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는 26일 1면 머리기사에서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에 영향을 줘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관계자 말을 통해 “4대강 사업에서 3조 9천 억 원을 수질 개선에 투입했는데도 오히려 수질이 나빠졌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다름없다는 증거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3면 머리기사에서 4대강 사업을 ‘대재앙’으로 규정한 정부 고위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이런 대재앙이 초래됐는데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보도하며 “4대강 사업비 22조 원 중 수질 개선에 3조 9천 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녹조가 생기고 수질이 더 나빠진 것은 거액의 예산을 낭비한 것”이라고 전했다.
▲ 동아일보 26일자 3면 기사. | ||
지난 9일만해도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보가 녹조를 유발한다고 판단했다면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대책도 함께 내놓는 게 환경장관의 의무”라며 녹조현상에 대한 비판을 애써 반박하는 투로 언급한 뒤 “4대강 사업의 공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뭄과 홍수조절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며 4대강 사업을 옹호했다.
하지만 26일자 동아일보의 보도는 지금까지 환경단체와 야당 등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사람들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과거의 보도와 정반대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가장 앞서서 홍보하며 합리적 비판을 정치적 반대로 폄훼해왔다.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은 2011년 11월 30일자 칼럼에서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벌인 광우병 투쟁, 4대강 투쟁, FTA 투쟁은 ‘잘못된 3대 반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 주장했으며, 그해 9월 7일 칼럼에선 “4대강 반대운동을 해온 사람들도 고향 오가는 길에 한 번쯤 (4대강 사업지역에) 들러 조금은 따뜻한 눈으로 변모한 강을 바라봐 주었으면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악습은 이제 끊어낼 때도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동아일보 2011년 11월 30일자 칼럼. | ||
김재영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는 2012년 5월 17일 기사에서 “예년보다 많은 집중호우가 있었지만 4대강 정비 덕분으로 홍수 피해는 줄었다. 민관(民官) 합동점검 결과 보완해야 할 점이 없진 않지만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동안 국내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생산적 논란이 반복돼 왔다. 그때마다 반대론자들은 과학적 근거도 없는 괴담과 선동을 유포하며 일방적으로 사업을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2012년 5월 17일자 기사. | ||
동아일보의 보도는 새 정부가 출범하며 조금씩 달라졌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첫 감사결과가 나왔던 1월 18일에는 “태국 등 해외에 수출하려던 4대강 사업 관련 프로젝트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감사원의 주장과 4대강추진본부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보도했다. 1월 21일에는 <4대강 규명, 野 “국정조사” 與 “상임위 조사”>란 기사를 통해 감사 결과를 정치권 공방으로 묘사했다.
▲ 동아일보 7월 11일자 31면 사설. | ||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동아일보에게도 해당된다. 동아일보의 수년 간 보도와 달리 4대강 사업의 총체적 실패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었고, 반대를 위한 반대도 아니었다.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이 4대강 사업을 찬미하는 사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15개보에서 바닥 보호공이 유실·침하됐고, 12개보는 수문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홍수 위험은 증가했고, 낙동강엔 녹조가 떠다닌다. 언론이 공공의 이익을 외면한 결과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은 “동아일보도 더 이상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안고 갈 수 없었을 것이고 현 정부의 입장과도 맞추려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면 좌파로 매도했던 동아일보는 지금이라도 반성해야 한다. 갑자기 이런 식으로 태도를 바꿔 시류에 편승하는 보도가 좋아 보일 리 없다. 오늘 동아일보 보도야말로 정치적이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