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지난 6월23일 <시사매거진 2580> ‘국정원에 무슨 일이’ 편이 불방된 사태에 대해 경영진을 비판했던 기자들에게 12일 징계조치를 내렸다. 노조는 “김재철 시대로의 퇴행을 선언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사측의 징계 조치를 비판했다.
 
MBC는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시사매거진 2580> 소속 기자 4명에게 ‘근신 15일’의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사유는 ‘직장질서 유지 의무 위반’이다. 4명의 기자들은 불방사태 이후 7월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 동안 서울 여의도 MBC본사 로비 앞에서 ‘2580 망가뜨린 심원택 물러나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선 바 있다. MBC는 ‘피켓시위’를 ‘질서 위반’으로 본 것이다.

   
▲ 지난달 피켓시위에 나섰던 <시사매거진2580> 강나림 기자.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심원택 시사제작2부장은 방송 당일, 해당 편을 불방시켰다. 심 부장은 담당 기자를 불러 “이번 사안의 본질은 전·현직 국정원 직원과 민주당이 결탁한 더러운 정치공작”이라며 “검찰 수사도 믿을 수 없다. 편향된 검찰이 정치적 의도로 편파 수사를 했으니 그 점을 기자의 시각으로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방송에 내보낼 수 없다고도 말했다. 기자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결국 불방은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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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부장은 해당 아이템을 취재했던 김연국 기자에게 ‘불방의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업무배제’ 조치를 내렸다. 김 기자에게 업무평가 최하위 등급(R등급)을 매기기도 했다. 기자들은 불방사태 이후 “이미 심원택 부장과 차장 이하 기자들 사이에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부장을 교체하든지, 아니면 데스크와 기자들 전원을 교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 지난달 피켓시위에 나섰던 <시사매거진2580> 이호찬 기자.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13일 성명에서 “사측은 이들의 정당한 의사 표현을 ‘물리적 행동’으로 규정했다”며 “‘이번에 단죄하지 않으면 집단행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격인 논리로 언로(言路)에 목줄을 죄는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했다”고 비판했다. 본부는 “이번 징계가 불법적이라는 판례는 얼마든지 있다”며 “피케팅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징계 수위의 경중을 떠나 징계 자체가 부당하다는 것이다. 
 
심 부장은 지난해에도 여러 차례 논란을 빚어 사퇴 요구를 받은 바 있다. 심 부장은 안철수 후보 아이템을 두고 ‘기자들이 종북·친북좌파이기 때문에 기사 작성은 편향적일 게 뻔하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고, 4대강 사업 참여업체들의 담합 및 비자금 조성 아이템, NLL 심층취재 아이템 등을 거부한 바 있다. 한편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예고됐던 방송 내용을 사전 고지 없이 방송하지 않은 <시사매거진 2580>을 심의 안건에 올려 제재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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