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교사가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종북척결'이라고 적힌 문구를 들고 있는 학생들의 사진을 올리는 등 공개적인 정치활동을 벌여 논란이 예상된다.

송탄제일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박모 씨는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가 찍은 인증샷"이라며 송탄중학교 학생 한명이 교실에서 "종북척결, 종북검사구속, 촛불총장구속 송탄제일중학교"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서 있는 사진을 올리고 일간베스트 사이트에도 사진이 게시된 인터넷 주소를 연결시켜놨다.

이 밖에 박씨는 페이스북에서 같은 문구의 종이를 들고 있는 학생 4명의 사진을 연달아 올리고, 자신도 교무실 책상에 앉아 같은 내용의 문구를 들고 있는 '인증샷'을 올렸다.

박씨는 학생들 사진에 대해 '대한민국 안보교육의 메카 나라사랑봉사단'이라는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찍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씨의 페이스북 대문에는 파란색 정장을 입은 사람이 빨간색 정장을 입은 사람을 주먹으로 때리는 그림이 그려져 있고 "얘들아, 정의를 위해서 쓰는 주먹은 폭력이 아니다. 국가의 적과 싸우지 않는 자는 이 나라에서 살 자격이 없는 국민이다"라는 문구를 적어놓고 있다.

박씨의 활동은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활발하다. 박씨는 지난 23일 대학로에서 팟캐스트 <저격수다> 진행자 장원재 박사와 미디어워치 변희재 대표, 한국자유연합 김성욱 대표를 강연자로 초청해 열린 '자유콘서트'에 참여해 강의 내용을 소개했다. 박씨는 이어 정의실현국민연대 정미홍 대표와 애국단체대표와의 면담 사진과 내용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뿐 아니라 박씨는 애국보수단체 모임에서 만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과 찍은 사진을 올리면서 "새누리당 김진태의원님 종북저격수임"이라고 적기도 했다. 반면 박씨는 서울시청에서 천막 농성중인 민주당의 사진을 걸어놓고 "종북세력은 자유민주주의로 돌아가라! 그것만이 살길"이라고 밝혔다.

   
박모 교사는 종북척결이라는 씌어진 종이 문구를 들고 있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놨다. 이 사진은 일베 사이트에도 게재됐다.
 
   
▲ 송탄제일중학교에 근무하는 박모 교사가 보수단체 모임에서 만난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모습.
 

박씨는 최근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과 관련해서는 "대한민국 곳곳에서 암약하는 종북세력 척결하는 것이 국정원의 존립 이유"라며 "국정원의 임무는 정치, 언론, 문화, 교육, 입법, 사법, 행정, 사회단체 등 어느 기관이든 그 속에 종북 빨갱이들을 잡아 반 죽여서 보안법으로 처형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가 아닌가? 그래서 국론이 분열되지 않고 정치권이 파행되지 않는 건전한 나라가 되어 선진 일류 국가로 진입을 앞당겼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공개적인 정치 활동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도 논란이 됐다. 댓글을 통해 페이스북 한 회원이 학생들의 사진을 두고 "학생들이 안타깝다"라는 의견을 남기자 박씨는 "난 불쌍하네. 그대의 외눈박이 사고가"라고 응수하고 또한 '종북의 개념'을 알려달라는 한 회원에 대해서는 "너 같은 X대가리 종북이 꼬붕한테는 너무 어려운 화두라고 죽어도 이해 못하느니라"라고 비난했다.

국가공무원법과 공직선거법, 공무원노조법, 정당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의 정치활동은 공직선거 등에 있어 특정 정당이나 특정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박씨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자유교원조합 중앙위원장을 지내고 현재 고문으로 재직하고 있다면서 페이스북 활동에 대해 "대한민국 한 사람으로서 의견을 피력할 수 있다. 종북 척결 목소리가 광범위하게 높아지고 있는데 아이들한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나라사랑봉사단 동아리 지도 교사로서 개발 활동 시간에 전적지, 용산 전쟁기념관, 평택 2함대(천안함) 현장을 데리고 다니면서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국가관을 확립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박씨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위해 학생들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아이들의 의사를 물었고 아이들이 참여하겠다고 해서 사진을 찍어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씨는 "현재 선거를 통해서 뽑은 사람(박근헤 대통령)인데 국정원 해체, 대통령 하야라는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학교도 영향을 받는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청소년들도 뭘 알겠느냐. 알고서 했다면 인정을 해줘야 하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몰려나간 것이다. 아이들의 생각이 아닌 어른들이 생각을 뒤집어씌운 것이다. 정체성 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 나는 대한민국을 지키려는 사람이다. 자랑스런 대한민국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모 교사의 페이스북 대문 삽화 사진
 
   
▲ 박모 교사의 페이스북 게시 내용
 

박씨는 민주당을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민주당을 종북으로 보진 않지만 촛불집회 단체하고 결합하는 것을 보고 건전한 야당으로서 국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으로 금지한 교사의 정치 참여 문제는 표현의 자유 문제와 맞물려 논란이 돼왔다.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 표현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므로 현재 금지된 정당가입과 후원회 가입, 정치 후원금 기부가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주로 현행법을 위반해 법적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진보 쪽 교사와 공무원들에 대한 탄압 양상으로 나타나면서 정권 비판적인 목소리를 탄압하는데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009년 6월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 14명에 대해 국가공무원법상 집단 행위 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이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14명 중 2명만 경징계하고 교육부의 직무이행명령을 취소하라고 소송을 내자 대법원 재판부는 "시국선언은 참여 교사들의 정치적 편향성을 명확히 드러낸 행위"라면서 "교사들의 시국선언 참여는 국가공무원법과 사립학교법에 따른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박씨의 경우 학내 안에서도 정치적 주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학생들의 사진까지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교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정치적 입장을 알린 것이어서 현행법 위반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김학한 정책기획국장은 "교사들의 정치 기본권 즉 정당 활동과 관련돼 참여할 수 있게 요구하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면서도 "하지만 박씨의 주장은 종북이라는 개념이 모호해 정치적 탄압을 딱지로 쓰이고 있고, 이런 주장을 학생을 통해 공개적인 사이트에 올리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특히 근무시간에 정치활동 주장을 하고 학내에서 활동하는 것은 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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