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방송예정이던 KBS 2TV <추적 60분>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 판결의 전말’ 편이 결국 불방됐다. 지난해 9월 ‘제미니호 장기피랍’편 이후 1년만의 불방이다. 국정원이 주도하고 있는 공안정국에서의 석연찮은 결정이어서 논란이 불가피하다. 31일 <추적 60분> 방송 시간에는 KBS 대전방송총국이 제작한 다큐멘터리 <모네상스>가 긴급 편성됐다.

백운기 KBS 시사제작국장은 30일 오후 6시 30분 경 제작진에게 “31일 방송예정인 <추적60분>이 사전심의결과 방송보류판정을 받았다. 심의실은 이 사건이 1심 판결만 끝나고 최종판결이 나지 않은 재판계류 중인 사건으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장 1절에 따라 방송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해당 규정에는 ‘재판이 계속 중인 사건을 다룰 때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해서는 안 되며 이와 관련된 심층취재는 공공의 이익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 같은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의 입장에 대해 <추적60분> 제작진은 “담당 심의위원과 심의실장을 찾아가 강력히 항의했다. 소송중이라는 이유로 방송을 안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심의실 논리대로라면 이석기 의원과 통합진보당 또한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방송하면 안 된다”라며 이번 불방사유를 두고 “한 마디로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우리의 기본 입장은 다음 주 토요일 방송은 꼭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KBS 경영진은 이번 결방사태에 대한 엄중함을 받아들여 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속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만약 <추적60분>이 9월 첫째 주에 방송되지 않을 경우 해당 방송 편은 영원히 불방 될 가능성이 높다. KBS <추적60분>은 내부적으로 현재 보도본부 소속에서 제작(TV)본부로 이관되는 것이 논의되고 있었다. 이 경우 CP와 제작진 상당수가 교체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추적60분>은 추석 주간을 포함해 오는 10월 18일까지 새 제작진을 꾸리기 위한 휴지기를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다.  

<추적60분> 제작진은 당초 31일 방송을 목표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무죄판결의 전말’ 편을 제작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제작편집까지 끝난 상태에서 백운기 시사제작국장이 제작진에게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수사를 거론하며 ‘예민한 시기에 악용당할 수 있다’며 불방을 시사했다. 이에 제작진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제작자율성 침해를 주장하며 반발했지만 불방을 막지 못했다.

   
▲ 30일 현재 KBS '추적60분' 화면 갈무리.
 
이번 불방논란을 두고 30일 KBS본부 노조는 “<추적60분>이 취재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은 국정원의 무리한 간첩기소를 다룬 내용으로 법원의 무죄판결을 계기로 공권력의 남용을 고발하는 내용”이라면서 “사건 자체가 이번 통진당의 국정원 수사와는 전혀 별개의 건”이라고 지적한 뒤 “백운기 국장이 억지로 통진당 사건과 연결해 이 아이템을 결방시키려는 의도는 명백하다. 현재 통진당의 내란 음모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국정원의 신뢰에 조금이라도 흠을 내지 않겠다는 정략적인 발상”이라 비판했다.

<추적60분> 제작진 또한 30일 성명에서 “약 3개월간 국내외 취재를 거쳐 편집은 물론 VCR 제작까지 마무리를 한 상황이었고, 방송을 바로 이틀 앞 둔 시점이었다”며 석연찮은 불방과정을 설명하며 “사측은 방송 이후의 ‘정치적 영향’에 대해 분에 넘치는 걱정을 하고 있다. <추적60분> 방송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인데, 방송 이후 ‘제 3자가 방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게 될’ 것을 걱정할 게 아니라, 우리 내부에서 방송을 ‘정치적으로 조종하려는’ 그 무엇을 걱정해야 하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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