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인데도 서울은 어두컴컴했다. 서울시청에서 불과 3km 남짓 한 청와대는 어둠 속에 가려있었다. 날씨가 현 정치국면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듯 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은 민주당에 새누리당 원내대표단과의 5자 회담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영수회담 입장을 유지했다. 간극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 장외투쟁을 선언한 뒤 6일로 6일 째 서울시청 광장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날은 천둥번개를 동반한 강한 소나기가 내렸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그나마 햇볕이 들지 않아 나름 괜찮은 날이라고 설명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상임고문단과의 자리에서 “지금은 비가 와서 덜한데, 한 낮에는 35도 까지 올라간다”며 “더위와 비바람과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천막 프레스센터’를 가득매운 기자들을 향해서도 “당직자들도 고생이 많지만 기자들도 정말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원식 최고위원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지금 한 여름에 서울광장 한 복판은 아스팔트 위라 덥다”며 “비가 오면 비를 맞으면서 있어야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말했다.

   
▲ 국지성 호우가 서울에 내린 6일 시청 앞 서울 광장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에서 당직자들이 천막에 고인 빗물을 빼내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민주당은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를 국정원 댓글사건 국정조사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 때문에 밤늦게 까지 의원총회를 열어 격론을 벌였다. 하지만 이날 의원단·지역위원장단·최고위원회 연석회의에는 여전히 민주당 국회의원 상당수가 참석해 나름의 ‘단결력’을 과시했다.

   
▲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6일 오전 서울 시청광장 국민운동본부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ㆍ국회의원ㆍ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 참석하며 미소를 짓고 있다.
ⓒCBS노컷뉴스
 
특히 이 자리에는 장외투쟁을 반대해왔던 조경태 최고위원도 참석했다. 연석회의는 지도부 중심의 발언으로 이어졌는데 이 자리에서 박혜자 최고위원이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을 박기춘(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잘못 말해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도부는 이 자리에서 ‘김무성·권영세 증인채택’ 요구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한길 대표는 “오늘 ‘원판김세’로 말해지는 핵심증인의 채택 등을 놓고 최종적인 여야 협상이 있다”며 “민주당은 국정조사를 통한 진상규명을 위해 끝까지 인내하면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고 우원식 최고위원은 “국정조사를 철저히 해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원판김세’가 꼭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한 의원들은 회의 직후 서울을 4개 권역으로 나누어 대국민 홍보전에 돌입했다. 이용득 최고위원(민주당 국민운동본부 상황실장)은 “투쟁은 두 개의 축인데, 하나는 천막당사 중심으로 하는 축과 전국에서 대국민 선전전과 국민을 직접 만나는 축”이라며 “천막당사 중심의 투쟁은 국회의원들을 6개조로 나누고, 각 조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투쟁을 이끌어 가고 있고 수도권 지구당원의 적극적인 결합과 협조로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현재 이렇다 할 출구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이날 국정조사 연장에는 합의했지만 여전히 김무성·권영세 증인채택 문제가 남아있고, 특히 김한길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5일 김기춘 비서실장 등 친정체제를 인사를 단행함으로서 오히려 민주당을 향해 재를 뿌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김관영 대변인은 “전날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만남이 김 실장이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 만났는데 정작 김 실장이 메시지는 들고 오지 않고 사진만 찍어갔다”고 성토했다.

이 자리 뿐 아니라 이어진 상임고문단과 지도부와의 간담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정대철 상임고문은 “여기까지 오지 않아도 되는 것을 (박근혜 대통령이)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비판했고 권노갑 상임고문은 “과거 대선 때 초원복집 사건으로 지역감정을 부추기고 국민통합을 방해했던 사람을 다시 비서실장으로 써서 유신체제로 회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위”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 6일 민주당 '천막 프레스룸'에 빈틈없이 앉아있는 언론사 기자들. 사진=정상근 기자
 
또 하나, 민주당이 천막을 치고 싸우는 대상에는 언론도 포함돼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촛불집회 보도를 축소하고 민주당의 투쟁을 ‘민생실종’으로 모는 언론들에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목희 의원은 “5번의 촛불에서 마지막엔 4만여명이나 되는 시민들이 나왔는데 이걸 보도하는 언론이 없다”고 말했다.

이목희 의원은 “원인을 모르겠다”며 “일각에서는 지침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일각에선 각 방송이 알아서 하는 것이라 말하는데 나는 (언론의 행태가)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국가권력이 선거에 개입한 엄청난 사건에 대해 시민들이 항의 차원에서 모여 자기 뜻을 얘기하는데 (이걸 보도하지 않는 것은)언론이기를 포기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해 국민 다수가 민주당 주장이 과도하다거나 지나치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오히려 민주당 주장은 평균쯤이고 요구사항은 수준이 낮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연석회의에서 “장외투쟁을 놓고 (언론들이) 민생(을 내팽개쳤다고) 얘기하지만 과거 박근혜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사학법을 놓고 6개월을 거리에서 보냈어도 우리나라 언론 단 하나도 (박 대통령이)민생을 내팽개쳤다고 안했다”며 “왜 우리가 하면 (민생을)팽개친 것이고 박 대통령이 하면 민생을 챙긴 것이냐? 그때 사학법을 재개정하는 바람에 얼마나 많은 사학비리가 일어났나”라고 성토했다.

우원식 최고위원 역시 “국정원 국정조사 기관보고는 국민적으로도 얼마나 관심이 높은 사안이냐”며 “그것마저도 방송사가 (중계를)안하려고 해서 파행이 됐다”고 지적했다. 우 최고위원은 “(방송사들의 태도는)많은 국민들이 자체적인 판단이라 볼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자체 검열했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민주적이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 6일 오전 서울 시청광장 국민운동본부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ㆍ국회의원ㆍ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정상근 기자
 
일부 언론의 ‘민생을 버렸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우 최고위원은 “민생 내팽개친 건 새누리당과 언론”이라며 “민주당 을지로 위원회가 성과를 내면서 꾸준히 민생을 챙기고 있는데도 주요 언론은 이를 전혀 보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보도를 하지 않는 건 이해하겠지만 민생을 포기했다고 왜곡 하는 것이 문제”라며 “민주주의를 위한 우리 싸움을 왜곡하고 못하게 하는 기재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천막을 치면서 천막 한켠에 민생상담센터를 구축한 것도 언론의 이 같은 프레임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민주당은 여기에 을지로 위원회 가계부채 상담소도 설치하겠다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면벽하는 청와대와 편파적인 언론들 사이에서 민주당 천막은 나름 고군분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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