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사업 전도사’를 자처하며 반대세력을 ‘좌파’로 몰아붙였던 동아일보가 26일 지면에서 “4대강 사업은 대재앙”, “4대강 사업은 사실상 대운하 사업”이라 보도하며 MB정부 최대 국책사업의 총체적 실패를 인정했다. 과거 동아일보 지면을 돌이켜보면 오늘 지면은 ‘뻔뻔함’ 이상이다. 동아일보는 4대강 사업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는 지적도 있다.

동아일보는 26일 1면 머리기사에서 “4대강 보의 수문을 개방할 경우 지하수에 영향을 줘 주변 토양이 황폐화될 우려가 있다”며 정부관계자 말을 통해 “4대강 사업에서 3조 9천 억 원을 수질 개선에 투입했는데도 오히려 수질이 나빠졌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이 대운하 사업과 다름없다는 증거도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3면 머리기사에서 4대강 사업을 ‘대재앙’으로 규정한 정부 고위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이런 대재앙이 초래됐는데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보도하며 “4대강 사업비 22조 원 중 수질 개선에 3조 9천 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녹조가 생기고 수질이 더 나빠진 것은 거액의 예산을 낭비한 것”이라고 전했다.

   
▲ 동아일보 26일자 3면 기사.
 
이 신문은 이어 “감사원은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국토부가 최소 수심을 대운하 안(6.1m)과 유사하게 결정한 사실을 (7월) 밝혀냈다”며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강을 너무 깊이 파 수위가 높아졌고 이 때문에 보를 개방하면서 강물의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가 강으로 빨려 들어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지난 9일만해도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보가 녹조를 유발한다고 판단했다면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하고 대책도 함께 내놓는 게 환경장관의 의무”라며 녹조현상에 대한 비판을 애써 반박하는 투로 언급한 뒤 “4대강 사업의 공과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가뭄과 홍수조절 효과는 분명해 보인다”며 4대강 사업을 옹호했다.

하지만 26일자 동아일보의 보도는 지금까지 환경단체와 야당 등 4대강 사업에 반대해온 사람들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한 것으로, 과거의 보도와 정반대다. 동아일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사업을 가장 앞서서 홍보하며 합리적 비판을 정치적 반대로 폄훼해왔다.

배인준 동아일보 주필은 2011년 11월 30일자 칼럼에서 “이명박 정부를 겨냥해 벌인 광우병 투쟁, 4대강 투쟁, FTA 투쟁은 ‘잘못된 3대 반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 주장했으며, 그해 9월 7일 칼럼에선 “4대강 반대운동을 해온 사람들도 고향 오가는 길에 한 번쯤 (4대강 사업지역에) 들러 조금은 따뜻한 눈으로 변모한 강을 바라봐 주었으면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대를 위한 반대’의 악습은 이제 끊어낼 때도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 동아일보 2011년 11월 30일자 칼럼.
 
황호택 동아일보 논설주간은 2010년 7월 4일자 칼럼에서 “환경단체들은 보를 만들면 강물이 썩는다고 주장하지만 위아래로 움직이는 개방보가 하층수를 빼주기 때문에 물이 썩을 염려는 없다”고 주장했으며, “하굿둑과 보와 댐을 건설하면 무조건 환경파괴라는 인식에는 치수와 이수라는 개념이 들어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천주교 주교회의의 4대강 사업 비판을 두고는 2010년 3월 28일자 칼럼에서 “정책 비판 용기와 전문성은 별개”라고 폄훼했다.

김재영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는 2012년 5월 17일 기사에서 “예년보다 많은 집중호우가 있었지만 4대강 정비 덕분으로 홍수 피해는 줄었다. 민관(民官) 합동점검 결과 보완해야 할 점이 없진 않지만 보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동안 국내 대규모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생산적 논란이 반복돼 왔다. 그때마다 반대론자들은 과학적 근거도 없는 괴담과 선동을 유포하며 일방적으로 사업을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 동아일보 2012년 5월 17일자 기사.
 
그러나 동아일보는 26일자 보도에서 이 같은 과거의 보도를 스스로 부정한 꼴이 됐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은 “동아일보는 4대강 찬성 사설을 가장 많이 낸 언론사다. 4대강 사업에 의심을 품으면 좌파라고 했던 동아일보가 지금처럼 4대강 사업을 비판할 자격이 있나”라고 되물었다.

동아일보의 보도는 새 정부가 출범하며 조금씩 달라졌다. 4대강 사업에 대한 첫 감사결과가 나왔던 1월 18일에는 “태국 등 해외에 수출하려던 4대강 사업 관련 프로젝트에 빨간불이 켜졌다”며 감사원의 주장과 4대강추진본부의 입장을 기계적으로 보도했다. 1월 21일에는 <4대강 규명, 野 “국정조사” 與 “상임위 조사”>란 기사를 통해 감사 결과를 정치권 공방으로 묘사했다.

   
▲ 동아일보 7월 11일자 31면 사설.
 
두 번째 감사결과가 나왔던 7월 11일엔 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감사원 발표는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국민에게는 사업 중단을 선언해 놓고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양건 감사원장은 올해 1월 4대강 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가 ‘새 정권 눈치 보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독립기관인 감사원이 정권이 바뀔 때에만 팔을 걷어붙이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비판은 동아일보에게도 해당된다. 동아일보의 수년 간 보도와 달리 4대강 사업의 총체적 실패는 정쟁의 대상이 아니었고, 반대를 위한 반대도 아니었다.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들이 4대강 사업을 찬미하는 사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가운데 15개보에서 바닥 보호공이 유실·침하됐고, 12개보는 수문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됐다. 홍수 위험은 증가했고, 낙동강엔 녹조가 떠다닌다. 언론이 공공의 이익을 외면한 결과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은 “동아일보도 더 이상 4대강 사업의 실패를 안고 갈 수 없었을 것이고 현 정부의 입장과도 맞추려는 것 같다”고 지적한 뒤 “4대강 사업을 비판하면 좌파로 매도했던 동아일보는 지금이라도 반성해야 한다. 갑자기 이런 식으로 태도를 바꿔 시류에 편승하는 보도가 좋아 보일 리 없다. 오늘 동아일보 보도야말로 정치적이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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