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MBC ‘정권 코드 맞추기’에 대한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파업 복귀 후 비교적 잠잠했던 MBC기자들이 항의 의사를 공개적으로 표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될 조짐이다.

MBC <시사매거진 2580>(이하 <2580>) 기자들은 국정원 아이템 불방 사태와 관련 23일부터 2명씩 번갈아가며 오전 8시와 11시 두 차례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기자들은 ‘MBC 망가뜨린 심원택 물러나라’, ‘업무배제 R등급 즉각 철회하라’는 피켓을 들며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해당 기자들이 피켓시위까지 나선 데는 심원택 시사제작 2부장이 국정원 아이템을 취재했던 김연국 기자에게 “불방 책임이 있다”며 ‘업무배제’ 조치를 내리고, 상반기 업적평가에서 최하등급인 R등급을 준 데에 대한 항의 성격이 짙다.

또한 심 부장이 김연국 기자를 포함해 7명의 기자들을 인사위에 회부하거나 업무배제 시키고, 아이템 제작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한 것에 대한 반발도 넓게 깔려 있다. <2580> 기자들은 지난 18일 낸 성명에서 “무능과 독선, 편견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심 부장의 횡포를 도대체 언제까지 견뎌야 한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2580> 한 기자는 “기자들은 지금의 부장과는 함께 일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예전부터 형성돼 있었다. 그런 정서가 국정원 불방이나 업무배제 등 일련의 사건을 통해 터져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기자들은 불방 직후 낸 성명에서 “이미 심원택 부장과 차장 이하 기자들 사이에 불신은 극에 달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라면 부장을 교체하든지, 아니면 데스크와 기자들 전원을 교체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2580> 기자들의 요구에 대한 심 부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백종문 편성제작본부장에게도 해당 사태에 대한 의견을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KBS 기자와 PD들의 반발도 점점 거세지는 양상이다. KBS가 지난 22일 오후 3시부터 20분간 1TV에서 ‘UN참전용사 추모식’을 편성하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가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KBS본부는 지난 22일 성명을 내고 KBS 1TV의 ‘UN참전용사 추모식’ 긴급편성을 강하게 비판했다. KBS본부는 “‘UN참전용사 추모식’은 지난 19일 오후 갑작스럽게 편성됐다”면서 “진행되던 방송을 자르고 굳이 생방송을 편성할 이유는 없다. 국민들의 시청권을 침해하면서 대통령이 참석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행사를 중계하는 것은 공영방송의 정도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특히 KBS가 휴전협정 기념일인 오는 27일을 전후해 ‘정전 60주년 특집 프로그램’을 22개(재방 포함)나 편성하자 ‘박근혜 코드편성’이라며 반발이 거세다. KBS본부는 “방송 시간으로 환산하면 1305분, 거의 22시간에 달한다”면서 “전국방송 프로그램이 16개, 지역총국 로컬방송이 6개이다. 지난 2010년 G20 정상회담을 맞아 무려 3300분의 관련 특집을 편성해 ‘MB 헌정방송’이라고 조롱받았던 악몽이 다시 재연되는 느낌”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KBS 한 기자는 “뉴스의 편파성으로도 모자라 이런 식의 노골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간부들의 판단에 할 말을 잃는다”면서 “이런 편성과 보도로 어떻게 수신료 인상을 국민들에게 설득할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기자는 “경영진과 간부들의 ‘정권 코드맞추기’가 점점 노골화되고 있다”면서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전했다.

장행훈 언론광장 공동대표는 “언론은 민주주의 수호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없어서는 안될 공적 사명을 띤 기관”이라면서 “언론인 역시 월급쟁이가 아니라 공적 사명을 수행하기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지금과 같은 편파보도에 대해 기자들이 항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장행훈 대표는 “유신이 선포된 박정희 정권 때에도 기자들은 부적절한 외압이나 사실을 왜곡하는 지침에 대해 항의를 했다”면서 “KBS·MBC 기자들이 현재와 같은 편파 보도에도 저항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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