을 얻는다면 대통령 국정운영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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