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과 지난해 대통령후보였던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엮어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 신문과 종합편성채널은 둘 사이에 마치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처럼 묘사하는가 하면, ‘종북세력의 국회 진출을 민주당이 도왔다’는 프레임(개념 틀)으로 ‘종북’이란 화살을 민주당에게 겨냥하고 있다.

TV조선은 지난 3일 메인뉴스 <문재인과 이석기 '이상한 인연?'>이란 리포트에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은 2003년 3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 단체 구성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중 그 해 8월 광복절 특사로 풀려났다. 가석방 대상자 15만여명 가운데 유일한 공안사범이었고, 형기의 80% 이상을 복역해야 하는 가석방 요건에도 해당되지 않았다”고 설명한 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문재인 의원이었다”라고 보도했다.

TV조선은 “문재인 의원은 민혁당 사건으로 형을 살았던 이석기 의원이 광복절 특사로 두 번이나 혜택을 봤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어제는 이 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안 처리를 가능하게 하는 회기결정표결 때 기권했다.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걸까?”라며 추측성 보도에 나섰다. 마치 참여정부 시절 이석기 의원을 도왔던 문재인 의원이 이번에도 그를 감싸기 위해 기권을 했다는 프레임이다.

   
▲ TV조선 메인뉴스 9월 3일자 보도.
 
조선일보는 5일자 사설 <이석기가 여의도 마지막 종북 내란 세력인가>에서 “통진당 의원 6표를 빼고도 8명이 이석기 체포안에 반대표를 던졌다”며 “이 숫자는 지금 국회 안에 정상적 대한민국 국민의 정상적 판단과 생각을 달리하는 비상식적 정치인이 얼마나 되는가를 간접적으로 표시하고 있다”며 간접적으로 민주당을 겨냥해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국회는 스스로 이석기가 국회에 남아있는 마지막 종북 내란 세력인가를 묻고, 그 대답을 국민에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석기 의원 외에도 ‘종북’으로 판단되는 국회의원들은 국회 밖으로 쫒아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에 찬성안을 내놓자 이번엔 민주당 내 ‘종북세력’까지 색출하겠다는 엄포에 가깝다.

채널A도 지난 2일 종합뉴스 <통진당 넘어 민주로…‘이석기 사태’ 친노 책임론 부상>이란 리포트에서 “이들(민주당)이 감옥에 있던 이석기 의원을 밖으로 끌어내 금 뱃지를 달아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새누리당 입장을 리드로 전했으며, 리포트 말미에서는 “사건의 불똥이 통진당을 넘어 민주당 친노무현계로 튀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널A는 “문재인 의원은 체포동의안 처리 등을 위한 정기국회 회기 투표에 기권했다”고 보도한 뒤 이어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헌법 수호 책무가 있는 대통령까지 출마한 사람으로 과거 행적에 대해 사과 한마디 없이 기권했다.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고 보도했다.

   
▲ 채널A 종합뉴스 9월 2일자 보도.
 
동아일보는 5일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298명 의원 중 반대·기권·무효 31명)를 전하며 “통진당 의원을 포함해 전체 의원의 10% 이상은 이 의원의 체포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는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도하며 “민주당 문재인 유성엽 이인명 김용익 도종환 은수미 임수경 의원 등 7명은 표결에 기권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의원이 기권한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에서도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기사 어디에도 민주당 내 비판 여론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이 같은 조선·동아의 ‘이석기-문재인’ 프레임은 지난해 대선에서 48%의 지지율을 보였던 대선후보이자 차기 대선후보로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야권 인사에게 ‘종북’ 프레임을 덧씌우기 위한 속보이는 전략으로, 새누리당 전략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3일 홍지만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이런 사람(이석기)을 감형시키고 특사로 풀어주고 국회의원 만들어준 사람이 문 의원”이라고 말했다. 심재철 의원은 “2005년 반성문 한 장 없이 특별복권 됐다. 노무현 정권때 벌어진 일인데 과연 누구의 짓인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프레임을 두고 한겨레신문은 4일자 사설에서 “정치권에서 막가파식 색깔론, 막무가내식 책임론과 같은 억지주장도 많다. 주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석기 의원 수사를 틈타 야권을 몰아세우기 위해 내놓는 것들”이라고 전한 뒤 문재인 전 후보가 청와대 민정수석 시절 이 의원이 가석방된 것을 문제 삼는 일련의 보도에 대해 “과도한 몰아붙이기다. 이 의원의 가석방은 법 절차에 따라 진행되었을 뿐 문 전 후보가 이 의원에게 특혜를 베풀었다고 볼 근거는 현재로선 없다”고 지적했다.

조선·동아를 비롯한 보수언론의 이석기·문재인 관련 보도는 새누리당 프레임에 동조하는 것을 넘어서는 수준이어서 우려스럽다. 지난 대선에서 문 전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4일 CBS와 인터뷰에서 “사면은 법무부장관이 명단을 작성해 국무회의에서 승인된다. 이 과정에서 민정수석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며 관련 보도의 의혹제기를 일축했다.

현재 민주당에게 제기해야 할 합리적 비판은 다음과 같은 지적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폐지를 주장해온 국가보안법에 결국 동조한 셈이 아니냐는 질문에도 민주당은 답해야 할 형편이다. 국정원의 여론재판식 공안몰이에 속수무책으로 끌려가기만 한것이 과연 최선이었는가 하는 점도 되돌아봐야 한다.” (한겨레신문 5일자 사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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