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파성 시비에 휘말린 KBS와 MBC에 비해 SBS 뉴스는 상대적으로 ‘볼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기계적인 전달자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SBS 뉴스는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 의혹처럼 민감한 이슈에서 사실을 누락한다거나 편파성 시비에 휩싸이진 않는다. 자사 보도를 감시·비판하는 역할을 하는 언론노조 KBS본부의 공정방송위원회(공방위)나 MBC본부의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도 최근 SBS 뉴스를 비평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관련 사안을 전하는 SBS 뉴스를 냉정하게 따져보면, 발생 현안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데 그치고 있다. ‘국가기관의 조직적 선거 개입’이란 진실을 규명하는데 단서가 될 만한 보도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고, 현안만 따라가고 있는 셈이다.  
 
‘여야공방’ 프레임 갇혀 현안만 따라가는 뉴스
 
SBS는 검찰이 원 전 원장에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6월 2일)이라거나 원 전 원장이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현금을 받은 의혹(6월 2일), 검찰이 국정원 여직원과 함께 댓글 작업을 한 20대 남성을 출국금지한 일(2월 8일)에 대해 단독 보도한 바 있다. 이 내용은 의미있었지만 그러나 국가기관의 조직적 선거개입과는 다소 동떨어진 개인비리거나 수사상황을 한 발 앞서 전한 보도였다. 
 
   
▲ SBS <8뉴스> 7월25일자 뉴스
 
SBS 한 기자는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은 사실규명을 위한 팩트를 찾아내기가 상당히 어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취재 기자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이 문제의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얼마큼의 취재 역량을 투입하려고 했는지, SBS 보도국의 판단에 대해서는 짚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현안과 관련해 취재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했다면, SBS가 ‘현상 전달’ 뿐만 아니라 ‘이슈 선점’이란 적극적인 역할까지 해낼 수 있었을 것이란 의미다. SBS 기자는 또한 자사 국정원 보도를 바라보는 보도국내 분위기에 대해 “국정원 이슈를 좀 더 적극적으로 다뤄보자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안 전달에 머무르다보니 국정원과 관련한 SBS 보도는 ‘여야간 공방’이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찰이 국정원의 증거 인멸 행위를 방관한 정황이 드러난 CCTV 동영상이 공개된 지난달 25일에도 SBS는 여야 공방 프레임으로 사안을 바라봤다. 이날 SBS <8 뉴스>는 ‘야 댓글 은폐 동영상 폭로전’ 리포트에서 “국정원 국정조사는 오늘(25일)도 고성과 파행으로 얼룩졌다. 여야가 서로 동영상 폭로전을 벌였다”고 전했다. 
 
“촛불집회 소식 방송3사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바라는 시민들의 촛불집회 역시 SBS가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SBS는 촛불집회가 처음 시작된 6월 21일 방송3사 가운데 유일하게 보도했지만, ‘국정원 사건 도심 찬반 집회…몸싸움 벌어져’라는 리포트에서 알 수 있듯 양비론적으로 접근했다. 
 
SBS는 그 뒤에도 ‘서울서 국정원 대선 개입 규탄 촛불집회 열려’(7월 19일),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 촛불집회 서울광장서 열려’(7월 27일) 리포트를 통해 촛불집회를 전했지만 27일 뉴스는 단신이었다. 제대로 된 리포트는 19일 단 한 건이었던 셈이다. 27일 단신 역시 주최측은 2만5천명이 참가했다고 발표했지만 SBS는 “수천 명의 참가자”가 모였다고 발표해 SNS 상에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3일 SBS 뉴스에서 ‘촛불집회’가 언급됐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췄다. 
 
   
▲ 방송사 뉴스에 대해 한 트위터리언이 올린 글
 
트위터 상에서는 “KBS, MBC는 촛불집회 누르려 왜곡 애쓰고 그나마 SBS는 양반”이라는 평가가 나오는가 하면, “방송3사의 메인뉴스는 민주당의 국민보고대회와 새누리당의 반응을 1분30초 내외로 짧게 한 꼭지 또는 두 꼭지(SBS)로 보도하는 데 그쳤다. 시민들이 참여한 촛불집회 소식은 3사 뉴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는 반응도 동시에 나온다.
 
이희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SBS보도가 다른 방송사에 비해 제일 낫다는 평가가 있지만, KBS와 MBC이 제 역할을 할 때의 SBS 보도와 지금의 보도를 비교해보면 질적으로 크게 달라졌다는 인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SBS 보도에 대한 최근의 평가는 편파 보도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두 방송사 보도에서 비롯된 ‘반사이익’이라는 지적이다.  
 
이희완 사무처장은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고 민주당이 장외로까지 나갔는데 이를 여전히 ‘여야 공방’ 관점으로 보도한다면, 이 사안에 대해 저널리즘적 관점으로 접근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보도를 하려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 불가피… 모든 촛불집회 취재하고 있다” 


시청률조사업체 닐슨코리아 자료에 따르면, 7월 10일부터 8월 5일까지 KBS <뉴스 9>의 평균시청률은 17.8%, MBC <뉴스데스크>는 7.39%, SBS <8 뉴스>는 7.92%다. SBS 뉴스는 질적으로 MBC뉴스보다 훨씬 낫다란 평가를 받고 있으면서도 실제 시청률 면에선 MBC를 그리 앞서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 방송 3사 뉴스 시청률
 
SBS 보도에 대한 안팎의 지적과 비판에 대해 성회용 보도국장은 “SBS라고 왜 사실 규명을 위해 노력하지 않았겠나. 기자들이 국정원 사건의 진실 밝히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라고 말했다. 성 국장은 또한 “관련 보도가 여야 대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데, 기본적으로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기 다르기 때문에 그런 식의 접근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성 국장은 촛불집회 보도에 대해서도 “열리는 촛불집회를 다 취재하고 있으며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 보도하고 있다. 다만 메인 뉴스에 반영하는가의 문제인데 이를 기준으로 SBS 보도가 소극적이라고 평가하는 건 곤란하다”면서 “촛불집회를 한다고 다 메인뉴스에서 보도할 가치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용기 있는 보도가 뉴스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
 
SBS는 뉴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 6월 보도국장을 비롯해 특임부장·편집1부장·8뉴스담당·정치부·사회1부·국제부·뉴미디어부 등 부장급 인사를 단행했고, 심층보도 프로그램 <현장21> 인력을 감축했다. 
 
하지만 기계적 균형이란 틀을 벗어나지 못한 ‘어정쩡한’ SBS 뉴스가 지속된다면, 뉴스경쟁력 상승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KBS와 MBC가 국정원 사안을 누락하거나 축소하는 일이 반복돼 언론사로서 제 기능을 못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이 시기에 오히려 SBS가 관련 이슈를 선점하거나 선명하게 보도한다면 오히려 ‘공정방송’이라는 좋은 입지를 다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단 것이다. 
 
SBS는 KBS와 MBC가 편파성 시비에 휘말린 2009~2010년 이전에는 뉴스 부문이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KBS·MBC가 공영방송이라는 점과 비교돼 ‘상업방송이 가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상업방송’이기 때문에 정권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서 SBS 보도가 망가지지 않았다는 평가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 2011년 12월 28일 방송된 SBS <8뉴스>
 
전국언론노동조합 SBS본부의 신승이 공정방송위원장은 “SBS 뉴스가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는 보도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수긍한다”면서 “보도에는 균형감각이 필요하고 ‘촛불집회=민심’이라고 볼 순 없지만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못한 건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신승이 공방위원장은 “방송뉴스가 젊은 층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이유는 재미 혹은 정보의 문제가 아니라 진실을 파헤치는 심층 취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신 위원장은 “2011년 SBS 하반기 뉴스 시청률이 상승했는데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119 전화 사건’와 같이 타 방송사가 보도하지 않은 사안을 SBS가 보도한 결과였다고 본다”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용기 있는 보도가 뉴스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 건 분명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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