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의 테마 거리인 ‘걷고 싶은 거리’에서 길거리공연(버스킹)을 하는 음악가들을 상대로 상인‧주민들이 소음을 이유로 제기하는 민원이 늘어나면서 단속이 확대돼 논란이 일고 있다.

마포구청과 경찰은 지난 6월 홍대상인들이 집단적인 민원을 제기하자, 길거리 공연에 대한 단속을 확대했다. 이창희 마포구청 문화관광과 주임은 “올 여름 들어 홍대거리의 상인들과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폭증해왔다”며 “경찰과 구청 직원들이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관계자도 “특히 금요일, 토요일 야간에 공연소음이 심하다는 112신고나 민원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홍대는 자유로운 거리”라는 음악가들과 “시끄러워 못 살겠다”는 상점주인‧주민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는 것이다. 상인과 주민들의 민원이 증가하자 경찰과 마포구청이 길거리공연을 단속하고 공연팀들은 갈 곳이 없다며 거리를 배회하다가 또 다른 가게 앞에서 공연을 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음악가들은 음악가대로 상인들은 상인대로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마포구청에서 허가된 야외공연 장소인 '나무무대'에서 한 팀이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이아인 기자
 
홍대와 대학로에서 버스킹을 하는 이지영(30)씨는 19일 “상인들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밥 먹기 전과 후가 다르다’는 속담이 떠오른다”며 “‘걷고 싶은 거리’가 홍대의 메카가 된 이유가 버스킹 문화 덕분인데 상인들이 이를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이씨는 또 “busking이란 단어 자체가 돈을 얻기 위해 길거리에서 음악을 하는 것을 뜻한다”며 “생계 유지를 위해 버스킹하는 사람도 있는데 법의 잣대를 가지고 너무 현실적으로만 뮤지션들을 규제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2년 동안 홍대에서 버스킹을 했다던 최범근(27)씨도 “홍대가 아니면 자유롭게 버스킹을 할 곳이 또 어디 있나”며 “버스킹을 시끄럽다고 기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라 외국처럼 자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봐야 음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음악가들의 ‘무한 경쟁’ 때문에 음악소리가 소음으로까지 발전한다는 지적도 음악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최근 홍대앞 거리의 저녁은 여기저기서 뒤섞인 음악소리와 그 음악소리를 따라 빙 둘러져 있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음악가들은 가게와 불과 5~6m 떨어진 곳에서 앰프를 켜고 노래하거나 음악가들끼리 10m 정도의 거리를 두고 공연을 벌이고 있다.

길거리 버스킹을 꿈꿔 울산에서 홍대로 온 마지현(24)씨는 “주위에 밴드하는 친구들도 목소리를 더 크게 하려고 앰프 불륨을 키운다”며”그래서 주민들의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길거리 공연하는 팀이 너무 많다”며 “밤에 놀이터에 가면 기본적으로 4팀 이상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공연건수가 많아진 이유는 오디션 프로그램의 흥행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홍대의 유명 인디밴드 멤버는  “슈스케 이후 버스킹이 많아졌다”며 “앰프를 크게 켜는 등 음악가들 사이에 무한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8, 2009년까지만 해도 버스킹하는 뮤지션끼리 앰프를 사용하지 않았다. 앰프를 쓰더라도 소리를 작게 냈다”며 “‘언제 끝나나’ 등 서로 배려하고 인사도 나누는 문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회기동단편선’으로 잘알려진 인디음악가 박종윤 씨도 “당국과 상인들이 음악가들의 공연을 금지하고 단속하는 것은 절대 반대이지만 소음만 양산하는 거리공연에 대해서 음악가들 사이에서의 규제나 질서 정립의 필요성은 느낀다”고 말했다.

   
▲ 가게 앞에서 음악가들이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잔잔한 음악을 하는 등 상인과 적절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사진=이아인 기자
 
홍대 앞 상인 89명으로 구성된 ‘홍대 걷고 싶은 거리 상인회’의 이우명 회장은 “상인들은 정말 인디밴드들과 공존하고 싶다”며 “그러나 거리 음악가들의 소음 정도가 지나치다”고 말했다.

최차수 상인회 부회장도 “길거리 공연은 분명 손님을 끌어들이는 효과가 있지만 소음에 가까운 음악소리는 오히려 손님 유치에 불리하다”고 밝혔다. 최 부회장은 “앞으로 음악가들과 상인들 간의 합의가 필요하다”며 “손님이 많이 모이는 저녁시간에는 락음악 대신 통기타를 사용한 잔잔한 음악을 공연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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