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친노’가 화두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국정원 선거개입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을 ‘대선 불복’이라 지칭한 이후 공세의 초점이 점점 친노로 정조준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친노의 대선 불복’을 공세의 초점으로 맞춤으로서 세 가지 효과를 거뒀다. 우선 민주당 당내 갈등을 부추기면서 단일대오를 무너뜨렸다. 또한 이 과정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여야 간 정쟁구도가 됐고 민주당의 ‘막말’을 부각시키며 민주당이 비이성적인 대선불복을 하고 있다는 인식을 형성했다. 그 사이 국정원 사태는 진선미·김현 사퇴가 핵심이 돼버렸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한길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대통령의 정통성과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민주당 내 친노세력 중심의 일부세력에서 대선에 불복하는 듯한 발언이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당 지도부와 친노세력을 분류한 것이다.

심재철 최고위원도 17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김한길 대표와 문재인 전 대선후보는 승복인지 불복인지 사실상의 장외투쟁을 방조하는 것은 아닌지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한편 소속의원과 당원들, 그리고 국민들에게 불복으로 비칠 수 있는 언동은 해당행위이고, 국가를 흔드는 행동이니만큼 삼가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17일 최고위원회에서 대화 중인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
 
새누리당의 이런 공세는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대선 불복이 아니”라고 말한 이후 바뀐 것이다. 친노 진영이 지도부 의사와는 다르게 대선 불복을 주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친노 측은 “그런 적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표정이다. 친노 측 김태년 의원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와 정보기관의 부적절한 인연을 끊어라’는 요구에 대한 너무나 생뚱맞은 대답”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이 문제 삼은 이해찬 상임고문의 14일 발언의 요지도 “(박 대통령이)국정원과 단절하고 공정한 나라를 만들어야 당신의 정통성이 유지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자꾸 미워하고 거짓말하면 오히려 당선 무효까지 주장할 수 있는 세력이 더 늘어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신’ 발언도 문제가 됐지만 본질적으로 대선 무효에 대한 주장이라 보기 어렵다. 이 고문은 박 대통령을 향해 “나라를 바로 세워주기를 진심으로 촉구”하기도 했다.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도 당내 갈등과 친노세력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다. 조경태 최고위원은 17일 최고위 모두발언에서 “중론이 모아지지 않았는데도 장외로 가자고 하는 분들이 있다”며 “장외투쟁이 과연 능사인가”라고 말했다. 이어 “막가파식 발언이 민주당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현재 민주당 지지도가 새누리당의 반 토막도 되지 않는다”며 “특정계파의 정치적 이득만을 추구하는 배타적 독선적 사고에서 벗어나 대다수의 국민들이 동의하고 수긍하는 민생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노’를 겨냥한 발언이다.

박용진 대변인은 “계파 없는 정당이 어디 있고 갈등 없는 정치가 어디있냐”면서도 “그런데 새누리당에서 4대강과 관련해 친박진영과 친이진영이 맞부딪히고 있지만 (언론에서)새누리당은 (계파갈등이 불거진다는 식으로)그렇게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 진선미, 김현 민주당 의원이 17일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 위원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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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민주당 내 계파갈등은 어느 정도 심각할까? 민주당 내 관계자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놓고 갈등을 빚었고 진선미·김현 의원의 국조위원 사퇴와 관련해서도 갈등이 빚어진 바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화록 공개와 관련해 민주당 대다수 의원이 이에 대해 찬성표를 눌렀고 진선미·김현 의원 역시 사실상 지도부의 ‘읍참마속’을 받아들였다.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에서 친노 진영이 장외투쟁을 주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친노 측은 이에 대해서도 부인하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의원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지도부와 친노가 대체 어떤 지점에서 갈등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장외투쟁을 주장하는 의원이 있을 수 있지만 국회를 비우고 가자는 것은 내가 알기로도 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의 잇따른 발언에 대해 “당을 분열시키려는 분열책동”이라고 말했다.

장외투쟁 발언의 발원지가 된 정세균 상임고문의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고문은 “국정원 국정조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외투쟁’ 대목은 새누리당이 계속해서 진선미·김현 의원 제척을 반대할 경우 국정조사 무산과 장외투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재정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그동안 툭하면 민주당에 대해 친노, 비노를 갈라 재미를 봤다”며 “지금 민주당의 유일한 계파는 국민, 국민계파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을 향해 “이제 장사 그만하시고, 새누리당 내 기강부터 바로 세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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