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문 간부, 기자들 ‘성향’ 분류 논란
국제신문 간부, 기자들 ‘성향’ 분류 논란
편집국장 선거 개입 의혹…노조, “자진 사퇴해야”

부산에 위치한 지역일간지 국제신문의 한 간부가 기자들의 ‘투표 성향’을 분류해가며 편집국장 선거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담긴 문건이 뒤늦게 발견돼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자진 사퇴를 요구했고, 해당 간부는 선거개입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국제신문 박아무개 논설실장은 독자서비스국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1년 12월, 기사 작성과 출고를 위해 운용되는 통합데스크 프로그램에 ‘메모’를 남겼다. 당시 편집국에 근무하던 기자 65명의 이름을 적고, 이들을 크게 세 그룹으로 분류했다. 투표 성향에 대한 예측으로 보이는 문구들이 덧붙여졌다.  
 
18명으로 묶여 있는 첫 번째 그룹 끝에는 “4~5명 확보”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두 번째 그룹으로 분류된 기자들의 이름 끝에는 “중립 14명-9명 확보”라고 쓰여 있다. 세 번째 그룹 24명 기자들의 이름 끝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 그밖에도 3명의 기자들을 따로 묶어놓고 끝에 (X) 표시를 해놓거나, 6명의 기자들의 이름을 기록해놓은 뒤 “수습6명-3명 확보”라고 언급했다.
 
박 실장은 또 “타임테이블”이라는 제목 밑으로 “23일 입성 / 30일 명단 발표 / 1월13일 투표 / 1월20일 발령 / 1월26일 부장 / 1월27일 직원” 등의 내용을 기록했다. “네트워크”라는 제목 밑으로는 18명의 편집국 간부 및 기자들을 1~2명 단위로 묶어놓은 흔적도 나타난다. 
 
이 글은 게재일자가 ‘2013년 12월21일’로 되어 있었으나 수정시간은 2011년 12월25일로 기록됐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해당 게시글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노조(전국언론노조 국제신문지부)는 지난 7월 뒤늦게 이 같은 글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아무개 실장(당시 독자서비스국장)이 2011년 12월 말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
 
노조는 박 실장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7월, 이 같은 사실을 공개하며 “이번 문건은 (당시) 차 부사장의 향후 일정과 차기 편집국장 선거 전반에 관한 시나리오로 해석되기에 충분하다”며 박 실장의 해명과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박 실장은 노조의 문제제기에 대해 “개인적으로 단상을 적은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실장은 또 “그냥 회사의 미래와 관련해 생각나는 대로 적어본 것뿐”이라며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 누구에게 보여주거나 이야기한 적도 없다”고 노조에 해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이 같은 해명을 반박했다. 노조는 성명에서 “당시에 그가 무엇 때문에 편집국장 명단 발표일, 투표일, 부장과 직원의 인사 일정까지 짜보았다는 말인가”라며 “누군가를 위한 보고용이 아니고서 설명이 가능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문제의 글이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2011년 12월은 노조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벌이던 시기였다. 당시 지광스님(이정섭 회장)은 차승민 한국국제대학교 대외부총장을 부사장에 내정했으나 노조는 차 내정자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참여했던 경력이 있고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근 저지 등 50일 가량 강도 높은 투쟁을 벌였다.
 
당시 노조가 강경투쟁에 나선 배경에는 송 명예회장의 잇따른 ‘전횡’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었다. 2006년 최대주주가 된 지광스님(이정섭)이 ‘경영대리인’으로 선임한 송석구 사장은 2008년 임기를 2년 앞두고 가천의대 총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도 명예회장직을 유지하며 국제신문에 대해 경영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직속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던 2011년 9월에는 당시 권명보 사장에게 일방적으로 사표를 요구해 노조가 반발하기도 했다. 
 
강필희 지부장은 5일 통화에서 “(문건이 작성된) 그 때는 노조뿐만이 아니라 모든 간부들도 차승민 사장을 반대했다”며 “그런 와중에 (차 부사장의 출근을) ‘입성’이라고 분류한 것도 너무나 충격적이고 기자들을 이런 식으로 분류했다는 것도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그는 5일 통화에서 “개인적 메모일 뿐인데 이걸 마치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처럼 이야기 하는 건 사실과 너무나 안 맞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했다는 게 좋은 건 아니라고 보지만 (선거를 앞두고) 표 계산을 해볼 수 있는 것 아니겠냐”며 노조가 제기한 ‘배후설’을 부인했다.
 
박 실장은 또 “USB나 이런 걸 사용하지 않고 (날짜를) 몇 년 뒤로 해서 (통합 데스크프로그램을) 자료실로 쓴다. 그게 편하기 때문”이라며 “제대로 된 문건도 아닌데 기자들의 이름이 분류되어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조직적 개입으로) 매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오후 2시19분  기사 일부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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