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현대HCN이 운영하는 충북지역 SO 충북방송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을 자체 기준으로 불방 결정했다. ‘퍼블릭 액세스’라는 취지를 무시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제작진 및 언론운동단체에서는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에 따르면, 이 단체와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전충북지부와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가 공동제작한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에 대해 충북방송은 지난달 19일 방송 불가를 통보했다. 이유는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며 “주관적인 편집과 멘트 탓에 법적 다툼 가능성이 있다”는 것.

제작진은 절차상 문제점을 거론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 규칙에 따르면 방송사업자는 시청자 제작 프로그램의 방송 가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이를 30일 내에 서면으로 전달해야 한다. <타겟> 제작진은 지난 5월 14일 방송을 신청했다. 그런데 충북방송은 6월 19일에 ‘구두’로 방송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충북방송은 문서를 허위로 꾸민 정황이 나온다. 제작진이 ‘30일 이내 서면’ 규칙을 제시하자 충북방송은 뒤늦게 서면통지서를 보냈다. 제작진은 날짜가 6월 11일로 된 통지서를 26일에 받았다고 밝혔다. 자의적 잣대로 프로그램 취지를 무시했고, 이를 숨기려고 문서까지 위조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타겟>은 2년 전 공격적 직장폐쇄에 이어 복수노조 설립 등으로 노동조합 파괴 시나리오가 시행된 유성기업에 대한 이야기로 현장 노동자들도 촬영과 편집에 참여했다. 당시 이 시나리오가 담긴 내부 문건이 드러나면서 현대차, 유성기업, 창조컨설팅이 한 몸으로 움직여 민주노조를 파괴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최근 유성기업은 아산지회 등에 CCTV 30개를 설치했다.

   
▲ 현대HCN충북방송의 방송 불가 결정에 항의하는 시민, 단체들의 온라인 카페에 게재된 선전물 갈무리.
 
생활교육공동체 ‘공룡’ 활동가로 제작에 참여한 김설해씨는 2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불방 통보는 ‘시청자 참여’ 개념을 전혀 이해 못하는 HCN의 독단적이자 횡포”라고 비판했다. 그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영상을 퍼블릭 액세스 프로그램에서 내보내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CCTV 안에만 있으라는 것이냐”며 HCN이 지역방송사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현대HCN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노길환 홍보팀장은 통화에서 “심의위원회를 열어 방송불가를 결정했고, 서면으로 통보도 했다”며 “시청자가 제공한 모든 영상을 방송할 수는 없어 내부적으로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정하는데, 이번 영상 같은 경우 예민한 문제에 대해 한쪽 입장만 너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제작진 및 지역 사회운동단체들은 방송사 앞에서 일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관련 소식과 영상은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 ‘현대HCN충북방송 시청자참여프로그램 불방 항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링크: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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