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이 ‘팩트’냐”…‘TV비평’ 심의 ‘설전’
“국정원 대선개입이 ‘팩트’냐”…‘TV비평’ 심의 ‘설전’
야당 위원 “옴부즈맨, 쓴소리 당연”… KBS측, “진보인사보다 중도인사 출연했더라면…”

옴부즈맨 프로그램 KBS 1TV (6월22일 방송)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1일 심의를 벌였다. KBS가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을 ‘축소보도’했다고 지적한 방송 내용이 방송심의규정 중 ‘공정성’ 조항을 위반했다는 민원에 따른 것이다. 심의위원들과 의견진술자들 사이에 설전이 오갔다. 제재수위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제재수위는 전체회의에서 결정되게 됐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소위원장 권혁부)는 이날 오후 열린 회의에서 해당 안건을 심의했다. KBS 이재숙 시청자본부 시청자국장과 김영두 시청자서비스부장이 의견진술자로 참석했다. 두 사람은 해당 방송이 나간 지 5일 뒤인 6월27일, 기존 고영규 국장과 홍성민 부장의 자리에 임명됐다. 

당시 KBS (522회)는 ‘클로즈업 TV’라는 코너에서 KBS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관련 보도를 비평했다. 출연자로는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민동기 미디어오늘 기자,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사무처장 등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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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인은 해당 프로그램이 ‘좌편향 패널들의 편파 발언을 모아서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민원인은 또 ‘제작진이 자신의 이념적 성향에 따라 방송을 선전·선동의 도구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위원들과 의견진술인의 의견은 겹겹이 엇갈렸다. 

   
▲ 지난 6월22일 방송된 KBS 1TV
 

 
“시청자나 특정 시민단체 출연자들이 KBS <뉴스9> 편집이나 제작에 영향을 미칠 만한 발언을 하고 있는데, KBS는 독립성이 보장되어야죠? 그런 독립성이 해쳐지면 옴부즈맨 프로가 그걸 비판해야 하는데, 그런 (독립성 해칠 만한) 내용을 방송한 건 공정하지 않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권혁부 위원)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특성 상 일부 지적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재숙 국장)

“‘국정원 댓글사건을 KBS가 잘 다뤘습니다’하면 (옴부즈맨 프로그램에) 출연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렇죠?” (김택곤 위원)
“잘한 건 칭찬하고 잘못된 건 비판하는 경우가 있다.” (이재숙 국장)

“민원 제기한 분은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자사 직원이 자신이 만든 프로그램을 사적 선전·선동의 도구로 왜곡 사용하는 것은(후략)’. 어떻게 생각하나?” (엄광석 위원)
“동의하지 않는다. 저희 회사에는 시스템이 있다. 혼자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선동의 도구로 할 수 없다.)” (이재숙 국장)

“비판적인 사람들이 나와서 프로그램에 대해 얘기하는 걸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런 부분에서 (출연자들의 일부 발언이)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났다고 얘기하시는 건 (적절하지 않다). (중략) 출연자의 개인적 생각을 반영했다는 건 어떤 부분을 말하는 건가?” (장낙인 위원)
“KBS의 보도가 영향력 1위를 기록했다는 조사가 있는데 (출연자가) ‘착시현상인 것 같아요’라고 발언했다.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팩트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재숙 국장)
 
 
KBS 이재숙 국장은 기본적으로 “자사 비평에 중점을 두다보니까 일부 내용에 대해서 공정성 시비를 일으킨 내용이 있고,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난 내용이 언급된 부분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국장은 또 “출연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반영된 부분이 있다”며 “일부 내용에 편향성이 있다고는 생각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심의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국장은 “심의를 맡은 분이 지역에서 올라오셔서 처음으로 이 심의를 맡았다. (중략) 심의규정 위반이라고 판단이 되면 제작자와 담당 PD에게 연락을 줘야 하는데, 입력만 하고 연락을 안 한 것”이라며 “담당자와 PD는 심의실에서 연락이 안 오니까 (심의실에서) 이 정도는 방송이 나가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구나 생각하게 됐던 거다. 그래서 이게 방송이 나갔다”고 말했다.
 
권혁부, “국정원 대선개입이 ‘팩트’냐”
 
권혁부 위원은 “객관성과 공정성 위반이 현저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은 “이 프로그램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은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국정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한 사건’이라고 출연자들이 언급한 걸 여과 없이 보도했다”며 “이게 팩트에 입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느냐”고 따졌다.
 
권 위원은 “국정원장이 박근혜 후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국정원을 조직적으로 동원했다는 게 입증할 수 있는 건가”라며 “이런 부분은 아직 규명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확인되지 않았을 때는 의심이 간다고 해서 그대로 방송해선 안 된다는 게 방송의 공정성 아닌가?”라고 언급한 것이다. 
 
출연자들이 KBS에 ‘심층보도’를 주문한 게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밝혔다. 권 위원은 “KBS 9시뉴스는 사실전달 중심의 보도프로그램”이라며 “여기서 (출연자들이) 문제 삼는 건 왜 심층분석이나 탐사보도를 하지 않냐는 건데 (그게) 가능한 이야기라고 보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이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나 인터뷰어들이 요구하는 건 KBS 뉴스가 국민들이 알고 싶어 하는 내용을 보다 적극적이고 심층적으로 취재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요구사항을 수용한다면 심층보도도 할 수 있고 때로는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KBS 1TV에서 매주 토요일(13:00) 방송되고 있는
 
 
엄광석, “편견을 갖고 물어보는 것은 아니지만…”
 
엄광석 위원은 “<뉴스9>에 대해서 비판하는 프로그램이니까 (보도국의) 보도책임자의 반론권은 보장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 국장은 “당초 보도국에 출연을 요청했는데 보도국에서는 현업에 바쁜데다가 프로그램에 고정으로 출연하고 있기 때문에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내왔다”고 설명했다. 
 
엄 위원은 또 “편견을 갖고 물어보는 건 아닌데 혹시 제작하신 분은 어떤 분이냐?”, “그 분의 시각이 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느냐?” 등의 질문을 던졌다. 이 국장은 “그 분은 진보성향이 좀 강한 분”이라면서도 “그분이 그런 개인의 가치관을 갖고 있더라도 방송을 제작할 때는 데스크와 제작자와 충분히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전임 국장이나 팀장, 제작자와 조금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성희 위원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뉴스의 공정함을 비판하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더더욱 공정함이 요구된다”며 “뉴스를 비평할 때는 팩트가 틀렸다거나 취재윤리를 어겼다는 걸 지적해야지, 다른 시각에서 공정성을 지적하는 건 KBS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논리를 폈다. 박 위원은 “뉴스의 공정성을 옴부즈맨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옴부즈맨 프로그램의) 순기능을 회복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택곤, “편향성이 왜 문제냐”
 
김택곤 위원은 “(KBS 보도에) 비판적인 사람이 출연한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 국장이 ‘편향성에 문제가 있다’고 언급한 부분을 거꾸로 문제 삼았다. 김 위원은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라는 게 비판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라며 “쓴소리 할 사람을 찾아서 하는 게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장낙인 위원은 “(KBS의)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KBS의 프로그램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라며 “수용할 부분이 있으면 수용하고 아니면 안 하면 된다. 그런 의도로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성’을 문제 삼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힌 것이다. 장 위원은 또 “칭찬이나 비판이나 다 주관적”이라며 “비평 프로그램에 주관이 개입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국장은 “비평을 하더라도 진보성향의 두 분이 출연하는 것보다는 중도적 입장을 가진 분이 출연했더라면 더 좋았을 거라는 점에서 편향성을 말씀드린 것”이라며 “내용 중에 KBS 사장 선임 문제가 언급됐는데 그건 이 프로그램의 본질과는 벗어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재수위를 놓고 위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권혁부 위원과 엄광석 위원은 법정제재인 ‘주의’ 의견을 냈고, 박성희 위원은 행정지도 ‘권고’가 적당하다고 말했다. 김택곤 위원과 장낙인 위원은 행정지도(권고·의견제시)가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위원들은 ‘미합의’로 분류, 해당 안건을 전체회의로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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