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MBC가 공영방송 위상이 무색한 수준으로 신뢰도 및 영향력이 추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는 지난 7일~9일 양일간 한국기자협회 소속 현직기자 304명을 대상으로 미디어계 현안에 대한 전화면접을 실시했다. 95% 신뢰구간에 표본오차는 ±5.6%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기자협회는 기자들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와 신뢰도가 높은 언론사가 어디인지를 물었다.

기자들이 뽑은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는 KBS였다. 영향력은 공정성과 관계없이 독자 및 시청자에게 끼치는 보도의 파급력을 뜻한다. KBS는 이번 조사에서 45.2%를 득표해 1위였고, 조선일보는 30.6%로 2위였다. YTN이 6.3%로 3위, 한겨레신문은 2.8%로 4위, SBS가 2.5%로 5위를 기록했다.

KBS와 함께 양대 공영방송인 MBC의 경우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응답이 0.7%에 불과했다. 김재철 전 MBC사장의 재임시절이던 2011년 기자협회가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MBC는 13.8%로 영향력 3위를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장기파업을 거치고 보도 내용과 관련한 논란이 반복되며 영향력이 곤두박질쳤다.

   
▲ 서울 여의도 MBC 본사.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MBC에 대한 기대수치에 비해 김재철 사장 이후 방송이 너무 망가졌다. KBS는 예정부터 친정부적이고 기간방송이란 이미지가 있었지만 MBC의 경우 참여정부 때의 진보적이고 공정한 모습과 현재 모습이 워낙 다르다”며 급격한 영향력 하락의 배경을 지적했다. 결국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는 설명이다.

최진봉 교수는 “오늘날 MBC 보도는 보수든 진보든 모든 시청자가 외면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장기파업 이후 시용기자들이 등장하며 보도의 질이 떨어졌고, 다뤄야 할 첨예한 사회갈등은 다루지 않고 수준 낮은 보도만 반복하며 이미지가 고착화됐다”고 지적했다. MBC의 상황을 현직기자들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뉴스나 프로그램 시청률과 상관없이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해석이다.

MBC가 갖고 있던 영향력 지분은 KBS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자협회가 지난 2011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당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사를 묻는 질문에 KBS는 31.6%를 나타냈다. KBS의 증감분인 13.4%는 사실상 MBC의 감소분인 13.1%가 옮겨간 것이다. 최진봉 교수는 “언론지형에서 공영방송이 갖고 있는 일정한 영향력이 있는데 MBC 지분이 KBS로 넘어간 것뿐이다. 결코 KBS보도가 전보다 나아져서 옮겨간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MBC의 ‘추락’은 신뢰도에서도 드러났다. ‘가장 신뢰하는 언론사’를 묻는 질문에 한겨레신문이 21.9%로 1위, 경향신문이 14.9%로 2위, KBS가 13.5%로 3위를 나타냈다. 조선일보는 4.8%, 중앙일보는 2.1%, 동아일보는 1.1%에 그쳤다. 그런데 MBC는 조중동보다 떨어지는 0.5%의 신뢰도를 기록했다. 2년 전 같은 조사에서 8.3%의 신뢰도를 기록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MBC에 대한 평가가 김재철 사장 당시만도 못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MBC의 영향력은 SBS의 4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났고, 신뢰도 면에서는 SBS의 8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최근 낸 민실위 보고서에서 “사실을 전하지 않고 누락하는 뉴스, 시청자를 얕잡아보는 뉴스, 기본을 지키지 않는 뉴스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그런 뉴스를 내보내는 언론사는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며 MBC의 현 문제점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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