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편성해 방송했던 RTV가 중징계를 받게 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들은 <백년전쟁>이 공정성과 객관성, 명예훼손 금지 조항을 위반했다며 이 같이 결정했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다른 의견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만)는 25일 오후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난 1월21일부터 3월3일까지 퍼블릭 액세스 채널 RTV를 통해 방송된 <백년전쟁> 시리즈 두 편에 대해 모두 중징계인 ‘관계자징계 및 경고’ 조치를 의결했다. 

   
▲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역사다큐멘터리 <백년전쟁> 포스터
 
 
<백년전쟁>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이승만 전 대통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두 편이 지난해 11월 공개됐다. 각각 ‘두 얼굴의 이승만’, ‘프레이저 리포트-누가 한국경제를 성장시켰는가’라는 부제목이 붙어있다. 
 
앞서 지난 6월12일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에서는 한바탕 ‘역사 논쟁’이 벌어진 바 있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편파·왜곡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했고, 야당 추천 위원들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제작된 프로그램’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장면은 이날 전체회의에서도 되풀이됐다.
(관련기사: <방통심의위 ‘백년전쟁’ 심의서 한바탕 ‘역사 논쟁’>)
 
‘이승만의 두 얼굴’ 편에 대해 엄광석 위원은 “다큐멘터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한 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의도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라며 불쾌감을 내비쳤다. “이거야말로 과징금감”이라고도 했다. 박성희 위원도 “음란물만 문제가 아니고 역사를 객관적으로 조명하지 않은 것도 유해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도 일제히 ‘과징금도 모자라다’며 중징계 의견을 냈다.

   
▲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반면 장낙인 위원은 “비밀 해제된 미국의 CIA 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문제를 삼으려면 보고서를) 왜곡했다는 게 입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택곤 위원도 “불편한 진실일 수 있지만, 차마 (진실이)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해 제작된 다큐멘터리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RTV가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기 때문에 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도 했다. 장낙인 위원은 “퍼블릭 액세스 채널은 자기주장을 하는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채널)”이라며 “공정성 문제를 제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권혁부 위원은 “퍼블릭 액세스 채널이라고 해서 방송법이나 방송심의규정에 군림하는 예외적인 채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만 위원장은 “과징금도 마땅하지만 RTV가 시청자 참여방송이다. 그래서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프로그램을) 방송해야 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점을 특히 고려해서 ‘관계자징계 및 경고’가 적정하다고 생각한다”고 결론 지었다. 

   
▲ 역사 다큐멘터리 <백년전쟁>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룬 ‘프레이저 보고서’ 편에 대해서도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김택곤 위원은 “관련된 서류를 검토한 뒤에 기초지식이 있을 때 심의하는 게 마땅하다”며 ‘의결보류’를 주장했고, 장낙인 위원은 “프레이저 보고서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라며 “우리가 몰랐던 면을 새로운 사료를 통해 제시하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각하’ 의견을 냈다.
 
반면 권혁부 위원은 “전형적인 상징조작을 통한 매도와 왜곡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이미 확립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과 평가를 근거 없이 훼손하고 평가 절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좌파의 시각으로 근현대사를 매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머지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 중 대부분도 ‘과징금도 모자라다’는 의견과 함께 ‘관계자징계 및 경고’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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