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0일 감사원의 발표는 4대강사업의 숨겨진 진실을 밝혔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주장해온 4대강사업의 명분은 순식간에 뒤집어졌고, 4대강의 세워진 거대한 보는 '운하시설물'이 됐다. 청와대도 "만약 그렇다면, 국민을 속인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4대강사업은 운하의 위장사업이었고 따라서 22조원의 국민세금으로 이명박 정부가 벌인 대국민 사기극이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감사원의 확인은 우리사회를 격동의 회오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작 이해당사자인 국토부는 침묵으로 답하고 있다. 감사원이 해바라기 감사를 했다는 일부 친이계 의원들의 주장은 이명박 정부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철저히 파괴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증하는 꼴이다. 감사원 보고서에는 부족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4대강사업의 실체가 담겨있다. 
 
4대강사업으로 4대강 주변에서 홍수가 나지 않았다는 것이 4대강사업의 효과라고 주장하는데, 4대강사업 전에도 그 지역은 홍수로부터 안전한 지역이었다. 최근 장마에 홍수피해가 지천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4대강사업으로 홍수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겠다는 목적은 허구였다. 또한 4대강사업으로 확보한 물은 사용처가 없고, 보로 막힌 물은 흐르지 못하고 대규모 녹조발생과 물고기 떼죽음으로 이어졌다. 4대강사업이 한순간 국민의 눈을 속일 수 있었지만, 4대강사업의 실체는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2월 국토부는 4대강사업을 평가한다면서 4대강 찬성인사들로 ‘셀프 평가단’을 구성했다. 국토부가 제공한 자료를 이리저리 짜깁기하여 평가보고서를 발행했다. 당시 부실공사를 한 보에서 광범위한 보수보강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음에도, 4대강사업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더구나 지난해 말 국토부는 그들만의 황당한 논리를 담은 4대강 백서를 발간했다. 4대강 백서가 ‘후대에 정당한 역사적 평가를 받는 기초 자료로 사용되길 기대’하고, 4대강사업을 차질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은 ‘대화와 소통으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사회 전체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4대강사업을 추진한 세력은 아직까지 4대강 사업에 대한 잘못된 환상에 젖어있다. 공무원들은 영혼이 없다고 하는데, 이건 영혼이 없는 수준이 아니라 썩고 메마른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최근 국무총리실은 찬반 인사와 중립 인사로 구성된 4대강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을 가지고 시민사회단체와 접촉을 했다. '꾸려봐라'하니까 급하게 만든 조직이었고 담당공무원들은 청와대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총리실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여지가 없었고 실무적으로는 국토부의 의견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결국 총리실은 진흙탕 싸움으로 4대강사업의 본질을 덮으려는 의지를 보였는데, 밀양 송전탑 사례를 염두에 둔 듯하다.
 
4대강조사위원을 정부 측과 반대 측에서 각각 2배수로 제출하면 4대강사업 찬성·반대 측 인물이 맞는지 상호검증하자는 내용이다. 만약 시민단체에서 누군가를 추천하면 국토부가 제척할 권한을 주자는 뜻이다. 그리고 조사위원회에 실질적인 조사권한을 주지 않겠다는 방침인데, 국토부가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사무실에서 평가하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4대강 추진 측에 면죄부를 줄 이유가 없다. 현 정부가 출범한지 5개월이 지나도록 총리실은 4대강조사위 구성에 ‘세월아 네월아’이다. 국토부 등 이명박 정부 때 4대강사업에 앞장섰던 관료들의 조직적인 저항이 그 원인이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4대강사업이 위장된 대운하사업이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에 대운하에 대하여 분명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던 대통령이 결단해야 한다. 지속적으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사람들로 조사위를 구성해야 한다. 그리고 전권을 주는 대신 공청회 등에서 4대강사업을 추진한 측에 반론권을 충분히 주면 된다. 현 정부가 이렇게 미적거려봤자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이고 결국 국민들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게 된다. 현 정부가 그대로 안고가기에는 4대강사업이 너무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야권은 국정조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은데, 국정조사를 한다면 결국 국토부가 제출하는 왜곡된 자료를 바탕으로 여당과 충돌해야 한다. 국정조사가 끝났을 땐 말 그대로 상처뿐인 물타기밖에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이미 새누리당은 4대강사업을 옹호했던 의원들로 4대강 ‘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제대로 꾸려진 조사위가 4대강 자료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조사를 해야 진실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아직 갈 길 멀었다. 4대강사업은 라운드가 바뀌면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용수확보를 위한 보가 '운하시설물'로 바뀌었을 뿐이지 현실은 똑같다. 보는 그대로 있다. 이걸 해결하려면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데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그래서 아직 바뀐 건 없다. 엄연히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사람들도 그대로 있고 거세게 저항하고 있다.
 
4대강사업은 우리사회의 후진성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됐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철저히 무너졌다. 국가재정법 등 관련 법령만 준수했어도 4대강사업을 3년 내에 준공할 수 없었다. 우리 국민들은 22조원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오래된 상식’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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