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병대 캠프에서 훈련받던 고교생 5명이 결국 사망한 것으로 드러나자 방송사들은 사설캠프의 부실한 안전관리와 당국의 허술한 감독을 일제히 질타했다. 
 
언론에 따르면 18일 사고 당시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고, 이들을 통솔하던 교관들은 인명구조 자격증이 없었으며 캠프 프로그램 참여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사고가 일어난 충남 태안군 안면읍 주민들은 사설 해병대 캠프 측에 물살이 빠른 것과 갯골(갯벌의 깊은 웅덩이)의 위험을 수차례 알리며 훈련 자제를 권고했지만 캠프 측은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해병대 캠프는 해병대와 전혀 관계가 없는 유스호스텔이 운영하는 민간 청소년 수련시설이었고, 청소년 체험활동 인증을 받지 않은 캠프였다. 
 
KBS는 19일 <뉴스 9>에서 총 6꼭지에 걸쳐 이 소식을 다뤘다. KBS는 2번째 리포트(“구명조끼 아무도 안 입었다…교관은 3명 뿐”)에서 “물놀이가 금지된 곳이었지만 구명조끼를 입히지도 않았고, 학생들을 보호할 인력도 거의 없었으며, 위험을 알리는 주민들의 경고도 무시했다”면서 “대형참사가 생길 때마다 지적되는 안전불감증이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 MBC 뉴스데스크 19일자 리포트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5번째 리포트(무자격 교관이 절반…‘안전 사각지대’ 극기캠프)에서 “이번 사고 역시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었던 전형적인 후진국형 참사”라면서 “해병대라는 명칭을 쓰며 극기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전국에 모두 서른 곳. 하지만 제대로 된 관리 감독도 받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SBS <8 뉴스> 역시 5번째 리포트(이름만 '해병대 캠프'…전국 200여 곳 성업 중)에서 “사고가 난 캠프는 해병대완 무관한 민간 시설이다. 전국에 이런 시설이 우후죽순으로 성업하고 있다”면서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는데다, 안전점검에 대한 강제규정도, 처벌규정도 없는 관리사각지대에 방치돼왔던 것”이라고 전했다.  
 
‘우후죽순 생겨났다’는 사설 해병대 캠프. 중앙일보는 20일자 8면 기사 <사설 해병 캠프, 설립기준·감독기관 없어 사고 잦아>에서 “자치단체와 해양경찰에 정식 등록한 사설 해병대 캠프는 30여 곳이다. 하지만 방학기간에만 운영되는 무등록 업체까지 합하면 그 수는 수백 개”라고 전했다.
 
   
▲ SBS <8뉴스> 19일자 리포트
 
하지만 '자격 없는' 사설 해병대 캠프가 늘어나기까지 언론의 책임은 없는 걸까. 언론들은 매해 극기체험이란 이름으로 해병대 캠프나 병영 캠프 참여를 '띄우는' 보도를 해왔다. 포털사이트에 ‘해병대 캠프’ 등의 검색어를 입력해보면 관련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SBS <8뉴스> 2009년 7월 29일자 ‘"나도 특전사"…30도 웃도는 폭염 속 특전캠프’ 리포트. “한계 상황을 극복하는 극기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한 여름에도 군의 병영캠프는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도 이날 “군대에 간 남자친구와 한마음이 되어보고 싶은 여대생도 과감히 외줄타기에 나섰다”, “방석 하나 없는 맨바닥이지만, 고된 훈련 뒤에 맛보는 식사는 그야말로 꿀맛”(리포트 ‘특전사 여름방학 극기캠프‥더위 쯤이야..’)이라면서 홍보 일색의 보도를 내보냈다. 
 
   
▲ 경향신문 20일자 5면 사진기사
 
YTN 역시 지난해 8월 1일자 리포트 ‘실전같은 전투체험, 군 훈련 캠프 인기’에서 “실전같은 전투체험, 군 훈련 캠프 인기”에서 “지치고 무더운 여름, 젊은 참가자들의 과감한 도전이 유난히 돋보였다”고 전했다.  
 
이런 보도 추세는 올해도 다르지 않았다. 방송사들은 1월17일 해병대캠프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일례로 KBS <뉴스12> 리포트 ‘한파 속 해병대 캠프…“나도 할 수 있다”’에서 “백 킬로그램이 넘는 고무보트를 동료와 함께 나르면서 자연스럽게 인내와 협동심을 익힌다”, “훈련이 거듭 될수록 자신감이 생기고 난생 처음 수륙양용장갑차까지 타 보니 마음만은 벌써 '귀신 잡는 해병‘이다”고 전했다. 역시 장점만을 부각하는 보도다. 
 
병영체험을 장점만을 강조하는 홍보성 언론보도는 ‘군대 체험은 해볼만 하다’ 혹은 ‘강인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학교나 학부모들이 해병대 및 병영캠프에 학생들 및 자녀들을 참여토록 권장하는 '트렌드'로 이어졌으며, 이는 사설 캠프의 무분별한 확산을 가져왔다는 건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해병 캠프가 돈이 된다’는 인식은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까지 캠프 운영에 뛰어들게 만들었을 것이다.
 
또한 방송사 보도에는 청소년들의 병영 체험에 대한 문제 의식도 찾을 수 없다. SBS는 지난 2010년 8월 8일 리포트 ‘화생방 훈련에 '콜록콜록'…'이열치열' 병영체험’에서 “후덥지근한 무더위 속에서 교복 대신 전투복을 입은 어린 학생들이 참호격투에 나선다”라면서 화생방 훈련을 받는 중학생들의 모습을 전하는 데만 그쳤다. 
 
채널A 역시  리포트 ‘학원 대신 해병대 캠프…사서 고생하는 청소년들, 왜?’에서 “훈련생들은 이곳에서 4박 5일 일정으로 강인한 해병대 정신을 배우고 있다”, “차가운 바닷물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온 몸이 물에 젖어도 온 힘을 다해 추위를 견딘다”며 긍정적인 모습만 부각시켰다. 
 
   
▲ KBS <뉴스9> 19일자 리포트
 
하지만 청소년들의 병영체험은 교육계에서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05년 당시 김진표 교육부총리는 법무부가 보호관찰 처분을 받은 청소년 1000여 명에 대해 극기훈련의 일환으로 '병영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병영 체험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병영체험에 대해 인권침해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을 받고 그런 일은 없도록 해야겠다고 말한 바 있다.  
 
KBS는 19일 <뉴스9>에서 “강압적인 전근대식 집체 교육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라면서 “공동체 교육이라는 것이 반드시 군사문화의 잔재를 받아서 옛날에 교련 교육하듯이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한 학부모의 말을 전했다. 의미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극기체험이란 이름으로 해병대 캠프, 병영캠프을 긍정적으로만 다룬 방송사 보도에 대한 자기 반성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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