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축구월드컵과 2016 하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브라질. 지난 달 그야말로 국가적 잔치를 앞둔 브라질의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도시에서 수십만 명의 젊은이들은 거리로 나와 시위를 하며 “국제대회에 쏟아 붓는 엄청난 돈을 보건과 교육에 투자하라”고 외쳤다. 세계에서 경제적 불평등이 가장 심한 나라 중의 하나인 브라질이 두 국제대회 준비를 위해 투입하는 전체 예산이 약 500억 레알(26조원)에 달하여 그 만큼 사회복지 예산 및 정책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고 한다. 아직도 브라질 국민 대다수의 소원이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자식을 괜찮은 학교에 보내는 것이라고 하는데 그런 그들에게 축구월드컵과 올림픽은 생활의 실질적 변화를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그러한 시위가 있었다면 정부와 스포츠계, 스포츠미디어 매체는 시위에 참가하거나 그들을 옹호한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했을 것이다. 우리의 국격을 높여주고 엄청난 국제적 홍보효과 및 경제적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하면서 그들이 무지하고 어리석다 할 것이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대회 유치 및 개최를 추진하면서 내세우는 명분 내지 이유 중의 하나가 위에서 말한 경제적 효과이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유발효과 5조5400억 원, 고용유발효과 6만2338명, 부가가치유발효과 2조3174억 원(「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경제적 효과와 발전과제」, 대구경북연구원, 2007).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최지인 인천시 지역 경제효과는 생산유발효과 10조6175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4조4239억 원, 고용유발효과 20만1000명(「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타당성 분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06).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총생산액 유발효과 20조4973억 원, 부가가치 유발액 8조7546억 원, 고용창출 효과 23만여 명(「2018평창동계올림픽 개최 타당성 조사보고서」, 산업연구원, 2008.),

과연 이러한 경제적 파급효과 수치는 손에 잡히는 것일까? 이러한 수치는 그 산출의 근거가 모호하고 산정의 방식도 애매하며 가상의 항목도 상당하여 객관적 신빙성에 논란이 있어 왔다. 일부에서는 좀 더 냉정하게 말하여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한다.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개최했던 대구시 지역경제가 대회 후 위 수치에 상응하는 경제동향을 보여 주었다는 소식을 들어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위 경제적 파급효과 수치도 뻥튀기 논란에 빠져 그야말로 신빙성이 없었다.

   
지난달 19일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켄벤션센터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평창동계올림픽 조정위원회 기자회견이 열려 구닐라 린드베리 IOC 조정위원장(왼쪽)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들이 국제대회 효과와 관련하여 내세우는 또 하나가 도시 인지도 제고,  브랜드 가치 상승 및 관광객 증가이다. 물론 대회가 국제적으로 중계방송됨에 따라서 개최지 도시의 인지도는 개최 전보다 나아질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러한 인지도 및 브랜드 가치 상승이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그로 인한 실질적 효과(방문 관광객의 증가 등)가 있을 것이다. 대회 개최 전후 단시간에 그치면 그 의미는 크지 않을 것이다.

여러분은 며칠 전 끝난 유니버시아드대회 개최지가 어디였는지 알고 있는가? 지난 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지가 어디인지 알고 있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한국관광문화연구원 「관광통계자료」에 의하면 대구광역시 관광지방문객 중 외국인 숫자가 2010년 9만8611명, 2011년 10만6028명, 2012년 9만8529명이다. 위 통계를 보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 다음해인 2012년 외국인 관광객 숫자가 개최해인 2011년 뿐만 아니라 이전인 2010년보다 적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통계는 국제대회 유치가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를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이러한 국제대회 유치 효과가 한계가 있다고 해서 정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국제대회를 유치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국제대회 유치 및 개최가 우리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긍정적 효과를 주는 것도 사실이고 그 효과가 한계가 있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다만 상당한 행정적·재정적 자원이 들어가는 국제대회 유치 및 개최라는 점을 고려하여 국제대회 유치·개최의 손익을 꼼꼼히 계산하고 기왕이면 단순히 국제대회 개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국제대회와 연계한 마케팅 방안과 시설 활용 방안도 제대로 마련하고 그러한 점들이 객관적으로 확인되었을 때 국제대회 유치를 추진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방자치단체가 국제대회 유치 의향서를 세계스포츠단체에 제출하면서 국무총리의 서명을 베껴 작성한 위조된 정부재정지원 보증서를 제출하고, 정부는 이를 알고서도 이 문제를 국제대회 유치와 분리한다며 입을 다물다가 국제대회 유치 결정을 앞두고 관련자를 형사고발 등 책임을 묻겠다고 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단순한 관련 실무자의 실수라는 어처구니없는 변명을 내놓으면서 정부가 왜 이제 와서 형사고발 등 문제를 삼느냐며 정치적 사건으로 몰아가려 하고, 스포츠 미디어매체는 논란의 본질을 외면하고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기사를 내보내고... 스포츠행정 측면에서 정상적인 시스템의 나라라면 발생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말았다. 국제대회 유치라는 환각에 빠지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일들이 벌어질 수 있을까?

이제는 정말 국제대회 유치 환각에 빠진 우리를 구하고 더 이상 환각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해독제가 필요하다. 물론 국제대회 유치를 규율하는 관련 법제도도 있다. 국제경기대회 지원법, 국제행사의 유치개최 등에 관한 규정, 문화체육관광부 국제행사의 유치·개최에 관한 규정 등 관련 법령이 있고 위 관련법령은 유치신청, 심의, 유치승인, 지원, 사후평가 등 관련 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위 관련법령은 내용상 국제대회 유치개최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규율 내지 규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정부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여 관련 법제도를 보완한다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유치신청에 대한 절차, 심의, 사후평가 내지 책임 면에서 여전히 미진하다.

끝으로 국제대회 유치와 관련하여 정상적·선진적인 한 국가의 사례를 들겠다. 몇 년 전부터 스위스에서는 2022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하여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 개최 후보지인 ‘생 모리츠(St. Moritz)’의 자연환경 보존과 관련하여 동계올림픽 개최가 생 모리츠의 자연환경에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하는 일부 여론이 있었고 이로 말미암아 동계올림픽 유치 찬반논란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이러한 논란의 해결책으로 유치 찬반 주민투표를 하기로 하였고 결국 올해 초 생 모리츠가 속해 있는 그라우뷘덴 주(州)의 주민투표 결과 유치 반대의견이 더 많아 2022 동계올림픽 유치 계획을 포기하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