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이 한국일보를 상대로 법원에 기사 삭제 및 게시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한국일보가 공개한 ‘5월 합정동 모임’ 녹취록을 삭제하라는 것이다. 또 한국일보 해당 기자와 사주 등을 상대로 검찰에 형사고소도 제기했다. 한국일보 측은 “(녹취록 공개는) 언론의 기능”이라고 밝혔다.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의원 10명은 3일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 및 공안탄압 규탄 대핵위원회 공동변호인단(대표 김칠준 변호사)’을 통해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신청서를 제출했다. 가처분신청 대상은 한국일보가 지난달 30일자 신문에 게재한 녹취록 요약 기사와 9월2일과 3일자 신문에서 공개한 녹취록 전문 기사다. 
 
공동변호인단은 가처분신청서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이를 다시 게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또 한국일보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매일 금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간접강제 내용도 포함시켰다. 공동변호인단은 “국정원이 수사 자료를 유출하고 언론이 이를 기사화하는 것은 심각한 기본권 침해 행위이자 범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사실 공표, 공무상 비밀누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한국일보의 사주와 해당 기사를 작성한 기자 등을 형사고소했다.  

   
▲ 한국일보 8월30일자 1면
 
 
이들은 “언론기관인 한국일보가 국가정보원의 피의사실공표,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범죄행위에 가담하여 헌법상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무죄추정의 원칙 등의 기본권을 침해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할 형사사법질서 자체를 형해화 시킨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지난 8월30일자 신문(1·2·3·5·6면)에서 녹취록을 요약해 게재했다. 또 지난 2일자와 3일자 신문 10·11면에서는 A4 62쪽 분량의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한국일보는 2일자 1면에서 “전문 공개 요구가 높고 녹취록의 진위 및 내란음모 혐의 적용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어 독자 여러분께 객관적인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일보 이계성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4일 통화에서 “이번 사안의 심각성과 엄중함을 봤을 때 이것은 국민들에게 알려서 국민의 판단과 이해를 돕는 것이 필요하고, 그게 언론의 기능이라고 봤다”고 녹취록 공개 배경을 설명했다. 
 
이석기 의원 측이 ‘국정원이 녹취록을 유츨했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는 “우리 기자가 적극적으로 취재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그 부분은 (해당 기자에게) 경위를 알아보지 않아서 언급할 부분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30일자 신문에서 해당 녹취록을 29일 한국일보가 입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 한국일보 9월2일자 1면
 
 
이계성 국장직대는 “법정에서 우리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녹취록 삭제 여부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통합진보당 김미희·김재연 의원은 같은 날 문화일보와 디지틀조선일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이들 신문은 지난달 29일 국정원은 “두 의원도 ‘RO(혁명조직)’의 조직원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단순 조직원으로 보고 전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두 의원은 “RO라는 조직의 실체를 알지도 못하며 당연히 그 조직의 조직원이 아님에도 명확한 출처를 밝히지 않고 국정원으로부터 전해들은 것만을 근거로 사실확인 의무를 다하지 않은 채 사실인 것처럼 기사를 작성해 게재했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의원은 또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김 의원은 3일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 김재연 의원에 대해 “RO 조직원이라는 사실이 지금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태 의원은 김재연 의원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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