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들이다. 지독하게 무더운 날들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더위, 그러나 싸우는 사람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고 노래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노래하고 있다. 이제 거리로 내몰린, 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싸움은 길어진다. 1~2년의 싸움은 장기 투쟁 축에도 끼지 못할 지경이다.

부당 해고 당한 기타제조업체 ㈜콜트악기와 ㈜콜텍의 해고노동자들이 싸운 시간도 벌써 7년째. 2007년 4월에 부당해고를 당한 뒤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한 시간,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벌써 7년째이다. 공장은 해외로 옮겨졌고 노동자들은 공장에서 쫓겨난 뒤 7년을 하루 같이 싸웠다. 노래하며 싸웠고 싸우면서 노래했다. 해외로 쫓아갔고 공장을 지켰고 티셔츠와 된장, 고추장을 팔았으며 공장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2012년 2월 23일 대법원은 ㈜콜트악기 노동자에 대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콜트 콜텍 노동자들.
 
   
콜트 콜택 노동자 밴드 '콜밴'
 
하지만 그들에게 돌아온 것은 복직이 아니라 또 한 번의 해고였다. 그래서 그들은 오늘도 싸우고 있다. 그 긴 세월, 그들 곁에 기타가 없다면 음악이 없다고 믿은 음악인들이 없었다면, 기꺼이 공장 안 밖에서 노래로 함께 해준 이들이 없었다면 그들의 싸움은 얼마나 적막하고 막막했을까. 그동안 콜트 콜텍 기타 노동자들의 싸움은 그들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한국 대중음악인들 가운데 다수가 그들의 편에 섰다. 그래야 한다고, 그것이 기타와 음악과 노동에 대한 예를 다하는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그들이 공장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콜트 콜텍 기타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그들의 곁에서 그들의 이름으로 그들의 목소리로 함께 노래했다. 음악이 음악노동자와 만났고, 음악인이 음악노동자의 편이 되었다. 끝내는 음악노동자들이 스스로 음악을 하기 시작했다.

   
'콜트 불바다' 포스터.
 
그리고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이번에는 페스티벌이다. <콜트불바다>라는 이름으로 개최되는 이번 페스티벌은 기타노동자들의 삶을 짓밟으며 만들어진 기타로는 삶과 사랑과 자유를 노래할 수 없다고, 기타가 사장의 탐욕을 채우는 이윤의 도구가 아니라, 자유와 삶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고, 희망이 되어야 한다고 외치는 음악과 뮤지션, 음악노동자, 음악 팬들의 페스티벌이다.

8월 11일 일요일 오후 4시~10시까지 서울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은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이다. 화려한 무대와 조명, 특수 효과가 없고 내한하는 팝 스타도 없지만 함께 하는 이들의 음악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만큼 알차고 심지어 화려하다.

콜트콜텍 기타노동자밴드(콜밴)를 필두로 곽푸른하늘, 김대중, 김목인,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노컨트롤, 루스터스, 룩앤리슨, 빅베이비드라이버, 서교그룹사운드,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아를, 야마가타트윅스터, 얄개들, 위댄스, 쾅프로그램, 흐른, 회기동단편선, CR태규와 물건들까지 록, 블루스, 일렉트로닉, 포크, 펑크를 아우르는 장르도 다채롭고 면면도 튼실하다. 현재 홍대 앞 인디 신에서 주목받는 이들 다수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콜트 콜텍 노동자 밴드 '콜밴'. 사진제공 사진가 정택용
 
   
콜트 콜텍 노동자 밴드 '콜밴'. 사진제공 사진가 정택용
 
   
콜트 콜텍 노동자 밴드 '콜밴'. 사진제공 사진가 정택용
 
   
콜트 콜텍 노동자 밴드 '콜밴'. 사진제공 사진가 정택용
 
대형 록 페스티벌은 상업적이고 이 페스티벌은 진정한 페스티벌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각각의 역할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음악이 단순한 사운드의 연속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음악이 누군가의 노동이 없이는 만들어질 수 없는 사회적 산물이라는 점에 동의한다면, 그래서 일하는 사람은 공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면, 돈을 내고 즐기는 페스티벌만큼 음악을 만드는 이들의 삶을 지켜주는 페스티벌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한 낮의 더위가 물러가기 시작할 즈음 홍대 새마을 식당과 나루수산 앞에 마련된 두 개의 무대로 걸음을 옮겨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래야 더위보다 더 지독한 오늘의 절망과 불의와 폭력이 슬금슬금 꽁지를 내릴 것이다.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하기보다는 함께 있어야 할 곳에서 땀 흘려야 할 여름이다. 장담컨대 연대하러 갔다가 즐기고 돌아오고, 즐기러 갔다가 연대하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2013년 여름, 우리는 음악으로 함께 즐기고 싸우며 살고 있다.

   
콜트 콜텍 노동자 밴드 '콜밴'. 사진제공 사진가 정택용
 
   
콜트 콜텍 노동자 밴드 '콜밴'. 사진제공 사진가 정택용
 
   
콜트 콜텍 노동자 밴드 '콜밴'. 사진제공 사진가 정택용
 
   
콜트 콜텍 노동자 밴드 '콜밴'. 사진제공 사진가 정택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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