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로부터 채동욱 검찰총장의 ‘내연녀’로 지목된 임모씨가 조선일보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지난 6일 조선일보의 단독보도로 촉발된 ‘혼외아들’ 논란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지금껏 구체적인 증거나 자료 출처 등을 제시하지 않으며 보도해온 조선일보 입장에서는 임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결정적 증거를 내놓아야할 상황이다. 

10일 한겨레신문의 최초보도 이후 공개된 임 모씨의 편지내용에 따르면 임씨는 “채동욱씨는 저하고는 연락이 닿은 지도 수년이 지났고, 아무 관계가 없으므로 어떤 경제적 도움도 받은 적도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미혼모로 무시 받지 않으려는 마음 때문에 그 이름(채동욱)을 함부로 빌려 썼고 식구들에게조차도 다른 추궁을 받지 않기 위해 사실인 것처럼 얘기해 온 것이 이제 와서 이렇게 큰 일이 될 줄은 정말 몰랐다”고 해명했다.

임씨는 이어 “개인적 사정으로 어떤 분의 아이를 낳게 되어 아버지 없이 제 아이로만 출생신고를 했다. 그런데 이 아이가 커서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을 때 아버지를 채동욱씨로 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지난 주 수요일 갑자기 조선일보 기자분이 찾아와서 총장님 일로 찾아왔다고 들었고 두렵고 혼란스러워서 잠적을 했다”고 밝혔다.

   
채동욱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 같은 임씨의 해명을 10일 최초 보도한 한겨레신문은 “취재결과 채 총장은 후배 검사와 수사관, 기자들과 함께 부산에서 올라온 여성이 운영하는 서울의 ㄱ카페를 가끔 찾았던 사실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한겨레신문의 온라인 보도 이후 약 두 시간 뒤 조선일보도 “임씨가 진짜 아버지는 다른 채모씨라는 내용의 비상식적 주장을 담은 육필 편지를 본지에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임씨가 편지에서 채동욱씨를 여러 번 만난 사실을 인정한 점, 아들 채 모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에 아버지 이름을 ‘채동욱’으로 기입한 점을 인정한 점 등을 언급하며 “임씨가 조선일보 보도의 상당부분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그러나 “제 아이는 채동욱 검찰총장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임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자신의 아들이 채동욱 총장과 무관하다고 주장만 할 뿐 다른 사람 누구의 아들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나 힌트를 전혀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비상식적” 이라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어 “(임씨가) 술집 단골손님인 채 총장을 아이 ‘아버지’라고 하면 사업도 수월하고, 주변에서도 깔보지 않을 것 같아서 최근까지 자신의 가족을 비롯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속여 왔다는 것”이라며 임 씨의 주장에 의혹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만약 Y씨가 아들이 채동욱 총장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들이라면 당당하게 진짜 아버지의 이름이나 최소한 직업 등을 밝히든가, 즉각 유전자 검사 등을 받아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임씨가 이날 편지에서 ‘아이 아버지가 채 총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은 채 총장이 ‘혼외 아들’ 문제 진실규명의 핵심인 것처럼 내세운 ‘유전자 검사’에 응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임 씨의 구체적인 해명이 나오면서 조선일보는 자사가 주장한 ‘혼외아들’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임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결정적 증거 등을 내놓아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의 한 기자는 “DNA검사만 이뤄지면 논란이 끝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사옥
 
한편 조선일보는 임씨의 편지를 받았으나, 한겨레가 보도하기 전까지 이를 보도하지 않아 그 배경에도 언론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임씨는 한겨레신문에 보낸 입장과 동일한 내용을 조선일보 측에 우편으로 전달했고, 조선일보 편집국은 한겨레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보도를 망설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10일자 보도에서 “채 총장은 지난 1999년 부산동부지청에 근무할 당시 한 여성과 만나 3년 뒤 아들을 낳아 몰래 길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첫날(6일) “채동욱 총장이 한 여성과 혼외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 여성과의 사이에서 아들을 얻은 사실을 숨겨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단정적으로 보도한 것과 달리, 최근 보도에선 ‘의혹’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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