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이 ‘현오석 때리기’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현시점에서 과오를 판단하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나아가 ‘저의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지난 1일 “경제수장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았다”고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비판했다. 지난 9일 최경환 원내대표도 “우리 경제팀이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보지 않느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17일에는 정몽준·김무성 등 중진 의원들까지 가세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현 정부 경제팀으로는 난제 해결 능력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고 정몽준 의원도 “우리는 이런 흐름(세계경제)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런 흐름 때문인지 박 대통령의 “전문성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 수 있어요. 그렇다고 당장 변경할 수는 없잖아요. 참고로 했다가 기회가 되면 적합한 자리로 변경해야지”라는 발언도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위기다.

   
▲ 현오석 경제부총리
 

그러나 경제학자들은 여권의 발언에 동의하지 않는다. 4개월 이라는 기간이 공과를 평가하기에 짧을뿐더러 현오석 부총리의 스타일 자체가 조용하고 나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여권의 현오석 때리기는 정치적인 이유라는 분석도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 부총리가 경제민주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고 세수부족이나 재정적자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업무가 매끄럽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진 교수는 “6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력 부족으로 교체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추진력 부족이 논의에 오르는 것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전 교수는 “추진력 부족은 어느 정도 주관적인 기준인데 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경제팀이 오히려 일을 못한다”며 어느 정도 시간을 주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현오석 부총리는 애초에 나서지 않고, 조심조심 하는 스타일”이라면서 “애초에 청문회 과정에서 현 부총리의 스타일이 드러났고 소신이 부족한 후보라는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 부총리는 정권의 요구에 따라 말을 바꾸는 등 ‘영혼없는 경제학자’ 의 모습을 보인바 있다. 현 부총리는 2005년 2월 참여정부의 경제 정책을 “전방위적인 혁신을 지향하면서도 시장적 접근에 따른 갈등 해소에 주력했다”고 극찬했지만 정권이 바뀐 2008년에는 “지난 5년간 한국경제는 활력을 잃어 정부가 변화를 도모해도 경제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이력현상’(hysteresis)에 빠졌다”고 노무현 정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유 교수는 “그런 사람을 여권이 밀어붙여놓고는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흔들기를 한다”면서 “저의가 의심스럽다, 재계 등에서 화끈하게 규제를 풀어달라고 하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어 유 교수는 현오석 경제팀은 무난하다고 평가했다.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소장 역시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홍 소장은 “현오석 스타일이 원래 눈치 보고 따라가는 스타일이고 현 부총리는 그 역할에 충실했다”면서 “그런데 지금 야당은 강만수 스타일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여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강만수처럼 규제완화, 지하경제 이런 것을 강조할 사람이 필요한데 현오석 스타일로는 어렵다”면서 “야당쪽은 지금 경제민주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불리할 것이 없으니 가만히 있는 것”이라고 현상황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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