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조선일보 한국일보가 ‘통합진보당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회합 대화록’ 요약본을 지면에 게재했다. 서울신문은 감청을 통해 확보한 RO조직의 대화내용이 여러 건이고, 이중 3건에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국정원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언론은 적어도 2번 이상 종이신문 2~3면에 녹취록 요약본을 추가로 게재할 것으로 보인다.

- 조선일보 2면 <이석기 “北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이야… 南은 다 반역이야”>

- 한국일보 5면 <“북한은 모든 행위가 다 애국적… 지배세력의 60년 정세 무너뜨려야”>

한국일보는 주요참석자로 이석기 의원,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 전 수원시 위원장, 박민전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우위영 진보당 전 대변인, 김양현 진보당 평택을 위원장, 김석용 안산 상록갑 부위원장, 홍성규 대변인, 최진선 화성을 부위원장,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 지부장,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윤용배 전 민주노총 사무처장 등을 거론했다. 한국일보는 이 모임의 회합이 지난 5월 12일 오후 9시부터 3시간 동안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M수사회 교양관 지하 1층 강당에서 이루어졌다고 소개했다.

녹취록이 언론에 건네진 29일, 국가정보원은 수원지검 수사전담팀에 이석기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내란음모 및 찬양고무 등의 혐의다. 경향신문은 “현역 국회의원에 대해 내란음모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혐의 입증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갈린다. 첫째, 무기 준비, 시설 파괴 등 발언은 이석기 의원이 아니라 참석자들이 이 의원 강연 뒤 한 것이다. 둘째, 이 발언을 실질적인 내란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국정원은 자신하고 있지만 의견은 갈린다.

다음은 8월 30일자 아침종합신문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진보당 이석기 사전영장 신청>
국민일보 <“경기동부연합 6~7명 최소 2차례 밀입북 포착”>
동아일보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혐의 사전구속영장>
서울신문 <“감청영장 받아 ‘이석기의 RO’ 대화 수집”>
세계일보 <“인터넷서 총기·폭탄 제조 공부… 군사적 준비 갖춰야”>
조선일보 <이석기 “정치·군사적으로 전쟁을 준비하자”>
중앙일보 <이석기 체포동의서 곧 국회 제출>
한겨레 <“이석기, 총기·시설 타격 발언 안 했다”>
한국일보 <이석기 “전쟁 준비하자… 군사적 체계 잘 갖춰라”>

   
▲ 조선일보 1면
 
이석기 의원 주요발언

언론이 공개한 녹취록 요약본에는 “전쟁에 대한 정치, 군사적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나와 있다. 녹취록 요약본에 따르면 이석기 의원이 강의를 했고, 몇몇 그룹이 강의 내용에 코멘트를 달았다. 이 자리에서 이석기 의원은 “현 정세는 새로운 단계로 가는 낡은 지배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단계로 대격변기이며 대변환기”라고 규정했다. 그는 “종국적으로 조선 민족으로 표현되는 자주 역량이 힘에 의해서 승리로 가는 국면은 분명하다”며 “고난을 각오하라.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각오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언론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의원은 “전쟁이 구체화되고 살인과 살의와 모략과 민족적 재난을 일으킬 수 있는 침략의 마수와 침략의 노골적인 생각이 적나라하게 논의되고 있는데, 이걸 정면으로 침략의 본질을 **하지 않고 저놈들의 군사력, 폭력적인 자행되는 범죄를 **한 채 과연 평화라는 게 존재하는가?”라며 사상적 무장, 정치·군사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이어 “오는 전쟁 맞받아치자. 시작된 전쟁은 끝장을 내자 어떻게? 빈손으로? 전쟁을 준비하자. 정치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녹취록에 쓰여 있다.

이석기 의원은 강의 말미에 “정리하면 필승의 신념으로 무장하는 문제. 그러나 정치 군사적 준비 체계를 잘 갖추어서 물질 기술적 토대를 굳건히 하는 거예요”라고 요약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자주된 사상, 통일된 사상, 미국놈을 몰아내고 새로운 단계의 자주적 사회, 착취와 허위없는 그야말로 조선 민족의 시대의 꿈을 만들 수 있다. 그 꿈을 2013년 하나의 주장이 아니라 하나의 물리적 힘으로 한두 사람의 발언과 결의가 아니라 전국적 범위에서 새로운 미래를 구축하기 위한 최종 결전의 결사를 하자는 거다. 이 또한 얼마나 영예롭지 않은가”라고 덧붙였다.

내란음모죄 성립? “이석기는 폭동 지시하지 않았다”

A4용지 62쪽 분량의 녹취록 요약본을 입수해 보도한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이석기 “전쟁 준비하자… 군사적 체계 잘 갖춰라”>에서 “국가정보원이 내란음모 혐의로 수사 중인 지하혁명조직(Revolution OrganizationㆍRO)이 지난 5월 12일 회합에서 무기 확보, 기간시설 타격, 기간시설 종사자 포섭 등의 방법을 구체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내란음모 혐의는 최근의 판례가 없어서 이 녹취록만으로 혐의 입증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발언 내용은 일반인의 상식을 뛰어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겨레는 이석기 의원이 총기 준비, 시설 타격 발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한겨레의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이석기, 총기·시설 타격 발언 안했다”>이다. 한겨레는 “이 의원이 ‘강연’을 통해 큰 방향을 제시한 것은 맞지만 이 의원이 했다고 알려진 발언을 그가 한 것은 아니었다”는 사정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통합진보당 관계자도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한테 들어보니 참석자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한 내용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3면
 
경향신문은 3면 기사 <내란음모 입증되려면 ‘단순한 말’ 아닌 ‘실질적 위험성’ 존재해야>에서 “법률 전문가들은 국헌문란을 위해 폭동을 일으키겠다는 ‘목적’, 폭동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계획’, 폭동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 등이 있을 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말한다”며 논의한 내용을 가지고만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도했다.

이 혐의가 성립하려면 국헌을 문란하게 할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실제로 범행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내란음모가 성립되려면 조직의 강령이나 (내란을 모의하는) 연판장을 돌린 사실이 확인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호중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조건이 전쟁이 발발할 경우라고 돼 있는 걸로 봐서는 내란에 관한 계획이 구체적인 수준에서 수립돼 있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내란이 아니라 ‘소요’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란죄가 되려면 단순히 국가기간시설 몇 개를 습격하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며 “130여명이 국가기간시설 몇 곳을 급습하는 것은 내란보다 형법상 소요에 가깝다”고 했다.

   
▲ 한겨레 1면
 
한겨레는 “이 모임이 북한을 이롭게 하는 성격이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정보원이 압수수색영장에 적시한 '내란음모'에 이를 만한 수준인지에 대해선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라고 봤다. 반면 한국일보는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국정원에 힘을 실어줬다. 한국일보는 “실제 한국일보가 입수한 녹취록에서도 폭동을 계획했다는 정황들이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며 참석자들의 관련 발언을 예로 들었다.

국정원이 내밀 다음 카드는?

한국일보는 음성파일과 동영상도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특히 이 녹취록의 각 발언에는 음성 파일인 ‘MP3’뿐 아니라 음성·영상 파일인 ‘MP4’ 표시가 돼 있다”며 “국정원이 녹화 동영상도 확보했다는 의미여서, 이날 회합의 참석자 가운데 국정원 측 조력자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국정원은 녹취록 외에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국정원은 스스로 수차례 ‘감청’했다고 밝혔다. 서울신문은 <국정원, 이석기 지하조직 3년간 감청 대화 수집>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가정보원이 검찰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2010년부터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인 RO 조직원들의 대화와 전화통화 내용 등을 감청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국정원은 여러 건의 감청 작업을 수행하면서 이 의원 등의 내란 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녹취록을 최소 3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석기 의원은 국회에서 “나에 대한 국정원의 혐의 내용 전체가 날조”라고 반박한 바 있다. 녹취록의 진위 여부와 함께 녹취록 요약본의 짜깁기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석기 의원은 “국기문란 사건의 주범인 국정원이 진보와 민주세력 탄압을 하고 있다”며 “탄압이 거셀수록 민주주의의 불꽃은 더 커질 것이고, 종단에는 국정원이 무덤에 파묻힐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 또한 같은 날 프레스센터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날조’ 가능성을 강조하며 “진보세력에 혐오를 주기 위한 비이성적 매카시즘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링크: 연합뉴스 8월 29일자 <공안탄압대책위 “시대착오적 내란음모 조작 중단해야”>]

아니면 말고 식 추측성 보도, 토끼몰이식 보도 넘쳐나

이른바 ‘RO 녹취록 요약본’이 공개된 가운데 언론은 끼워 맞추기 보도를 계속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RO에 대해 보도하며 “외부에는 ‘산악회’로 위장한 RO의 조직원들은 이 의원의 말 한마디에 꼼짝 못하는 분위기를 보여 왔다”며 “조직에서 이 의원의 위상은 절대 권력자 같았다”는 공안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석기 의원의 한 마디에 모임이 취소됐다는 일화도 ‘출처 없이’ 내보냈다. [관련기사 링크: 조선일보 2면 기사 <“절대 권력자 이석기… 한마디에 RO 모임 취소”>]

서울신문은 <이석기, 정부부처에 ‘전방위’ 자료 요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녹취록 관련 보도와 같은 지면에 편집했다. 녹취록에 통신시설과 유류시설을 폭발하겠다는 발언이 있다는 보도 이후 나온 기사다. 이 같은 기사 배치의 행간은 ‘이석기 의원이 내란음모를 실행하기 위해 국회의원의 지위를 이용해 정부부처에 자료를 요청했다’는 것.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의 활동까지 이번 사건에 모두 끼워 맞추는 보도다.

   
▲ 한국일보 1면
 
한국일보는 RO의 자금에 대한 추측성 보도를 내놨다. 한국일보는 1면 <“해외 자금책, 유로화를 RO에 혁명자금으로 송금”> 기사에서 “한국 국적이 아닌 제3의 인물이 해외에서 유로화 등 외화를 보내 ‘혁명자금’을 조성한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국정원은 28일 이 의원의 주거지 압수수색 때 신발장에서 나온 1억4000만원도 이 자금의 일부로 보고 자금의 출처를 추적 중”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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