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좋은 성적을 받으려고 갤럭시S4에 특수 코드를 집어넣은 사실이 폭로돼 구설수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즉각 해명했지만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의 벤치마크 테스트 사이트 어낸드테크가 지난달 30일 “갤럭시S4가 특정 벤치마트 프로그램에서는 GPU(그래픽처리장치)가 533MHz의 속도를 내는데 보통 때는 480MHz 밖에 못낸다”면서 “확인 결과 특정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 GPU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벤치마크 부스터(BenchmarkBooste)’라는 코드가 삽입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어낸드테크의 주장이 맞다면 삼성전자는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특정 프로그램에서만 작동하는 코드를 삽입해 사실상 벤치마크 결과를 조작했을 가능성이 크다. 어낸드테크의 실험 결과, 실제로 GL벤치마크 2.5.1이라는 프로그램으로 테스트했을 때는 533MHz를 기록했는데 좀 더 최신 버전인 GFX벤치마크 2.7로 테스트했더니 속도가 480MHz로 11% 가까이 줄어들었다.

   
어낸드테크의 벤치마크 테스트 결과. 많이 쓰는 벤치마크 앱에서만 최고 속도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란이 확산되자 삼성전자는 31일 공식 블로그에 해명 글을 올려 “갤럭시S4는 일반 환경에서 최고 성능인 533MHz까지 구동되지만 풀 스크린 모드에서 작동하는 일부 게임에서는 480MHz로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웹 브라우저와 갤러리, 카메라, 비디오 플레이어 등 일반적으로 풀 스크린 모드에서 구동되는 앱과 일부 벤치마킹 툴은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에서 동작된다”고 덧붙였다.

“벤치마크 점수를 높이기 위해 특정 툴만을 대상으로 측정 환경을 의도적으로 변경하지 않았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지만 어낸드테크의 추가 실험에서는 특정 벤치마크 프로그램에서만 부스터모드가 작동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낸드테크는 31일 오후 “삼성전자가 언급한 기본 앱들을 테스트한 결과, 실제로 532MHz에서 돌아가는 건 카메라 앱 뿐이었고 그것도 특정 조건에서 잠깐만 최고 성능을 기록했다”고 다시 반박했다.

   
어낸드테크가 발견한 갤럭시S4의 비밀 코드. ‘벤치마크 부스터(BenchmarkBooste)’라는 코드가 삽입돼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어낸드테크는 “CPU 주파수를 조작한 게 아니기 때문에 심각한 조작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지만 얄팍한 꼼수가 드러난 것은 사실이다. 뉴욕타임즈의 IT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는 트위터에 어낸드테크의 기사를 소개하면서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가 갤럭시S4를 조작해 벤치마크 앱을 바보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부끄러운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삼성이 아니라 ‘세임(Shame부끄럽다는 의미)’성”이라는 조롱 섞인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미 해명한 내용 이외 추가할 것은 없다”면서 “더 이상 갑론을박 반박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낸드테크가 제시한 코드에 대해서도 “특정 벤치마크 테스트의 속도를 올리는 코드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특정 벤치마크 앱에서만 속도가 높아지는 이유에 대해서도 “그건 벤치마크 앱의 문제 아니겠느냐”면서 “할 말이 없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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