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노조, “콘텐츠 경쟁력 아쉬워”
경향신문 노조, “콘텐츠 경쟁력 아쉬워”
만성적 인력난 문제로 지적…편집국장, “일상적 문제제기 해달라” 당부

경향신문이 일관된 편집 전략 없이 지면을 만들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다. 이슈에 대한 대응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 등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조호연 편집국장은 개선을 약속하는 한편, 평소에도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전국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지부장 권재현)는 4일 발행한 노보에 실린 ‘합설’에서 “경향신문 콘텐츠 경쟁력은 여전히 많은 면에서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부는 “우선 눈에 띄는 기사가 없다”며 “상품 구성이 지극히 평범한 종합선물세트를 받아든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단독 스트레이트 기사를 찾기 어려울 뿐 아니라 특정 사안에 대한 시각도 뻔해 독자들의 예상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부는 또 “기사 포장도 지극히 평이해 독자들의 시선을 끌어당기지 못한다”는 점과 “습관적인 포맷을 반복하는 기획시리즈 기사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지부는 이 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고질적인 ‘인력부족’과 변화된 업무 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제작 체계, ‘돌려막기’식 인력 배치 등을 꼽았다. 온라인과 모바일 등으로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확대됐고 콘텐츠 질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지면 제작 시스템이나 인력 운용 방식은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그대로”라는 것이다.
 
지부는 “인력은 그대로인데 하는 일의 범위는 점점 더 넓어지니 지면 경쟁력은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지금처럼 즉흥적 돌려막기 방식의 인력 배치로는 이슈를 주도하는 기사 작성은커녕 변화하는 흐름을 따라가기도 벅찰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문 지면의 유기적 구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슈나 주제에 따라 지면배치가 적절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1면에 지나치게 많은 기사가 배치돼 그날 신문의 ‘포인트’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달 7일 노조 독립언론실천위원회 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독실위원들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를 토대로 “하루하루의 지면을 독자들에게 내놓을 때 좀 더 유기적으로, 하나의 전략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인상보다는 그날그날 굴러가는데 급급하다는 인상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 4일 발행된 경향신문 노보 368호 4~5면
 
 
독실위 위원들의 이 같은 의견은 편집국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도 집중 논의됐다. 같은 날 조호연 국장과 강기성 편집에디터, 김종훈 사회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조호연 국장은 “전략을 갖고 일관성 있게 만드는 것이 쉽진 않겠지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 환수, 4대강사업 등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아쉬웠다는 의견이 제기돼 독실위원들과 데스크 사이에 토론이 이뤄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 보도에 대해 김종훈 사회부장은 “이슈를 뒤늦게 쫓는 과정에서 뒤져 보이는 부분이 있다, 실질적으로 더 잘하더라도 다른 언론사가 차려놓은 잔칫상에다 숟가락 얹는 꼴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몇 차례 관련 단독기사를 내면서 수사 흐름을 선도했지만, 타사의 ‘캠페인성’ 기사에 묻혀 눈에 잘 안 띄었을 수 있다는 것이다. 
 
4대강 보도에 대해 조호연 국장은 “타사가 완공 1주년이라고 해서 7월에 시리즈를 시작했는데, 일단 완공 1주년은 10월이라는 점에서 무리”라며 “게다가 4대강을 비판적으로 접근한 기사는 수없이 많이 썼는데 그 내용을 되풀이해서 쓰는 건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 대선개입 촛불집회 관련 보도는 ‘다소 과한 감이 있었다’는 독실위원의 지적도 제기됐다. 
 
한 독실위원은 “몇 차례 촛불집회의 규모와 반응을 볼 때 ‘국정원 사태에 대한 분노가 확산된다’기보다는 분노하는 사람의 파이는 한정돼 있고 그 안에서만 분노가 돈다는 느낌”이라며 “오히려 이 현실을 직시하고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조호연 국장은 “고교생과 교수까지 촛불집회에 참여하면서 뭔가 계기가 되는 때 같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종훈 사회부장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라도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밖에도 지면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독실위원들은 그래픽 개선, 과학 전담기자 보강, 증면 계획 논의, 경제·산업면 강화, 토요판 신문 개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조호연 국장은 “매일매일 지면을 제작할 때 현장에서도 보고 계속 의견을 내 줘서 신문을 잘 만들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 국장은 “일선에서 의견을 제시한다면 언제든 수용 가능하고 주요한 것도 다 바꿀 수 있다”며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당부했다 경향신문 노조의 독실위는 정기적으로 지면 평가를 진행해왔다. 국내 일간지들 중에서는 드물게 편집국장과 부장단을 참여시킬 만큼 역할과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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