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방 파문을 빚은 KBS <추적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편이 우여곡절 끝에 방송됐지만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류현순 KBS부사장, 백운기 시사제작국장, 황우섭 심의실장 등이 심의가 끝난 <추적60분> 일부 장면 삭제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추적60분> 제작진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는 황우섭 심의실장 사퇴와 나머지 2명 간부들에 대한 책임론을 제기했다. 
 
<추적60분> 제작진과 KBS본부 등에 따르면 이들 3명의 간부들은 지난 7일 오후 2시30분 KBS 부사장실에 모여 <추적60분>과 관련해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적60분> 담당 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VCR과 스튜디오 내용을 고치라고 지시했고, 결국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인터뷰와 스튜디오에서 이석기 사건을 언급한 내용 등이 빠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KBS <추적60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KBS본부는 “황우섭 심의실장은 방송 당일(9월7일) △피의자 친척 등의 인터뷰가 많이 나와 편향적이다 △표창원 전 교수는 정치적 편향성이 있다 △황필규 변호사는 민변소속이다’는 등의 문제를 제기했고, 격분한 제작진이 그렇다면 심의의견을 정식으로 코비스(사내게시판) 심의평에 게시해달라고 했지만 끝내 이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황우섭은 시사제작국장에게 전화를 해 방송이 나갈 수 없다며 난동을 부렸다. 심의실장이 방송불가를 주장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면서 “지적 내용을 문서로 달라고 하자 제 발 저린 지 거절했다. 전례도 없을뿐더러 황우섭은 방송법 4조와 방송 심의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KBS 편성규약에 따르면 제작책임자는 ‘부장, 국장, 본부장’으로 되어 있다. 심의실장이 방송과 관련해 개입하는 것 자체가 편성규약 위반이 되는 셈이다. KBS본부는 “이 모든 불법행위가 그의(류현순 부사장) 방에서, 그의 눈앞에서 벌어졌다”면서 “결과적으로 류부사장이 이 난동을 용인했다”고 비판했다. 
 
KBS본부는 “방송은 무사히 나갔지만 부사장과 국장, 심의실장이 모여 일일이 내용 수정을 지시하는 KBS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이들은 모두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조합은 향후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적60분> 제작진도 11일 성명을 통해 이들 간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제작진은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심의실장의 전횡과 권력화 된 심의기능”이라면서 “방송 당일, 동석한 부사장과 제작국장을 기망하고 지켜보는 후배 제작진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거침없이 프로그램에 손을 대는 심의실장. 누가 황우섭에게 이런 막강한 권력을 주었는가”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사실 황우섭 심의실장의 횡포는 이번뿐만이 아니었다”면서 “두 달 전 방송된 <추적60분 - 기자없는 신문, 한국일보의 오래된 상처>편 경우에도 방송 다음날인 일요일, ‘극도로 편향된 방송이 나갔다’며 황우섭실장은 격분한 상태로 부사장에게 휴일 즉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올 초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의 심리치유센터인 ‘와락’을 다룬 <다큐3일>을 문제 삼아 제작간부들을 압박하고 방송 전날인 토요일 아침 심의위원들을 불러 이례적으로 ‘다중심의’를 벌이고자 했다”면서 “끝내 방송이 나가자 ‘심의지적평정위원회’까지 소집해 제작PD를 징계하려는 억지를 쓰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추적60분> 제작진은 “심의실장은 주어진 범위를 넘어 권한을 행사하려 하고, 심의위원은 부여된 역할마저도 스스로의  부정하고 있는 현실 - 이것이 지금의 일그러진 KBS심의실 모습”이라면서 “제작 독립성과 자율성을 흔드는 황우섭 실장은 심의실 수장으로 자격이 없다. 심의실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추적60분’ 연기사태에 엄중한 책임을 묻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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