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내부에서 편집국장 직선제를 통해 편집권을 독립시키자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말 한마디와 모든 정책 실행을 어떤 비판적 관점에도 투영하지 않은 채 앵무새마냥 지면에 넣고 좋게만 해석하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서울신문지부가 공보위를 통해 밝힌 서울신문의 현재모습이다. 지난 6월 1일~24일동안 서울신문은 1면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모두 8회 실었다. 같은 기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가 4회, 중앙일보는 2회에 그쳤다.

서울신문지부는 8월 14일자 공보위에서 “최근 서울신문은 청와대와 여당에서 월급과 보너스를 받던 80년대 관보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발표기사가 지면의 대부분이고 발굴기사의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의 한 기자는 “과거에는 편집국장이 바뀌면 부장들이 지면을 차지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발제하고 기자들에게 단독과 기획을 요구했는데 최근에는 이런 요구가 없다”고 밝혔다.

왜일까. 노조는 2009년 편집국장 직선제 폐지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편집국장 직선제도는 2000년 서울신문 소유구조 개편(우리사주조합 39.0%, 기획재정부 30.5%, 포스코 19.4%, KBS 8.1%)과 함께 도입되며 정부출자신문으로서 사내 편집국 독립을 위한 장치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 이후 ‘줄서기’ 폐해가 나타나는 등 한계가 지적됐고, 2009년 경영진은 전 사원 총투표를 부쳐 편집국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동의제로 돌아섰다.

   
▲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서울신문 건물.
 
2001년 서울신문 노조위원장을 역임했던 강성남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서울신문 구성원들은 직선제로 겪을 수 있는 부작용은 다 겪어봤다”며 “사원들이 부작용을 피해 운영할 수 있는 시점이 됐을 때 임명동의제로 바뀌었다. 그 후 최소한의 편집국 자정능력과 토론문화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연차가 낮은 서울신문의 한 기자는 “지금 구조는 기자들이 편집국의 주인이란 생각을 갖기 어렵다. 직선제가 있으면 편집국장이 사장과 기자 양쪽의 눈치를 보겠지만 지금 구조에선 사장 눈치만 보면 된다. 신문이 편집국 성원의 의사소통으로 만들어져야 하는데 지금은 일방적이다. 이 시스템에서는 희망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이창구 서울신문 노조위원장은 “한국일보 편집권 독립 투쟁 이후 모두 편집권을 고민하는 시기에 서울신문만 무풍지대다. 직선제가 만병통치약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편집국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고 편향성에서 벗어나 신문의 중심을 잡기 위해선 직선제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노사는 지난 30일 편집국장 직선제를 놓고 사장 주최 간담회를 가졌지만 입장차만 확인했다. 서울신문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정해진 것은 없다. 사장께서 이야기를 들었으니 판단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직선제 폐지 당시 전 사원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폐지를 결정했다”며 “직선제도는 장·단점이 있다. 임명동의제 역시 마찬가지다. 문제는 제도보다 운영과 사람의 문제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 소유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서울신문이 언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은 편집국장 직선제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창구 위원장은 “최근 사장이 자신을 데려온 현직사주조합장을 편집국장에 지명하는 전횡을 목도하며 직선제의 효용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철휘 서울신문 사장은 취임 이후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자유롭고 활기 넘치는 분위기 속에 좋은 기사가 나온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신문을 만들어주면 고맙지만 좀 더 자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간섭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철휘 사장 말대로 편집국이 운영되기 위해서라도 직선제 논의 같은 편집권 독립방안이 구체적으로 등장해야 할 시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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