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에스오토텍. 이 회사는 베르나, 아반떼부터 제네시스, 에쿠스까지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 문짝과 트렁크를 만들어 납품한다. 차체업체 30여 곳 중 수위에 드는 업체다. 매출의 85% 이상을 현대기아자동차그룹에 의존한다. 이곳에는 일명 ‘복지조합’으로 불리는 노동조합이 있었지만 지난 6월 또 다른 노동조합이 생겼다. 이주노동자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연은 이랬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엠에스오토텍의 공장이 두 개뿐이었다. 경영진은 브라질과 인도에 해외법인이 만들었고, 다른 지역에도 공장을 세웠다. 경영진은 하도급계약을 맺기 시작했고, 노동자들은 노조가 나서서 ‘외주화’를 막아주길 바랐다. 노조는 침묵했다. 노동강도는 세졌다. 급기야 노동자들은 민주노총을 선택했고 회사는 인정하지 않았다.
▲ 엠에스오토텍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들은 지난 6월 19일 새벽부터 20일 저녁까지 농성을 벌였다. 사진=금속노조 경주지부. | ||
“자동차업계에는 ‘라인을 끊으면 죽는다’는 불문율이 있다. 특히 자본은 새로운 공장을 차리면 되지만 노동조합은 회사를 망가뜨리면 안 된다. 아무리 싸워도 언젠가 돌아가서 다시 일 할 곳이기 때문이다. 이익과 관련된 문제였다면 라인을 멈추진 못했다.”
최지욱 사무장과 금속노조 경주지부 정진홍 정책기획부장은 17일 경주 내남면 엠에스오토텍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회사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연락해서 대사관 직원이 공장에 왔을 때가 ‘가장 중요한 찰나’였다”고 말했다. 회사는 인력을 3배로 투입했지만 생산량은 절반도 못 미쳤다. 20일 밤이 돼서야 회사는 금속노조 가입을 인정했다.
앞서 회사는 “노조가 이주노동자를 감금하고 있다”며 대사관에 연락을 취했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대사관의 설득에 “우리는 감금되지 않았다”고 말했고 농성장에 돌아와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다. 필리핀 노동자들은 대사관 직원의 설득에 농성장을 빠져 나왔지만 일을 거부했다. 정진홍 부장은 “이주노동자가 라인에 투입됐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 엠에스오토텍 노동자들은 지난 6월 19일 새벽부터 20일 저녁까지 농성을 벌였다. 사진=금속노조 경주지부 정진홍 정책기획부장. | ||
최지욱 사무장은 “회사 관리자들이 뒤에 서서 자꾸 초시계를 재고, 한 달에 하루 휴가를 내고 쉴 정도로 노동강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주노동자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한몫(?) 했다. “노조를 만들 때가 돼서야 기숙사에 가봤다”는 최지욱 사무장은 “노조 만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이 기숙사에 방충망과 에어컨을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임금격차다. 이주노동자들은 법정 최저임금에 퇴직금이 전부다. 이들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4년 10개월 뒤 본국으로 떠난다.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그런데 딜레마도 있다. 최지욱 사무장은 “경영진 입장에서는 똑같은 임금이라면 이주민을 고용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라며 “상여금 미지급 문제부터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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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상북도 경주시 내남면 포석로에 위치한 엠에스오토텍 본사. 사진=박장준 기자. | ||
이밖에도 노조는 사내하도급 80여 명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정진홍 부장은 “경주지역에는 단계적 정규직화를 이룬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조합이라면 이주노동자와 사내하도급 노동자 문제부터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수노조법 통과 뒤 친사용자 성향의 노동조합이 경영진의 보호를 받으며 교섭창구를 차지하는 추세다. 현대차 1차 협력업체인 유성기업이 대표적 사례다. 엠에스오토텍 노동자들은 복수노조법을 활용해 ‘노조 민주화’에 성공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가 소유한 다스에도 지난해 민주노조가 설립됐다. 정진홍 부장은 25일 고려대에서 열리는 노동운동포럼에서 이 같은 사례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