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최영해 논설위원이 저널리즘의 새로운 분야를 창조하려는 시도는 많은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을 가르치는 언론학자의 입장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그래서 먼저 동아일보 내부 기자들에게 이런 보도 형식과 내용에 문제가 없는지, 동의를 넘어 옹호하는지 그 논리는 무엇인지 알고 싶습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동아일보의 ‘오늘과 내일’ 칼럼에서 소개한 ‘채동욱 아버지 前上書’ (2013-09-17) 라는 제목의 칼럼은 동아일보 전체 언론인들의 양심과 양식에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형식이 저널리즘의 영역을 넘어서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채동욱 전검찰총장이야 공인의 신분이기 때문에 혼외자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논란의 중심에 선 어린이의 신분은 철저하게 보호돼야 합니다. 그런데 소설적 기법을 동원하여 창작이란 명분으로 미국으로 간 아이의 눈으로 편지를 작성했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 또래 아이들이 얼마든지 볼 수 있으며 ‘지역(뉴욕)과 시기(보름, 8월 마지막날 등)’를 적시하여 주변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동인권은 유엔아동협약을 거론할 것도 없이 언론에서 철저하게 보호해야 하는 언론윤리강령의 절대조항입니다. 이런 행태의 칼럼작성은 불법이며 언론의 폭력행위에 해당합니다. 이를 침묵하거나 묵인하는 것도 동아일보 기자들 전체의 양식을 의심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최 위원의 칼럼 ‘채동욱 아버지 전상서’ 제목에서처럼 채총장을 아이의 아버지로 단정하고 있습니다. 저널리즘에서 단정은 위험하며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단정 그 자체가 저널리즘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반증이지요. 당사자들이 부인하고 있는반면 조선일보가 의혹을 제기하는 현단계에서는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칼럼은 벌써 ‘아버지’라며 의혹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라고 단정하여 내용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궁극적으로 진실추구를 생명으로 하고 있는데 이처럼 논리적 비약을 넘어 의혹을 사실로 단정하여 내용을 전개하는 것은 저널리즘에서는 용납하기 힘든 행위입니다. 소설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동아일보라는 언론의 외피를 뒤집어쓰고 창작이라는 이름으로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을 동아일보 기자들은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무엇보다 내용이 너무 잔인합니다. 언론의 권력에 대한 정상적인 감시와 견제기능을 넘어 인간 채동욱에 대한 인신공격, 아이와 아이 어머니에 대한 인권 유린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어머니가 신문사에 보낸 편지를 인터넷에서 우연히 읽었어요. 어머니는 ‘제 아이는 현재 검찰총장인 채동욱 씨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아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제가 아버지의 아들이 아니라뇨? 저는 아버지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뛸 듯이 기뻤어요...”

사실이라면 불행한 가정사요. 사실이 아니라면 인격파탄의 명예훼손적 사안입니다. 아이가 실제로 이런 칼럼을 보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것이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모습인가요. 아니면 끈 떨어진 전검찰총장 채동욱의 인격권을 짓밟고 아이와 그 어머니의 행복추구권을 훼손하는 언론의 횡포인가요. 이것이 국민의 알권리와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어머니는 저에게 ‘당장은 떨어져 살지만 언젠가 아버지와 함께 살 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죠. 우리 가족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데, 왜 사람들이 자꾸 수군거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가 예전에 부산에서 어머니를 만난 것까지도 트집을 잡는다니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아버지, 어떤 사람들은 제가 진짜 아버지 자식이 맞는지 머리카락 뽑고 피도 뽑아 검사해보자고 한다는데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요? 이모가 그러는데 어머니는 그것 때문에 울고불고 야단이었대요...“

어떻게 이렇게까지 쓸 수 있을까요. 최위원도 가정이 있을 거고 동아일보 기자들도 자식과 아내가 있다면 이런 내용을 소설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얼마나 잔인한 짓인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기자이기전에 인성을 갖춘 인간이어야 하지않을까요.

기자라고 무엇이든 어떻게든 쓸 수 있다고 착각하면 불행해집니다. 언론은 진실을 밝히는 조력자의 역할에 머물러야 합니다. 의혹을 예단하고 피해자를 조롱하는 행위는 언론의 폭력이며 언론자유를 언론방종으로 타락시키는 행위입니다.

최위원은 칼럼으로 자신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제 동아일보 기자들이 독자들의 항의는 물론 언론학자의 물음에 답을 할 차례입니다. 양식있는 동아일보 기자들의 건전한 상식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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