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전부터 팔고 나갈 때까지 산업자본이었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 여부다.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라면 은행법 15조에 따라 은행의 지분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다. 설령 외환은행이 심각한 부실 금융기관이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23일 참여연대가 공개한 재정경제부 내부 문건을 보면 우리 정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가 공개한 문건은 2003년 7월 김진표 당시 재정경제부 장관이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다음날 작성됐다. 추경호 당시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이 변양호 당시 금융정책국장에게 보고한 내부 문건이다. 이 문건에는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로 예외 승인을 하려면 “산업자본의 과도한 은행 지배를 방지하는 은행법상 소유구조 관련 제도의 취지에 비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말은 곧 우리 금융당국도 론스타가 산업자본일 경우 어떤 조항이나 예외 규정을 갖다 대더라도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금융당국이 론스가 산업자본인지 여부를 따져보지 않았거나 아니면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외환은행 인수를 허용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떤 경우든 론스타와 우리 정부 사이의 투자자-국가 소송 재판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문제제기는 꽤 오래됐다. 론스타가 일본에서 자산규모 2600억엔 규모의 130개의 골프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바 있고 미국 스탠드포대가 대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2003년 9월 론스타의 자회사는 49개였는데 23개만 신고했다. 여러 정황을 종합하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이전부터 이미 산업자본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참여연대가 이날 공개한 문건에는 외환은행의 주요 주주로 참여했던 ‘KEB Investors II, LP’의 최대 주주가 미국 스탠포드대로 63.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다. 론스타는 2003년 9월26일 ‘Lone Star Fund IV(Bermuda) LP’로 승인을 받은 뒤 정작 한달 뒤 주금 납입을 할 때는 이 회사를 빼고 5개 회사를 새로 추가했다. 투자자 바꿔치기가 알려진 것은 한참 뒤인 2011년의 일이다.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스탠포드대 세금신고 자료를 보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게 매각했던 지난해 1월까지 외환은행 투자자로 남아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론스타가 2011년 12월 일본 골프장을 매각한 이후에도 계속 비금융주력자로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그동안 론스타가 일본 골프장을 매각했기 때문에 비금융주력자가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 금융당국은 외환은행이 부실 금융기관 정리 등 특별한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산업자본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없다고 변명해 왔는데 산업자본이라면 자격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정작 산업자본 여부를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고 적당히 론스타가 주는 서류를 믿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 교수는 “금융당국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직전 주주 구성을 바꿨는데도 추가 승인 절차를 밟지 않았고 반기에 한 번씩 하게 돼 있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일본 골프장이나 스탠포드대 등이 주요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에도 외환은행의 대주주 자격을 박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우리 정부가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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