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본격적인 회생 절차에 착수하게 됐다. 한국일보는 누적된 부채를 해소하고 경영정상화에 나설 전망이다. 앞으로 회생 절차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린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2부(이종석 수석부장판사)는 6일 한국일보에 대해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지난 8월 재산보전 결정 이후부터 한국일보의 보전관리인 역할을 맡아 온 고낙현씨를 제3자 관리인으로 선임했다. 고씨는 과거 한국일보가 워크아웃 절차를 밟을 때 주거래은행인 우리은행에서 한국일보에 파견돼 채권관리단장을 지낸 인물이다.
 
법원은 “고씨는 과거 한국일보 워크아웃 당시 수년간 채권관리단장을 맡아 회사 사정에 밝아 구조조정에 적합하다”는 점과 “보전관리인 선임 이후 한국일보의 정상발행 등 조속한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을 선임 배경으로 꼽았다. 법원은 “구 사주인 장재구 회장이 회사 업무와 관련한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사정을 고려해 제3자를 관리인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정상발행'을 알리는 8월12일자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노조의 고발 이후 장재구 회장의 편집국 폐쇄 등의 조치로 58일 동안 신문이 파행 발행됐다.
 
 
법원은 또 구 경영진 측에서 관리인으로 추천했던 이상석 전 한국일보 부회장을 구조조정 담당임원으로 임명했다. 한국일보 전·현직 사원들이 추천한 고씨가 관리인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구 경영진 측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일보 전·현직 사원 200여명은 임금과 퇴직금, 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며 채권자 자격으로 회생절차 개시신청을 낸 바 있다.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결정으로 한국일보는 본격적인 회생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은 회계법인을 통한 실사를 거쳐 계속기업가치(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판단해 회생 또는 파산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일보의 경우, 언론사라는 특성 등을 고려해 법원이 청산보다는 회생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예상되는 회생절차 경로는 크게 두 가지다. 정상원 언론노조 한국일보사지부 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통화에서 “자체적으로 빚을 갚아서 회생계획안을 만들고 (법원에서) 통과되는 방법이 하나 있고, 다른 하나는 M&A(인수합병)을 통해서 투자금을 새로 유입시켜서 회생계획안을 인가 받는 길이 있다”며 “어떤 식으로 할 건지는 아직 결정이 안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의 부채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700억원에 달한다. 200억원의 자본금은 수년째 잠식된 상태다. 이 때문에 독자회생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회생을 도모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고재학 전략기획실 제1실장은 9일 통화에서 “회생계획이 인가되기 전 M&A를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 한국일보 장재구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지난 8월5일, 장 회장이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국일보 비상대책위원회
 
 
고 실장은 “회생 절차에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회생계획안) 인가 전 M&A를 통해 인수자의 인수대금으로 채권을 변제하는 그런 방식을 추진할 것”이라며 “한국일보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건전하고 튼튼한 투자자를 유치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주요 일간지’라는 한국일보의 특성을 고려해 투자자의 적격성 여부도 함께 검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법원은 오는 25일까지 채권자 목록을 제출받아 다음달 11일까지 채권신고기간을 갖는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같은 달 31일까지 채권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1차 관계인집회는 12월13일에 열릴 예정이다. 465억원대의 배임·횡령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된 장재구 회장은 현재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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