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4대강 사업은 대재앙”이라며 4대강사업의 총체적 실패를 보도했던 동아일보가 하루 만인 27일 보도에서는 “어느 누구도 4대강 사업에 대한 섣부른 평가를 삼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갈지(之)자 보도 태도를 보였다. (관련기사 : “4대강 사업은 대재앙” 뻔뻔한 동아일보

동아일보는 26일 1면 머리기사에서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에 영향을 줘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관계자 말을 인용해 “4대강 사업에서 3조 9천 억 원을 수질 개선에 투입했는데도 오히려 수질이 나빠졌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다름없다는 증거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동아일보는 또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국토부가 최소 수심을 대운하 안(6.1m)과 유사하게 결정한 사실을 (7월) 밝혀냈다”고 보도했다.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강을 너무 깊이 파 수위가 높아졌고 이 때문에 보를 개방하면서 강물의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가 강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고 전했다.

   
▲ 동아일보 26일자 기사.
 
   
▲ 동아일보 26일자 기사.
 
4대강 사업을 홍보해온 과거와 달리 이명박 정부 최대 국책사업의 총체적 실패를 지적한 이날 보도는 언론계에서 회자되며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그런데 27일 동아일보는 26일과는 또 다른 보도를 보이며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동아일보는 27일 보도에서 4대강 사업 찬성입장에 있는 국토부와 이명박정부 측의 입장을 전날과 달리 비중 있게 담으며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놓고 공방이 오고가는 식으로 묘사했다.

‘보의 수문 개방 시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것’이란 전날 보도에 대해선 황폐화의 극단적 상황인 ‘4대강 주변 지하수 고갈’에 대한 반론을 주로 담았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해온 쪽에서 공식적으로 주장한 한 적도 없는 ‘4대강 주변 지하수 고갈’을 4대강 찬반입장의 쟁점으로 세운 것이다.

동아일보는 “이인근 대한토목학회 토목연구소장은 보위 수문을 개방해도 강 주변 지하수가 강으로 모두 빨려가지 않고 지하수 수위는 낮아졌다가 회복된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 반대론자인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도 (16개 보) 수문을 열어 지하수 수위가 전체적으로 떨어져도 지하수가 고갈될 위험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27일자 기사 .
 
이 같은 보도에 대해 박창재 환경운동연합 활동처장은 “지하수 고갈을 주장한 적이 없다. 오보다”라고 말한 뒤 “낙동강을 순찰하면서 마을 간이상수도의 수위가 내려간 적은 있는데 고갈까지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4대강 주변 녹조에 대해서는 사업 찬반 양쪽 입장을 전하면서 “찬성론자들은 녹조가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4대강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반도의 아열대화 같은 기후변화도 녹조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반론 역시 하나마나한 것이다. 4대강 사업으로 댐을 만들면서 녹조가 발생하지 않던 곳에 거대한 녹조가 생긴 것이 문제인데, 위와 같은 일반론은 문제를 해명하는 것과는 동떨어져있기 때문이다.

동아일보는 또 홍수와 태풍 피해예방 효과가 없다는 환경단체 주장에 대해 “태풍 볼라벤과 덴빈이 우리나라를 강타한 지난해 8월 말 4대강 유역의 여름철 하천 최고 수위는 보를 설치하기 전인 2008년~2009년 여름보다 평균 3m가량 낮아졌다”, “2011년 장마 기간에 4대강 유역에서 발생한 재산 피해액은 945억 원으로 강수량이 비슷한 2006년 피해액의 16분의 1수준에 불과했다”는 국토부 주장을 실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황인철 녹색연합 4대강 팀장은 “2011년 당시 철교가 무너지고 구미에선 단수사태가 났지만 이런 것들은 수해피해로 집계가 안 됐다. 공사 중 벌어졌기 때문이다. 피해액을 제대로 산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황인철 팀장은 또 “4대 강의 본류는 대부분 치수가 이미 완비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홍수피해가 많지 않은 지역이다. 문제는 소하천·지류하천과 도심지의 홍수피해인데 정부는 전체 홍수피해의 3%규모에 불과한 본류에 과도하게 치수사업을 했고, 정착 필요한 곳에는 치수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의 ‘4대강 살리기’ 보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4대강 사업을 정치적 논란으로 몰고 가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행태”라는 이명박 정부 측 입장을 상세히 전했다. 이 신문은 또 “전직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하수 고갈이라니…어처구니가 없다. 태국의 물 관리사업 수주를 앞두고 여권 일각에서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정부 고위관계자란 익명을 이용해 극단적 용어로 4대강 사업을 폄훼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 동아일보 27일자 사설.
 
동아일보는 이날 <4대강 평가, 정치는 빠지고 과학에 맡겨라>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짧은 기간에 극과 극으로 엇갈리고 있으니 국민은 혼란스럽다”고 언급한 뒤 “행여 청와대나 박근혜 정부의 핵심 인사들이 이명박 정권과 차별화하기 위해 (4대강 사업에 대해) 박한 평가를 하는 것이라면 정부의 신뢰를 깎는 자충수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이어 “4대강 사업은 정권이나 정파, 이념이 아니라 오로지 과학에 근거해 평가해야 한다”며 “조사평가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어느 누구도 섣부른 평가를 삼가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 같은 사설내용에 비춰볼 때 동아일보의 4대강 사업 관련 보도는 사업 홍보와 반대진영 폄훼를 거쳐 일시적으로 비판여론에 합류했다가 4대강 사업 비판을 방어하는 식으로 돌아섰다.

이 같은 보도와 관련, 동아일보의 한 기자는 “어제(26일) 기사 이후 반향이 컸다”고 말한 뒤 “정권이 바뀌니 4대강 사업에 대한 입장이 완전히 돌아서는 것 같아 후속은 쓰되 충분히 양쪽 입장을 담자는 의견이 편집회의에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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