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보도전문채널 승인심사검증 과정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심사당시의 규제 공백 문제다. 종편 승인심사검증 TF가 승인 의결과 승인장 교부시점의 ‘신청법인의 적정성’ 관련 세부심사항목을 분석한 결과 주요주주의 규제를 피하기 위한 쪼개기 투자나 당시 사회적 문제와 유착된 검은 돈들이 직접 또는 세탁돼 들어가도 주주구성에 대한 적정성 심사에 제대로 반영된 흔적을 찾긴 어렵다.

승인장 교부시점 주주변동 사항을 보면 더욱 더 문제다. 승인장을 내주면서 이미 쪼개기 투자로 보험을 든 주요주주 외에 납입자본금을 채운 나머지 주주들의 변동이 승인 심사를 무색하게 할 정도인데도 변동 폭과 어떤 돈이 들어왔는지 기초적인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승인장 교부 당시 방통위 전체회의 속기록을 보면 무조건 납입자본금만 채우면 교부장 발급이 가능하다는 방통위의 입장이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

이 같이 드러난 규제공백의 의미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종편과 관련된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 그 책임의 주최는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규제공백을 통해 편법을 유도하고 검은 돈을 종편에 끌어 들인 사실상의 주범, 저축은행에 피와 땀으로 돈을 모아 온 서민들과 등록금에 등골이 휜 학부모와 학생들의 ‘도의적 피의자’라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종편4사 이행실적 본문 모음.이치열 기자 truth710@
 
종편 재승인 심사의 출발은 종편 탄생과정에서 드러난 규제공백의 문제를 방통위가 인정하고 반영하겠다는 입장과 원칙을 밝힘과 동시에 종편 도입의 정책목표를 스스로 평가하는 것부터이다.  2010년 11월 방통위는 종편도입 정책 목표로 융합하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 방송의 다양성 제고를 통한 시청자 선택권 확대, 콘텐츠 시장 활성화 및 유료방송시장의 선순환 구조 확립, 경쟁 활성화를 통한 방송 산업의 글로벌 확대를 내놓았다. 정책 목표의 실현 가능성과 계량화 된 평가 결과가 재승인에 앞서 점검 되어야 된다는 것은 규제기관의 기본 역할이고 상식 수준이다. 규제공백의 반영, 정책목표 평가를 전제로 종편 재승인 심사 준비과정을 짚어 보았다.
      
재승인 심사의 방향은 종합편성채널을 유지할 능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고 지속 가능하겠는가를 두고 세부심사항목과 배점, 계량과 비계량의 구분, 심사위원 구성 등이 마련돼야 한다. 심사의 방향을 시청자에 대한 서비스 강화로 잡지 않는 이상 재심사가 매우 형식적인 절차로 머무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종편에서 비롯된 역사왜곡, 외교적 위기 등의 사회적 문제와 더불어 재방, 저질 콘텐츠로 생명을 유지하고 담합을 통해 특혜를 요구하는 행태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도 첫 재심사에서 방향 설정이 명확해야 된다. 더 이상 종합편성이라는 틀을 유지할 수 없다면 퇴출도 가능한 규제체계가 만들어 져야 종편을 출범시킨 방통위의 정책목표에 다가갈 여지가 생길 것이다.   

   
언론개혁시민연대 추혜선 사무총장
 
방통위가 연구반을 만들어 종편 재승인 세부심사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지난 5일 전문가 토론회를 열어 심사 대항목과 평가지표를 발표했다. 방송평가위원회의 방송평가 외 방송의 공적 책임, 프로그램 제작 계획 등 8개 항목 전반적으로 비계량으로 평가지표를 설정했다. 계량 평가지수인 방송평가위원회 방송평가도 300점으로 낮춰 비계량 평가항목은 배점에서도 늘어난 것이다. 앞서 지적한 방향설정은 고사하고 최초 승인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시비의 근원인 비계량 평가를 재승인 심사에도 그대로 반영했다. 느슨하지만 시정명령을 받은 바 있는 종편들이 턱걸이 점수에 조건부를 달고 재승인을 받아간다는 시나리오가 아니면 불가능할 정도다. 이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려면 조건부도 달 수 없는 재승인 탈락 총점, 대항목별 과락을 적용한다고 해야 가능할 것이다.  

숙명여대 도준호 교수를 중심으로 꾸려진 연구반이 마련한 세부심사기준안을 오는 22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한다는 일정이 알려지고 있다. 승인당시의 문제를 답습하는 결과를 가져 온다면 방통위도 심사과정에 참여했던 모든 이들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종편을 둘러싼 문제가 계속되는 한 책임 또한 지속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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