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인상 논의의 전제조건으로 KBS 야당 추천 이사들이 제안한 ‘8개 국장 직선제’가 KBS 이사회에서 부결되면서 수신료 인상 논의가 정상궤도를 이탈하고 있다. 
 
야당 이사들은 “‘8개 국장 직선제’ 부결은 여당 추천 이사들끼리 수신료 인상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라면서 “향후 대국민 여론 청취 작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야당 이사들의 이 같은 입장은 KBS 이사회 차원에서 진행될 향후 수신료 인상 관련 논의에는 일체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KBS 안팎에선 수신료 인상과 관련한 이사회 차원의 합리적 논의는 사실상 어렵게 됐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당 추천 한 이사는 “지난 13일 서울에서 수신료 인상 관련 토론회를 개최한 데 이어 앞으로 지역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국민에게 수신료 인상에 대한 당위성 등을 호소하려 했다”면서 “하지만 ‘8개 국장 직선제’가 부결된 마당에 어떻게 국민들에게 호소를 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야당 이사들 “수신료 인상 위해 KBS이사회에 참여하는 일은 없다” 
 
이 이사는 “최소한의 보도 공정성을 위한 제도 마련 차원에서 ‘8개 국장직선제’를 제안했고, 이사회에서 통과되길 바랐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의 반대로 부결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에 수신료 인상의 명분과 당위성을 호소하고 설득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이사는 “수신료 인상에 대해 국민들의 정확한 뜻이 어디에 있는지 우리가 직접 토론회 등을 통해 알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KBS이사회가 추진하려던 시민단체 간담회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KBS이사회는 오는 28일 ‘수신료 현실화 추진을 위한 시민단체 의견 청취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불참 의사를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야당 이사들이 요구한 수신료 인상 논의의 전제조건을 가지고 논의를 한다면 언제든 참여할 수 있지만, KBS측은 이런 부분은 도외시 산 채 수신료 인상 부분만 계속 얘기하고 있다”면서 “결국 수신료 인상을 위해 시민단체들을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건데 이런 간담회에는 동참할 수 없다”고 말했다. 
 
KBS이사회가 간담회 참여를 요청한 시민단체는 민언련과 참여연대, 미디어공공성과 발전을 위한 시민연대(공발연), 소비자단체협의회다. 공발연이 보수적 성격의 시민단체임을 고려하면 이사회가 추진하려는 시민단체 간담회의 ‘정당성’도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KBS이사회 사무국 관계자는 “직간접적으로 불참을 통보한 곳은 민언련과 참여연대”라면서 “나머지는 다음주까지 참여여부에 대해 확답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시민단체들이 참여의사를 밝히면 간담회를 진행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 문제는 내가 답변할 수 없는 문제다. 이사들이 논의를 통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 “애초 예정된 공청회, 그대로 진행하겠다” 
 
여당 추천 이사들 7명이 추진하는 수신료 인상 관련 공청회는 애초 예정대로 오는 20일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진보적 시민단체들과 야당 이사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어서 ‘정상적인 여론수렴’이 될 것인지 회의적인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KBS 한 관계자는 “야당 이사들을 최대한 이사회 ‘논의 테이블’로 끌어들이고, 내외부 비판과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KBS 경영진과 간부들은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서 “보도는 공정하다는 답변만 되풀이하고, 야당 이사들에게는 무조건 이사회에 참여하라고만 하는데 그런 정도로 비판자들의 입장을 변화시킬 순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여당 추천 한 이사는 “소수 이사(야당 추천 이사)들이 진보단체들과 수신료 간담회에 불참하기로 결정을 했는데 최대한 설득해보겠지만 계속 참여를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국장 직선제가 뭐냐. 다수결 원칙 아니냐. 하지만 국장 직선제를 요구하는 소수 이사들은 정작 다수결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이 이사는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없다. 수신료 인상 논의를 위한 작업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 추천 이사들이 주도하는 공청회와 관련, 이 이사는 “여당 추천이사들이 주도한다고 해서 보수단체 중심으로 토론자를 꾸릴 수는 없지 않냐”면서 “오늘(16일) 중으로 공청회에 참여할 인사들을 마무리해서 공청회를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가 지난 14일 ‘KBS뉴스 공정성’과 관련 시청자, 방송학자, KBS 구성원으로 구성된 3개 집단 설문조사를 사측에 제안했지만 사측은 지금까지 공식적인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KBS본부 관계자는 “계속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면 KBS본부 차원에서 설문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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