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한국일보 ‘이석기 의원 참석 비밀회합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를 제276회(8월) ‘이달의 기자상’으로 23일 발표하자 통합진보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통합진보당은 24일 “국정원의 ‘내란음모 정치공작’ 사건과 관련해 한국일보의 보도는 피의사실을 무차별적으로 공표하여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의 장을 여는 역할을 했다”며 “보도의 출처가 어디인지, 내용은 사실인지 여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 통합진보당은 “‘알권리’, ‘보도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행해진 한국일보의 녹취록 게재는 법정에서 밝혀져야 할 진실을 사실상 왜곡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 한국일보 8월 30일자 1면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가 밝힌 선정기준은 △신속성 △긴급성 △사회적‧정치적 파장성 △영향력 등이다. 김홍국 한국기자상 심사위원회 대변인(TBS 보도국장)은 “정파적 입장을 떠나 언론의 역할을 이해해야 한다”며 “한국일보의 보도로 국민들이 궁금했던 사안에 대해 밝혀졌고, 기자의 취재노하우와 집요한 기자정신이 드러났고, 취재원을 보호하려는 배려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보도는 한국사회를 뒤흔들었던 중요한 특종이었다”고 밝혔다.

또 김 대변인은 “한국일보 보도를 시상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내부에서 격론이 벌어졌고 토론 시간의 3분의 2를 쏟을 만큼 신중했다”며 “통합진보당이 (그 보도로 인해서) 힘들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8월에 있었던 큰 이슈를 전달했다는 점을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달의 기자상’ 심사평에는 ‘(국정원이 한국일보에게 녹취록을 흘렸다는 등) 취재과정에 논란이 있으니 한국일보 측이 국민과 사회 전반이 갖고 있는 의구심에 대해 밝혀 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이 실릴 예정이다. 심사평은 10월 2일자 기자협회보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국일보 9월 2일자 1면
 

하지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전 언론정보학회 회장)는 “‘이달의 기자상’은 묻힐 뻔한 중요한 의제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계기를 만든 보도를 한 기자에게 주는 상”이라며 “그러나 한국일보의 이번 보도는 종북프레임이 더 작동하게 만들었고 민주주의를 훼손했던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를 뒤집어버렸기 때문에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적 파장을 가져왔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국정원이 피의 사실을 흘린 것을 한국일보가 받아서 썼다면 피의 사실을 공표한 국정원과 한국일보가 법을 어긴 것”이라며 “이석기 의원 녹취록 보도는 재난 보도 등 속보가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 아닌데도 빨리 보도한 게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기자의 시각으로 봤을 때, 파급력이 있는 보도를 했다는 등 상을 받을 만한 역할을 한국일보에서 했다”며 “하지만 이 보도는 피의 사실 공표 논란이 있고, 진실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일보가 시급하게 보도해 사회적 혼란을 야기시킨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은 ‘이달의 기자상’ 수상과 관련해 한국일보 사회부 측에 여러 차례 입장을 물어봤으나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은 오는 30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다음은 수상 내역이다.

◇취재보도1 부문
△한국일보 사회부 이진희, 강철원, 남상욱, 김청환, 김혜영, 정재호, 조원일, 김기중 기자 ‘이석기 의원 참석 비밀회합 녹취록 단독 입수 보도’

◇기획보도 신문부문
△한겨레신문 경제부 류이근, 김경락 기자 ‘기업 내 보수격차 대해부 연속보도’
△한겨레신문 한겨레21부 이문영, 송호균 기자 ‘다원(옛 적준용역) 철거범죄 2차 보고서’

◇지역 취재보도부문
△부산일보 경제부 이현우 기자 ‘‘엉터리 등기행정’ 수십억 주택채권 날벼락 파문’

◇지역 경제보도부문
△KBS춘천 보도국 송승룡, 전성관 기자 ‘농지은행 사기 실태 연속보도’

◇전문보도부문
△연합뉴스 광주전남 취재본부 박철홍 기자 ‘4대강 관련 건설사 골프장에서 라운딩 즐긴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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