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방송된 ‘죽음의 습격자 - 후쿠시마발 방사능공포’ 편이 호평 속에 방영됐다. 한국정부가 ‘괴담’으로 규정했던 일련의 의혹을 직접 후쿠시마 현지 취재로 가려내며 불안감의 실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SBS 제작진은 원전사고 지역에서 60km 떨어진 곳에서 직접 기형가지를 수확한 주인을 만났다. 그는 작년 8월 손가락 모양의 가지를 수확해 방사능에 오염된 기형작물을 수확했다는 ‘괴담’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그는 “원전의 영향이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제작진이 만난 후쿠시마현 인근 주민들 또한 방사능 위험에 둔감한 모습이었다. 후쿠시마현 인근 바다에서 수영 중이던 청년은 제작진에게 “괜찮다고 하기 때문에 신경 안 쓴다. 신경 쓰면 못 논다”고 말했다. 제작진이 만난 후쿠시마현 사람들은 예전처럼 회와 초밥을 즐기고 있었다. 그들은 “외국 사람들이 오히려 예민하다”고 했다.

‘후쿠시마발 방사능공포’편 연출을 총괄한 강범석 PD는 이 같은 지역민의 반응을 두고 “그들은 정부발표를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부에서 괜찮다면 괜찮은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며 “국민성의 차이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물론 온도차는 있다. 정부발표를 믿지 않는 이들도 있다. 강 PD는 “정부와 도쿄전력이 사고 이후에도 책임을 져야 하는데 개인에게만 책임을 미루고 있어 주민들은 화가 나있다”고 전했다.

   
▲ SBS스페셜 '죽음의 습격자 - 후쿠시마발 방사능공포' 편의 한 장면.
 
후쿠시마 원전을 출입하고 있는 한 원전설비회사 사장은 “1호기에서 4호기까지 가설장치를 사용해 냉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냉온정지 상태가 아니라는 것이다”라며 “압력이 들어와 회사가 도산해도 괜찮다. 무엇이 바르지 않은지 이야기하는 것은 원전과 공생하는 우리들의 의무다”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전했다.

후쿠시마현 근처에서 아이들의 갑상선 결절을 진료하고 있는 한 의사는 “5년 후부터 피폭 영향이 나타나는데 그 때 아이들의 갑상선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한 어머니는 “아무도 (원전 사고에) 책임을 지지 않고 죄를 묻지도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은 도망치고 싶지만 ‘후쿠시마 출신’이란 이유로 격리되어 다시 마을로 돌아오고 있다. 이들이 겪는 정신적 고통과 어려움은 모두 개인의 몫이다.

강범석 PD는 “도쿄전력과도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말을 빙빙 돌리며 논의를 회피해 도움이 되지 않아 방송에선 뺐다”며 “(도쿄전력이) 적극적으로 취재를 방해하지는 않았지만 다들 문제의 본질은 피해갔다”고 지적했다. 제작진이 마주한 사실은 이렇다. 사고가 일어난 지 8개월 뒤 한 청년이 급성백혈병으로 사망했다. 그는 후쿠시마를 응원한다며 후쿠시마에서 직접 잡은 생선을 먹었다. 일본의 한 유명아나운서는 후쿠시마 음식을 시식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가 6개월 만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 SBS스페셜 '죽음의 습격자 - 후쿠시마발 방사능공포'편의 한 장면.
 
강범석PD는 “사고 이후 시간이 많이 흐르지 않았다. 피해가 어디까지 확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방사능과 암의 인과를 과학적으로 밝히는 것도 쉽지 않은 문제다”라고 밝힌 뒤 “과거 체르노빌 사건을 지켜보면서 후쿠시마의 미래를 유추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1986년 일어난 체르노빌 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강범석 ‘SBS 스페셜’ PD. 사진=정철운 기자
 
제작진은 이번 취재를 위해 후쿠시마 원전 6km 근처까지 갔다. 피폭 위험이 높은 곳에서는 방호복을 착용했다. 강PD는 “현지 코디네이터 등을 통해 방사능 수치가 높은 몇몇 포인트를 파악해 피해 다녔다. 수치가 갑자기 심하게 높아지는 상황에선 바로 벗어났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최근 논란이 된 ‘방사능 오염수’를 막기 위해 일본정부가 발표한 대책에 대해서도 그 한계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동토차수벽(냉각관으로 땅을 얼리는 것)설치의 경우 땅 속을 얼릴 수 없다는 점, 다핵종제거장치 설정의 경우 여과만 10만년 이상이 걸리는 점을 지적했다.

제작진은 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와의 인터뷰에도 성공했다.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인터뷰에서 사고 당시 자신에게조차 정확한 보고가 오지 않았다고 밝히며 “100% 원전 사고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고를 없애려면 원전 자체를 없앨 수밖에 없다”며 일본을 비롯해 한국 등 세계 모든 나라가 원전중심 에너지정책에서 벗어날 것을 강조했다. 강범석PD는 “간 나오토 전 총리는 기획의도를 충분히 설명한 결과 인터뷰가 성사됐다. 그는 원전 사고 이후 생각이 많이 바뀌어 그 부분(탈 원전)에 대한 신념이 생겨,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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