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주야. 같이 가자. 황금의 제국으로.”(‘황금의 제국’ 최민재 대사 중)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 최민재(손현주 분)는 ‘황금을 쫓는 자’다. 최민재는 성진그룹으로 대표되는 ‘황금의 제국’ 일원으로, 최동성 회장의 자리를 넘보지 않았다면 계열사 사장 자리 하나는 꿰차고 순탄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제국의 ‘정점’을 원했고, 회장이 되기 위해 쉼 없이 일하고 싸우며 손을 더럽혔다.

황금의 제국 정점에 있는 최동성 성진그룹 회장(박근형 분)은 수십 번의 고소를 당하고 몇 번의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도 42군데의 계열사를 만든 인물이다. 불량 시멘트로 큰돈을 벌고 멀쩡한 회사를 자금 압박해 헐값에 인수하는 식으로 재벌이 됐다. 최민재는 최동성 회장을 대신해 5공 청문회에 불려나가고 불도저식으로 재개발 반대 주민들을 몰아냈다.

   
<황금의 제국> 최민재(손현재 분). 사진=SBS
 
최민재는 단 한 번도 최동성 회장을 이겨보지 못했다. 친동생을 잃고, 아내를 잃고, 아버지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그는 재벌의 거대한 벽을 실감한다. 철저하게 자기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큰아버지(최동성)를 보며 그는 최소한의 인간성과 연민도 사치로 여기게 된다. 붉게 충혈 된 그의 눈은 세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과 그에 따른 절망감을 드러낸다.

최민재의 모습은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SBS 월화드라마 <추적자>의 백홍석(손현주 분)을 떠올리게 한다. <추적자> 제작진이 현재 <황금의 제국> 제작진이란 점에 비춰보면 손현주가 백홍석 역에 이어 최민재 역을 맡게 된 점은 단순히 우연이 아닐 것이다. 백홍석과 최민재는 얼핏 보면 대척점처럼 보이지만, 실은 둘을 관통하는 메시지가 적지 않다.

<추적자>의 백홍석은 ‘황금을 비판하는 자’다. 딸아이가 뺑소니를 당했는데 명확한 증거는 번번이 사라졌고, 사건을 은폐한 자가 알고 보니 지지율 65%의 여당 대선후보였다. 거대한 자본권력 앞에서 믿었던 친구는 회복 중이던 딸을 살해했고, 부모보다 가까웠던 동료는 자신에게 총을 겨눴다. 백홍석은 ‘평범한 사람들’의 정서를 처절하게 전했다.

그러자 ‘황금을 가진 자’에 대한 공분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투표’를 통해 악을 징벌했다. 붉게 충혈 된 백홍석의 눈은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지만,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확신을 품고 있었고 결국 정의는 승리한다는 고집에 가까운 확신이 시민을 움직였다. 황금을 쫓는 자와 황금을 비판하는 자 모두 고독했으나 결말은 달랐다.

박경수 <황금의 제국> 작가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 세상이 나아질 거라 기대한다면 백홍석처럼 살 것이고, 이 세상이 나아질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면 최민재처럼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민재와 백홍석은 사회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를 끌어안고 있었지만 전자(최민재)는 이를 체화했고, 후자(백홍석)는 이를 토해냈다.

   
<추적자> 최민재(손현재 분). 사진=SBS
 
이 둘을 관통하는 것은 ‘소외’다. 분노의 밑바탕은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사이에서 드러나는 차별과 갈등이다. 사적 소유는 욕망을 낳고 모든 가치 중심에 물신주의를 세워 놨다. 최민재와 백홍석의 ‘복수극’은 <황금의 제국> 최 회장과 <추적자> 서 회장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 권력에 도전하는 점에서 동일하다. 자본주의의 정점에 도전하거나 또는 스스로 정점이 되거나, 기대하는 목적은 같다. ‘소외’로부터의 해방이다.

제작진은 손현주라는 연기자를 통해 두 가지 삶의 선택지를 보여줬다. 황금을 쫓는 자와 황금을 비판하는 자. 둘의 삶 중 하나를 택하라고 한다면, 당신은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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