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사보 특보’를 통해 재정적자가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KBS는 17일 ‘사보특보’에서 “6월 말 기준 적자는 266억 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수신료 수입은 정체되어 있고, 광고실적도 목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KBS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자구 노력으로 사업경비를 매년 5% 절감한다고 해도 내년에는 805억 원 적자, 2015년에는 1030억 원 적자가 예상된다”면서 “차입금 역시 매년 규모가 늘어나면서 KBS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KBS는 “올 상반기 말 차입금 규모는 3042억 원으로 2010년 673억 원의 4.5배에 이르고 있다”면서 “KBS는 1,2차 토탈리뷰로 746억 원 절감에 나서는 등 긴축경영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KBS는 “2005년부터 사실상 재정수지 적자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면서 “한영회계법인의 검토에 따르면 KBS의 재정수지는 2018년까지 적자행진을 계속해 9000억 원대의 누적적자가 발생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KBS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왜곡된 재원구조… 수신료 인상해야”

‘사보특보’에서 재정적자를 강조한 KBS는 수신료 인상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은 왜곡된 재원구조에 있다”고 강조한 KBS는 “수신료가 33년째 2500원에 묶여 있다. 수신료가 동결된 채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광고수입에 의존함에 따라 기본재원 수신료의 비중은 전체 예산의 37%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7월17일 발행된 KBS '사보 특보'
 

KBS는 “광고시장 악화로 인한 광고실적의 하락도 KBS 재정악화를 부추기고 있다”면서 “케이블TV와 종합편성채털 등 신규 매체의 출현으로 지상파 광고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지상파 광고시장은 10년 전과 비교해 17% 축소됐고, 올해 인터넷 광고시장은 지상파를 추월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KBS는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신료 비중으로 인해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왜곡된 재원구조에서는 광고시장이 호전되지 않는 한 경영적자의 가능성은 언제든 내포되어 있다“면서 ”근본적인 선결과제는 곧 수신료현실화“라고 강조했다. KBS는 ”지금과 같은 재원구조가 지속될 경우 초긴축 예산운영의 기조는 불가피하며 공영방송으로서 공적책무 수행에도 어려움이 닥칠 것“이라고 역설했다.

‘사보특보’와 관련 KBS 관계자는 “그동안 스마트KBS추진단이 KBS에 대한 토털리뷰를 진행했는데 이 결과를 사원들에게 알릴 필요성 때문에 ‘특보’를 제작하게 됐다”면서 “회사의 얼마만큼 어려운 상황인지를 구성원들에게 알리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KBS 안팎에선 ‘특보’를 통해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역설한 KBS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7월17일 발행된 KBS '사보 특보'
 

KBS 한 기자는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사보에서 역설한 것은 이해하지만,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고자 했다면 재정위기만 강조할 게 아니라 ‘KBS책임론과 자성’에 대한 부분을 최소한이나마 언급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 KBS뉴스가 편파적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 대한 언급은 하나도 없다”면서 “사보에서 오로지 KBS가 어려우니 수신료 인상해달라는 말만 하면 누가 공감을 하겠냐”며 우려했다.

“KBS자성은 없고, 고통분담만 강조… 길환영 사장은 책임 없나” 비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김현석·KBS본부) 관계자 또한 “창사 이래 KBS 재정위기가 가장 심각하다면 그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를 봐야 한다”면서 “부사장을 거쳐 현재 사장으로 재임 중인 길환영 사장이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그런 부분에 대해선 전혀 언급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강조하며 구성원들에게 고통분담만 강조할 게 아니라 본인이 현재의 위기상황에 책임이 없는지에 대해 자성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야당 추천 KBS 한 이사는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재정위기’라는 말은 수신료를 인상하기 전에 KBS가 매번 써왔던 수식어”라면서 “다분히 내부 구성원들의 긴장을 조성하기 위한 여론조성용 성격이 짙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KBS 구성원들에게 수신료는 한국의 독도문제처럼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일종의 성역이나 마찬가지”라면서 “수신료 인상에 대해 내부에서 이견을 내지 못하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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