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방송업계가 초고화질인 울트라HD(UHD) 시범방송을 시작한 가운데 지상파 방송사들이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UHD 추진계획에서 지상파 방송이 배제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동통신업계와 다투고 있는 700㎒ 대역의 주파수 확보를 위한 행보이기도 하다.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4사는 30일 미래부에 UHD상용화 전략이 케이블, 위성방송 등을 중심으로 수립된 것에 반대하는 공동 의견서를 제출했다. UHD방송은 기존 풀HD방송보다 4배 이상 선명한 방송기술이다. 
 
미래부는 지난 6월 '차세대 방송기술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케이블방송은 2014년부터, 위성방송은 2015년부터 UHD방송을 상용화 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반면 지상파 방송은 2018년부터다. 
 
이에 대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모인 한국방송협회는 "정작 유일하게 UHD 콘텐츠 제작능력을 갖춘 지상파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상용화 시기 언급도 없고, UHD 가용 주파수 확보도 담보하고 있지 않아 그 시점을 장담할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한국방송협회는 "유료방송이 아닌 지상파 방송에서 UHD 방송이 우선 실시돼야 UHD 콘텐츠와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지키려는 정책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대 콘텐츠 생산자인 지상파 방송을 배제한 미래부의 차세대 방송 로드맵이 열차 없이 철로만 건설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UHD TV 수상기의 보급, 방송 플랫폼의 확보, 그리고 우수한 UHD 콘텐츠의 공급이라는 3박자가 충실히 맞아야 UHD 도입이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의 85형 UHD TV '85S9'.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케이블방송업계가 좀 더 빠르게 UHD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양휘부 케이블TV협회장은 지난 17일 UHD 시범방송 행사에서 "최적의 UHD 방송매체인 케이블 방송이 서둘러 인프라를 갖춰 내년 하반기부터는 상용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배경은 IPTV에게 점점 빼앗기고 있는 유료방송시장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지만 불똥이 엉뚱한 곳으로 튄 셈이다. 
 
김용배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홍보팀장은 "UHD방송 활성화를 위해선 지상파 방송과 케이블방송 등 매체가 균형있게 다같이 발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기술적으로 가장 빠르게 상용화를 할 수 있는 건 케이블방송"이라고 말했다. 또한 케이블업계는 지속적으로 "케이블을 통한 UHD방송은 가용 주파수 범위가 넓어 방송 대역폭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지상파와 위성을 활용한 UHD방송보다 상용화에 한발 앞서 있다"고 밝혀왔다. 
 
이에 비해 지상파는 UHD방송 준비를 위해선 주파수 확보라는 선결 과제가 있다. 이를 위해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으로 발생한 여유 주파수 중 700㎒ 대역을 방송 대역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게 지상파 방송사들은 주장이다. 반면 이동통신업계는 주요 선진국들은 700㎒ 주파수를 LTE용으로 이용한다며 통신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700㎒ 대역 확보를 하지 않으면 UHD방송을 할 수가 없다"면서 "UHD방송을 활성화하려면 콘텐츠 제작능력과 전송능력을 갖춘 지상파 방송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근혜 정부의 부처 개편에 따라 방송용 주파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통신용 주파수는 미래부가 나눠 담당하게 되면서 주파수 할당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워졌다. 게다가 700㎒ 주파수 할당이 UHD방송 정책과도 맞닿아 있어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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