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저녁 7시 서울 청계광장에서 국가정보원의 선거개입을 비판하는 ‘제5차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가족, 중·고등학생, 태어나서 처음 촛불문화제에 왔다는 참가자 등 다양한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 날 촛불문화제에는 3만여명(주최측 추산·경찰추산 7000명)의 시민이 참가해 역대 촛불문화제 중 가장 많은 인원을 기록했다. 자리를 잡지 못한 참가자들은 서울 광화문 파이낸스 빌딩 앞과 청계천에서 촛불을 들었다. 민주당도 본격 합류해 자리를 지켰다.

특히 이 날 문화제에는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단위 참가자들이 많았다. 아이와 함께 나온 부모들은 하나같이 ‘민주주의 교육’을 말했다.
 

   
▲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아이가 촛불을 들고있다.
이하늬 기자 hanee@
 

6살 딸과 함께 문화제에 참가한 김지현(40)씨는 “아이가 좀 더 크면 알아서 판단할 문제이지만 엄마아빠의 생각을 알려주고 싶었다”면서 “생각을 실천하는 방법도 보여주기 위해 아이와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의왕시에서 온 공성순(40대)씨도 딸과 함께 문화제에 참가했다. 공씨는 “아이가 자랄 시대만큼은 민주주의가 제대로 자리잡아야 한다”면서 “민주주의 훼손은 당을 떠나서 참을 수 없는 문제라서 아이와 함께 나왔다”고 말했다.

부모님과 함께 왔다는 의정부 호원중학교 2학년 정에스더(15)씨는 “(청계광장에 도착해) 눈물이 났다”면서 “사람들이 답답해서 나온 게 순간적으로 확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씨 옆에 있던 동생 정다니엘(13)씨도 “동질감이 느껴졌다”며 어른스럽게 말했다.

양일고등학교 2학년 이효림(18)씨는 어머니의 권유로 동생들과 함께 참가했다. 이씨는 “더워서 오기 싫었는데 보람이 있다”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위해 왔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이곳이 민주주의의 현장”이라고 덧붙였다. 

 

 

   
▲ 3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범국민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이 새누리당에 국정조사 파행 책임을 묻는 피켓을 들고 있다.
이하늬 기자 hanee@
 

촛불문화제 참가자 인원수가 늘어난 만큼 처음 참가한다는 시민도 많았다. 동대문구에서 자영업을 한다는 김아무개(35)씨는 “지인의 소개로 태어나서 처음 이런 곳에 오게 됐는데 엄청 놀랐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단하다”면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제대로 몰랐는데 여기 오니까 문제를 알겠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학과 4학년 안아무개씨(28)도 국정원 규탄 촛불문화제에 처음 참가했다. 안씨는 “사람이 이렇게 많을 줄 몰랐다”면서 “참가자 수에 비해 이슈가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안씨는 “이번에는 친구를 따라서 왔지만 다음에는 제가 (친구를)데리고 오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은 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촛불문화제에 합류한 날이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청계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 및 국정원 개혁 촉구 국민보고대회(보고대회)'를 열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박영선, 정청래, 신경민 등 민주당 의원은 보고대회를 끝내고 촛불문화제에 그대로 합류했다.

시민들은 응원과 비판을 동시에 보냈다. 송파에서 온 한 시민은 “그나마 참여한 것이 고맙지만 시기적으로 늦었다”면서 “더 적극적으로 해야하는데 그런 것 같지 않다, 더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비판과 응원을 보냈다. 반면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4학년 김지은(25)씨는 “민주당이 (다 된 밥에) 숟가락을 얹는 것 같다”라며 “좀 더 일찍 왔어야(합류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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