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이 퍼지는 이유는 믿을 만한 정보가 없어서다. 바꿔 말하면 정보를 제공해야 할 사람들이 설득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서다. 최근 불거진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괴담’ 논란도 마찬가지로 많은 국민들이 정부대응과 발표내용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괴담에 대한 진위를 따지고 정부에게 책임 있는 해명을 요구하는 게 언론의 몫이다.

그런 면에서 지난 7월 31일 보도된 조선일보 <황당한 日 방사능 怪談(괴담) 나돌아…정부는 “대부분 거짓”> 기사는 아쉬움을 남긴다. 정부해명을 근거로 괴담을 반박했지만 그 근거가 충분치 않은데다 해명 중에서도 여전히 논란을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괴담이 나돌 정도로 국민의 상당수가 정부를 믿지 못하는 상황인데 정부 측 입장만으로 괴담을 잠재우려 한 점도 국민을 안심시키겠다는 기사의 취지와 맞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사실과 다르다고 밝힌 괴담의 주요내용은 이렇다. ①일본 영토의 70% 이상이 세슘에 오염됐고, 국토 절반이 이미 고농도 방사능으로 오염됐다 ②일본정부가 방사능 정보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③일본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유출량은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의 11배 이상이다 ④일본에서도 못 먹는 방사능 오염식품이 한국으로 수입되고 있다 ⑤우리나라 명태의 90% 이상이 일본산이다 ⑥일본산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로 들어온다.

   
▲ 조선일보 7월 31일자 3면 기사.
 
하나씩 따져보자. 우선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의 2011년 12월 6일자 리포트에 실린 일본 방사능 오염지도에 따르면 후쿠시마를 비롯해 일본 본토와 훗카이도 지역까지 토양에서 세슘137이 드러났다. 세슘은 자연 상태에서 나올 수 없는 인공방사능이다. 해당 지도를 보면 눈으로 봐도 3분의 2 이상은 오염된 것을 알 수 있다. 색이 진할수록 토양 1kg에 포함된 세슘의 양이 많다. 따라서 ①번 주장은 근거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오염됐으면 당연히 통제구역으로 설정됐을 것이다”라는 원자력안전위의 입장만 전했다. 통제구역은 사람이 짧은 기간에 사망할 수 있는 고농도 오염지역에만 설정된 상태이며, 통제구역과 상관없이 방사능은 일본 전 국토에 걸쳐 오염되어있다. 이와 관련 MBC는 2012년 4월 27일 “사실상 서울시보다도 더 큰 면적에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②번 주장에 대해 조선일보는 “사실이 아니다”라는 미래창조과학부의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이는 핵발전소 사고를 축소하고 싶은 일본 정부의 입장에 불과하다. 일본 도쿄에 10년째 거주중인 한미라씨는 2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하와이산 물을 먹고 있다. 일본 정부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뉴스나 신문에서 발표됐던 내용을 전부 의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을 펴낸 일본의 비판적 지식인 야마모토 요시타카는 저서에서 “한 기에 수천억 엔에 달하는 원자력발전 건설비용과 교부금이 원자력발전 건설업계에 흘러들어가고, (돈의) 일부는 정치가들에게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반핵 운동가들은 도쿄전력과 일본정부, 그리고 일본 과학계를 묶어 ‘원전 마피아’라 칭한다. 어떻게든 핵발전소를 운영하고 싶어 하는 원전 마피아들이 불리한 정보를 쉽게 공개할 리 없다.

   
▲ PNAS에 실린 일본 방사능 오염 지도. ⓒPNAS 화면 갈무리.
 
③번 주장은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가 했던 것이다. 김익중 교수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처음엔 11배로 추측했지만 최근에 7배로 수정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추정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합리적인 추정이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당시 사고가 발생한 원전은 4호기 하나였지만, 2011년 후쿠시마 사고의 경우 1~4호기에서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에 단순히 생각해도 누출된 방사능 총량은 많을 것으로 보는 게 맞다.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대기에 방출된 방사성 물질량은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10~20% 수준으로 추정된다”는 원자력안전위의 입장을 전했다. 이를 두고 김익중 교수는 “10~20%로 추정한 근거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반문했다. 하지만 기사에서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

④번 주장에 대해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일대에서 생산되는 일본산 수산물 49개 품목은 수입 금지된다. 다른 지역산도 방사능이 미량으로 나오면 사실상 수입이 금지된다. 원전 사고 이후 지금까지 방사능 기준치를 초과한 일본산 수입식품은 적발되지 않았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입장을 전했다. ⑤번 주장에 대해선 “명태의 97%가 러시아산”이라는 해양수산부 입장을 전했다. ⑥번에 대해선 “일본산이 러시아산보다 비싸다. 바꿀 이유가 없다. 원산지 위조도 거의 불가능하다”는 해양수산부 입장을 전했다.

역시 충분치 않은 해명이다. 우선 후쿠시마 일대에서 생산하는 수산물은 일본이 이미 자체적으로 수출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수입금지라는 말은 모순이 될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2011년 3월~12월 일본산 수입 수산물 세슘 검출 현황자료에 따르면 냉장 명태는 12건(58.9톤), 냉장대구 4건(9.1톤)으로 나타났다. 2012년에는 냉장 명태 34건(186.4톤), 냉장대구 9건(9.7톤), 냉동 고등어 37건(2335.8톤) 등으로 검출량이 증가했다. 중량으로 따지면 검출량은 1년 사이 18배가량(149톤에서 2705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 2012년 5월 SBS 뉴스의 한 장면.
 
일본산이 아니라고 해서 안전한 상황도 아니다.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통화에서 “태평양에서 잡는 참다랑어류 등 몇몇 종은 일본연안에서 자란 뒤 태평양으로 이동한다. 지난해 캘리포니아 인근에서 포획된 참다랑어에서도 다량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지적했다. 석광훈 정책위원은 “수입 수산물에 대한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니 샘플조사만 하는데 이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오염 수산물을 일본산에만 국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5월 29일 SBS 보도에 따르면 미국 스토니브룩스 대학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다섯 달이 지난 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부근 해역에서 잡힌 참다랑어 15마리를 조사한 결과 모두 체내 함유 세슘의 수치가 지난해보다 10배가량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SBS는 “연구진은 참다랑어들이 오염된 해역에서 헤엄치며 오염된 크릴새우나 오징어 등을 잡아먹으며 방사능 세슘을 흡수했을 것이라 추정했다”고 보도했다. 태평양에서 건너온 참다랑어를 먹어도 피폭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러시아산 수산물도 해류흐름에 따라 방사능에 오염됐을 것이다. 5년 이상이 지나면 방사능오염수가 우리나라에도 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정하는 방사능 안전기준치는 의학적으로 안전하지 않다. 방사능은 오직 0일 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세슘안전기준치는 100베크렐인데 반해, 한국은 370베크렐이다. 만약 200베크렐이 참치에서 검출되면, 한국에선 정상치인데 일본에선 오염치가 된다.

이밖에도 조선일보는 최근 누리꾼들에게 화제가 되고 있는 독일 공영방송 ZDF의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의 거짓말> 편에 대해 “지진 전문가 등을 통해 후쿠시마에 또다시 쓰나미급 지진이 올 경우 나머지 원전들도 안전하지 않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고만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다큐멘터리의 핵심내용은 비껴간 설명이다.

   
▲ 일본 후쿠시마 부근 출입 통제 지역. ⓒ이홍기 독립PD
 
ZDF가 이 다큐멘터리에서 주장한 핵심은 “원전사고의 원인은 지진과 쓰나미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ZDF는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된 인물을 차례차례 인터뷰하며 원전에 대한 안전불감증과 문제 은폐 등을 낱낱이 보여줬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스카오카씨는 제작진에게 “원전의 중심에는 이미 결함이 있었다. 그들(도쿄전력)이 아무것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원전에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다”라고 털어놓았다.

ZDF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치권의 결탁을 전하며 원전에 대한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사회구조를 지적했다. 이어 도쿄 전력과 정부는 핵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직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본과 9000km 가까이 떨어진 ZDF도 언론의 역할에 충실했는데, 한국의 언론은 어떤가. 국민들이 불안해하면 정부 발표 자료에 의문을 갖고 취재를 거듭해야 하지만, 받아쓸 뿐이다.

한국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저농도의 피폭 상황에 놓여있을 확률이 높다.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 이후 수 십 년에 걸쳐 벨로루시 등 주변 국가들의 암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했다. 시사저널은 최근호에서 “후쿠시마 사고로 세슘 이외에 플루토늄, 스트론튬 등 방사능 물질이 유출됐는데 우리나라는 요오도와 세슘134, 세슘 137에 대해서만 피폭 기준치를 두고 있고 그 외 방사성 물질에 대해선 기준치조차 정해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수십 년 뒤 국민들의 암 발생률이 증가 한 뒤 원인을 따질 때는 이미 늦었다. 정부 측 자료를 근거로 괴담을 막으려 했는데 괴담이 여전하다면, 이제는 정부 측 주장을 검증해야 하는 게 언론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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