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방송을 끝으로 MBC <무릎팍 도사>가 폐지된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몇몇 매체가 ‘강호동 위기’를 제목으로 뽑아 기사를 썼다. 정말 강호동의 문제일까. 강호동이 MBC <진짜사나이>에 출연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강호동 부활’로 제목이 뽑혔을지 모른다. 강호동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말이다. 

강호동과 함께 예능계 ‘빅네임’으로 분류되는 유재석도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MBC <놀러와>의 갑작스런 폐지를 겪었던 유재석은 KBS <해피투게더>가 7%대 시청률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며 고전하고 있다. 강호동·유재석이 없는 MBC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가 시청률 고공행진을 벌이자 이제 이 둘의 시대도 끝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MBC '무릎팍도사'의 강호동.
 
우선 예능을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이 전과 달라졌다. 2007년 이후 예능은 유재석과 강호동으로 상징되는 리얼버라이어티의 시대였다. <무한도전> 김태호PD와 <1박2일> 나영석PD는 ‘리얼’이란 설정에 맞게 프로그램 전면에 등장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PD가 웃음을 주는 또 하나의 주체가 됐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의 관점에서 예능프로그램의 제작과정을 전보다 잘 이해하게 됐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리얼 예능에서 제작진이 프로그램 전면에 부상한 뒤 지금껏 제작환경이 많이 노출됐다. 그 결과 전에는 방송이 재미없으면 박명수나 강호동을 탓했지만 지금은 제작진을 비판하는 태도가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시청자를 웃기는 방식은 정교해졌고 예능의 스케일도 커졌다. 출연자는 이야기의 중심에 서서 하나의 캐릭터로 움직인다.

그런데 유재석과 강호동은 오랜 기간 인기를 얻으며 캐릭터가 상당부분 굳어졌다는 지적이다. 김교석 평론가는 “유재석·강호동이 계속 새로움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오랫동안 나오다보니 질렸다고 할까,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재석·강호동에 대한 호감이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캐릭터와 포맷이 굳어지자 새 인물과 새로운 이야기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 MBC '아빠 어디가'의 한 장면.
 
MBC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는 최근 스타급 예능인 없이 프로그램 포맷으로 흥행에 성공한 대표적 예다.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 군과 외국인 샘 해밍턴 등 기존에 없던 캐릭터가 새롭게 인기를 얻었다. 김교석 평론가는 “제작진 입장에선 갖춰지지 않은 이미지가 나오는 게 새로 스토리 판을 짜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MBC의 한 예능 PD는 “<아빠 어디가>는 5~6년 전 파일럿으로 나왔던 내용으로, 당시엔 <1박 2일>처럼 게임을 하다 쫄딱 망했다. 지금은 아빠와 아이의 관계 안에서 이야기를 많이 만들었다. 아이들과의 관계도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고 진득하게 지켜본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제 유재석·강호동 같은 빅네임의 출연보다 프로그램 포맷이 시청률을 가르게 된 셈이다.

하지만 ‘유재석·강호동의 시대가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선 반론이 만만치 않다. SBS의 한 예능 PD는 “예능의 빅네임은 여전히 중요하고 이들이 가진 능력도 뛰어나다. 지금은 그들이 잘 짜인 예능프로그램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지, ‘이제 예능에 빅네임이 소용없다’는 주장은 섣부른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PD는 “빅네임의 이름만 믿고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론 안 되겠지만 결국은 빅네임과 이야기구조의 결합이 중요하다. 유재석과 <런닝맨>의 결합은 프로그램과 빅네임이 잘 결합한 예”라고 전한 뒤 “만약 강호동이 <진짜 사나이>에 출연했다면 프로그램이 더 잘나갔을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 SBS '런닝맨'의 유재석.
 
MBC의 한 예능PD도 “유재석·강호동이 여전히 잘하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지금도 유재석·강호동 없이 프로그램을 시작하기엔 리스크가 크다. 그들은 연출자가 보지 못하는 것도 보고, 그려놓은 것 이상을 그린다. 여전히 검증된 스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유재석·강호동이 평일 예능에서 고전하고 있는 배경을 두고 “TV가 노령화되면서 종편을 선호하는 노년층이 평일에 <황금알> 같은 집단토크쇼를 보고 젊은 층은 <썰전>을 보며 시청률이 분산 된 것”이라 설명했다.

분명한 사실은 빅네임만으로 예능이 성공할 수 없는 시대라는 점이다. 일례로 강호동·유재석과 함께 빅네임으로 분류되는 신동엽의 경우 SBS <화신>에선 시청률이 바닥이지만 tvN 에서는 연일 19금 개그로 호평을 얻고 있다. 이는 제작진이 출연자의 특색을 살려 프로그램을 조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JTBC <썰전>이나 tvN <꽃보다 할배>처럼 지상파보다 회자되는 평일 예능프로그램들의 특징은 전에 없었던 포맷이란 점이다. 요즘은 누가 나오느냐보다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아무리 유재석이 나와도, 재미없으면 채널을 돌릴 수밖에 없다. 김교석 평론가는 “이젠 강호동과 유재석을 넣어도 시청률로 이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엔 방송사마다 성공한 예능의 카피성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하반기 개편에서 <아빠의 자격>을 준비 중이며, SBS는 연예인이 소방관으로 등장하는 <심장이 뛴다>를 준비 중이다. 예능프로그램의 인기 포맷이 쉼없이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예능계 빅네임들이 과거의 영광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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