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 싱어 VS>, <리얼동거 극과 극>, <푸른거탑 제로>, <빠스껫볼>, <응답하라 1994>…. tvN이 하반기에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들이다. 이들 가운데 어디에도 최일구 전 MBC 아나운서가 출연하는 곳은 없다. 그는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도 없다. MBC에 사표를 던지고 야심차게 케이블에 등장했던 최일구는 언제, 어디로 왜 사라진 것일까.

최일구 전 MBC 앵커는 지난 2월 8일 MBC에 사표를 제출했다. 두 달 뒤인 4월 tvN 에 고정크루로 합류, ‘위캔드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MBC <뉴스데스크> 앵커 시절, 특유의 화법과 클로징 멘트로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에서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새 교양프로그램 진행까지 맡게 된다.

tvN은 최일구·이준석(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송채경화(한겨레신문 기자)를 내세우는 <최일구의 끝장토론>을 기획했다. 최일구의 장점과 능력을 극대화하며 시사이슈를 다루는 시의성과 시청률 모두를 잡기 위한 선택이었다. <끝장토론>은 1회 녹화를 마치고 5월 29일 오후 9시 30분 첫 방송을 예고하는 영상까지 내보냈다. 하지만 첫 방송 직전 무기한 결방이 결정됐다.

   
▲ tvN '최일구의 끝장토론' 예고 화면 갈무리. 첫회도 나가지 못하고 방송이 무기한 연기됐다. ⓒtvN
 
당시 CJ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검찰수사를 받는 등 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었다. CJ E&M 계열사인 tvN 역시 불필요한 ‘잡음’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계열사에서 시사이슈를 다루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는 <끝장토론> 무기한 결방 외에도 의 시사풍자에도 영향을 줬다. 시사풍자에 최적화된 캐릭터인 최일구 앵커의 능력은 ‘무용지물’이 됐다.

tvN 는 최근 최일구 앵커 대신 가수 유희열을 <위캔드 업데이트> 진행자로 합류시켰다. 안상휘 CP는 23일 통화에서 최일구의 하차를 두고 “지금은 (프로그램의) 정치색을 빼는 게 맞는 시기인 것 같다. 같은 소리를 해도 최일구가 던지는 무게감과 다른 예능인이 던지는 무게감이 시청자가 느끼기에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안상휘 CP는 “‘SNL코리아’는 웃음을 주는 것이 일차 목표다. 최일구 앵커는 (웃음보다) 메시지가 더 강조됐던 느낌”이라며 “우리나라가 아직 풍자문화에선 관용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결국 그의 정치적 무게감이 프로그램 차원에서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이와 관련 한 방송사 관계자는 “최일구 앵커가 과감하게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야심차게 CJ로 갔지만 그룹의 비상 경영 체제와 맞물려 안타깝게 됐다”고 밝혔다.

   
▲ 'SNL코리아'의 고정 멤버였던 최일구. ⓒtvN
 
최일구 전 앵커는 지난 2월 8일 사표를 던지기까지 27년간 MBC에 몸담았다. 당시 최 전 앵커는 사표를 내며 “나의 사표가 김재철 시대를 하루빨리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데 밀알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2년 MBC 파업 당시 보도국 부국장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합류했고, 이후 정직 3개월을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그의 케이블행을 두고 응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MBC 파업의 아이콘 중 하나였던 그는 촌철살인의 멘트를 던지는 가볍고 솔직한 앵커였지만 동시에 권력을 비판하는 공정한 인사라는 이미지를 동시에 갖고 있었다. CJ는 그의 이미지가 부담스러웠던 것일까. 단순한 공백기일수도 있지만 최일구 전 앵커의 현재 상황은 많은 점을 시사한다.

그렇다면 이제 최일구를 TV에서 볼 수 없는 걸까. 이와 관련 tvN에선 현재 가을개편을 앞두고 최일구 앵커가 참여하는 교양프로그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tvN 홍보팀 관계자는 “결정 된 것은 아직 없다”며 말을 아꼈다. 최일구 앵커가 새 프로그램을 맡는다면 과거 MBC <뉴스데스크> 시절 시도했던 현장취재 포맷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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