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기록원 대통령기록관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과 녹음파일이 없다고 주장해 파문을 낳은데 이어 이번엔 대통령기록물과 동일한 사본을 보관하고 있는 특수서고 내의 이지원(노무현 정부 전자문서 관리시스템)의 봉인이 무단해제됐으며, 시스템에도 두차례 무단 접속(로그인)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 당시 기록물이 무분별하게 유출돼 정치적으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더욱 증폭시키게 됐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21일 오후 이 같은 사실을 폭로하고 누가 임의로 봉인을 풀고 시스템에 무단 접속했으며 이런 일이 얼마나 많이 벌어졌는지를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 사료편찬을 하고 있는 노무현재단 사료팀이 지난 3월 26일, 대통령기록관에 보관 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기록을 제공받기 위해 대통령기록관을 방문했을 당시, 지정서고에 보관돼 있어야 하는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봉인이 해제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봉하 이지원 시스템에 접속한 흔적(로그 기록)도 확인했으며, 두 건의 로그 기록이 바로 발견돼 재단 측은 이의제기 후 추가 확인 작업을 중단했다고 홍 의원은 전했다.

당시 노무현재단은 이지원 시스템 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 대통령기록관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고 홍 의원은 전했다. 발견된 로그 기록 이외에 얼마나 더 많은 접속 기록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상태라고도 홍 의원은 전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표지
 
이에 대해 대통령 기록관 측은 ‘시스템 구동 여부 확인’과 ‘항온항습 점검’을 위해 각각 로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홍 의원은 전했다.

이를 두고 홍 의원은 “봉하 이지원 시스템을 검찰과 대통령기록관, 노무현 전 대통령측이 함께 입회해서 봉인한 이상, 봉인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노 전 대통령측에는 사전 협의와 양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라며 “그런데도 아무런 협의 없이 대통령기록관측이 단독으로 봉인을 해제하고, 이지원 시스템에 마음대로 접속했다는 데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대통령기록관과 검찰은 봉하마을로 이관됐던 ‘이지원’ 사본과 관련해 지난 2008년 7월 말부터 10월까지 봉하 이지원 기록 사본에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한 기록 이외의 대통령기록물이 존재하는지 조사한 결과 대통령기록관에 반납한 이지원 기록 사본과 보관 중인 대통령 기록물 간에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었다. 검찰 조사가 마무리 된 뒤, 대통령기록관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측은 대통령기록관 내 대통령 지정기록 특수서고에 보관돼 있는 봉하 이지원 시스템을 검찰 입회 하에 봉인하였다.

홍 의원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당시 검찰은 ‘봉하 이지원 시스템’이 대통령기록물과 동일하다고 판단해 이에 준하는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독립된 특수서고에 보관하도록 했으며 이 때 대통령기록관 측과 검찰, 노무현재단 관계자가 함께 지켜보는 앞에서 봉인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 때 모습. ⓒ청와대사진기자단
 
누가 봉인을 풀었는지, 무단 접속했는지,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에 대해 홍 의원은 “대통령기록관측은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봉인을 해제하고, 접속한 경위에 대해 분명하게 해명해야 한다”며 “아울러 밝혀진 두 건 이외에 추가로 접속한 사실이 없는지 신뢰할만한 방식의 확인 작업 또한 즉각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대화록이 이지원에 있는지 여부에 대해 ‘봉하 이지원 시스템’으로 확인이 가능한 것인지와 관련해 홍 의원은 “이지원을 통해 열람할 것인지는 열람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만, 현재 봉하 이지원 시스템의 보관 상태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대한 기록관 측의 해명과 합의가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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