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의 국기문란 사건과 자신의 과거 발언 등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돌연 보름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을 두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비난하고 나서 현재 꼬여가고 있는 국정원 국정조사 국면을 전환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6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우리가 추구해 갈 새로운 변화는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정리하고, 기본을 바로 세워서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고 바른 가치를 만드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최근에 알려진 사건들만 보더라도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잘못된 일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그 잘못된 일을 두고 박 대통령은 “중요한 사초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고 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원전 비리, 수많은 인재, 거액 탈세 등을 거론하면서 “앞으로는 수십 년 간 축적돼온 이런 잘못된 관행과 비리, 부정부패 등을 바로잡아서 맑고 깨끗한 정부를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사건을 비리와 부정부패의 수준으로 규정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6일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박 대통령은 이번 청와대 비서진 인사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청와대 비서진을 새롭게 교체한 것도 그런 새로운 변화와 도전의 길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라며 “앞으로 민생을 위한 강력하고 추진력 있는 정부를 만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본말이 전도된 물타기이자 정쟁을 일으키는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김관영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박 대통령 발언의 의도가 석연치 않다”며 “또 다시 ‘사초증발’을 정쟁화해서, 국정원의 국정조사 관련 박 대통령의 입장표명 요구를 물타기 하려는 시도는 아닌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박 대통령에 대해 “사초증발을 언급하기 이전에 △국정원 대선 불법개입 △경찰의 축소·은폐 및 허위수사 보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유출 및 대선 활용 △국정원에 의한 정상회담 회의록 불법공개 등 4가지 국기문란 사건에 대한 명확한 입장표명이 우선돼야 한다”며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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