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추징금 미납 사건에 수사에 전씨 측근이 ‘대통령 재임 전부터 보유한 돈’, ‘뇌물이 아닌 정치자금·통치자금’ 등 석연치않은 전씨 자녀의 재산을 방어하고 나서자 당시 수사책임자였던 원로 변호사가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거나 거짓말”이라고 반박해 주목된다. 특히 전씨가 받았다는 뇌물을 여러 경로로 세탁을 통해 자녀들에게 증여·상속했다는 의혹 뿐 아니라 당시 측근이나 주변에도 나눠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1995~1996년 수사당시 전씨가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용처 수사도 하려 했으나 추적에 들어가자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전씨의 대통령 재임시절 보좌했던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지난 5일 발표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재산 해명’의 요지는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전시 자녀 재산은 1960~70년대 상속 증여한 것이어서 추징금 대상과 무관하며 △그 재산은 대통령 재임 전 결혼했을 때 장인이나 처가의 돈이거나 전씨가 박봉인데도 꼬박꼬박 모은 돈일 뿐 아니라 △뇌물로 판결받은 2205억 원도 대부분 정치자금법이 정비되지 않았던 당시 창당·정치·통치자금 또는 격리비 용도로 쓴 것이라 공적인 돈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1996~1996년 전두환씨의 내란 및 비자금 사건 수사책임자인 ‘5·18 특별수사본부장’을 맡았던 최환 변호사는 7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그 비서관이 잘 모르고 쓴 글 같다”며 “전씨를 17년 간 모셨던 과정에서 보고 느낀대로 얘기한 모양인데, 수사해본 우리가 더 잘안다. 수사 끝나고 난 뒤 지금와서 주워들은 얘기갖고 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전씨의 뇌물과 관련해 “그 때 당시 뇌물로 받은 돈이 공소제기한 금액보다도 엄청나게 많았다”며 “대법원에서 유죄로 확정된 뇌물이 2205억 원이지만, 애초 훨씬 많은 뇌물 액수에서 전씨가 ‘통치자금으로 그만한 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길래, 당시에 뇌물죄로도 충분히 성립되는 금액을 우리 검사 재량으로 빼준 것”이라고 밝혔다. 최 변호사는 “그런데 지금와서는 아예 2205억 원을 몽땅 ‘통치 자금’ ‘창당자금’으로 뒤집으려 하는 것”이라며 “틀린 주장이며, 모두 거짓말로, 아무리 지금 주장해봐야 이를 변동시킬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추징금 은닉의혹을 받고 있는 전두환씨.
ⓒCBS노컷뉴스
 
특히 최 변호사는 전씨가 받았던 막대한 뇌물을 자녀 상속과 증여 뿐 아니라 자신의 주변인물들과 측근에도 나눠줬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도 숨겨놔서 그렇지 추징금을 낼 만한 여유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전씨가 가족회의도 하고 해서 (받았던 돈을) 다 내기로 결단하고, 그래도 모자라면 당시 자신이 총애했던 측근들, (자신이 줬다는) 통치자금을 받은 이들이 내놓으면될 것아니냐”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전씨가 반성한다면, 옆에서 보좌한 사람들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며 “측근이라고 해서 (받은 돈을) 갈라준 것 아니냐. 그 돈 역시 전씨의 추징금에 보태야 한다. (그 원천은 모두) 뇌물로 받은 돈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전씨가 측근에도 돈을 준 혐의를 비자금 수사 때 조사했는지에 대해 최 변호사는 “당시 조사와 처벌을 모두 하지 못했다”며 “우선 전씨가 ‘통치행위’라고 한 액수는 검찰 재량으로 빼 입건조차 되지 않았으며, 출처 자체가 뇌물 수수한 금액이지만, 전씨가 대통령 재임 중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불체포·면책특권의 범위 내에 있는 문제라 전씨를 처벌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씨 돈을 받은 사람도) 처분을 안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당시 제가 수사 1단계로 전씨가 조성한 비자금과 뇌물 총액을 파악해 공소제기한 뒤, 2단계로 전씨가 받은 2205억 원이 누구누구에게 갔는지, 해외로 도피했는지, 감췄는지, 그 소비처 사용처 수사를 하려 했으나 못했다”며 “전씨가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기 3개월 전인 1997년 1월 말 돌연 내가 서울지검장에서 대검 총무부장으로 좌천됐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2단계 수사하고 어쩌고 (돈 받은 사람들에 대해) 추적하는 것 같으니 위에서 그런 좌천 결정을 내렸다”며 “검사장 진급해서 초임으로 가는 자리가 총무부인데, 서울지검장하다 10단계 떨어지는 곳으로 내리쳐진 것이다. 난 두말없이 갔지만, 후임자에게 철저히 인수인계했으나 수사가 이어지지 않은채 서둘러 전씨는 사면됐다”고 아쉬워했다. 결국 전두환 비자금 수사는 “미완성”된 채로 남겨졌다는 것이다.

전씨가 측근에 줬다는 사실관계를 현재 수사를 통해 밝힐 수 있는지에 대해 최 변호사는 “파악이 잘 안될 것”이라며 “받은 사람이 안받았다 할 테고, 확인하기도 쉽지 않다. 그건 무엇보다 본인들이 가장 잘 알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씨가 받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에 대해 전씨를 보좌했던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전씨 재산 해명서에서 “과거 정권(박정희 정권)에서는 당 재정위원회가 정부 협조를 받아 기업등으로부터 정치자금을 모금해왔으나 정경유착에 따른 비리 발생 소지가 있고, 또 과거 물의를 빚은 사례가 있어 5공화국에서는 정치자금 창구를 대통령으로 일원화했다”며 “전 전 대통령이 기업인들한테 정치자금을 받은 시기는 1984년과 1987년에 집중돼 있는데 그건 1985년 2월 국회의원 총선거와 1987년 13대 대선에막대한 자금이 소요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대통령직을 수행하는데엔 당 운영, 선거 외에도 국정운영과 관련된 통치자금도 필요했다”며 “군 장병과 경찰, 벽-오지에 근무하는 공무원, 불우한 국민에게 줄 격려금도 필요하고,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와 중요한 국가적 연구과제를 맡은 과학-기술인, 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지원활동 등에 쓰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일에 필요한 자금이 모둔 정부예산에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인으로부터 받은 정치자금으로 충당했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검찰이 조사 중이거나 언론에 제기된 은닉 재산 의혹은 장인의 돈이거나 대통령 재임 전에 모은 돈’이라는 민 전 비서관의 주장에 대해 최환 변호사는 “이 얘기를 누가 믿겠느냐”며 “천금성 작가가 쓴 ‘황강에서 북악까지’라는 전씨의 자서전을 보면, 전씨는 집안이 가난해서 학비가 안드는 육사를 가겠다고 했으며 이순자 여사가 부업까지 했다. 처가가 부자인데 왜 부업을 하겠나. 전씨의 장인은 육군 경리감까지 했던 분인데, 전씨 주장대로면 장인까지 나쁜 사람 만드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최환 변호사. 조인스인물정보
 
또한 ‘97년 추징된 금융자산의 휴면계좌 잔고에 6년간 발생한 이자 29만원이 남은 것을 ‘전재산이 29만원’으로 언론 등이 매도한 것’이라는 민 전 비서관 주장에 대해서도 최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아무리 물가인상률이 높고 돈 버는 기회가 많다고 하지만, 어떻게 아들들, 측근들이 그런 부를 쌓을 수 있겠느냐”며 “비웃음 당할 일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최 변호사는 전두환 추징금 수사에 대해 “전씨가 은닉한 재산들이 (어딘가에는) 다 있을 것으로 본다”며 “공무원범죄 관련 몰수 특례법, 이른바 ‘전두환추징법’이 현재 막강한 수사력을 지원해주고 있으며, 유능한 수사팀이 구성됐으니 맡겨두면 반드시 밝혀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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